[팩트체크] 저작권료 때문에 길거리에 캐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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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음저협 "캐럴 실종, 소음·에너지 규제 때문"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는 12월, 길거리에서 캐럴을 들을 수 없는 이유가 정말 저작권료 때문일까?
1990년대, 길보드길거리에서 불법 복제 음반을 판매하던 노점상가 성행하던 시절에는 해마다 이맘때쯤 거리에서 울려 퍼지는 캐럴 덕분에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기곤 했다.
그러나 이러한 음반 판매 리어카들이 사라지고, 일반 상점에서도 캐럴을 틀지 않으면서 요즘은 거리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임을 실감하기가 쉽지 않다.
세간에는 길거리에서 캐럴이 사라진 이유가 저작권료 부담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고, 이에 대해 한국음악저작권협회한음저협는 오랫동안 그렇지 않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저작권료 이슈가 크리스마스 캐럴 실종에 일정 정도 영향을 주긴 했지만, 캐럴이 사라진 원인이 저작권료에만 국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 매장서 음악 사용비↑…가수·음반제작자까지 보상해야
2009년에 캐럴을 포함한 음원의 사용과 관련한 중요한 법 개정이 있었다. 기존에는 상점에서 노래를 틀면 작사·작곡가에게만 저작권료를 줬는데, 해당 노래를 부른 가수와 해당 음반의 제작자에게도 보상금을 주도록 저작권법이 개정됐다.
상점과 같은 대중 시설에서 노래가 나오면 가수들의 공연 기회가 줄고 음반 판매가 감소할 소지가 있어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이는 당시 우리나라가 가입한 국제 조약인 세계지적재산권기구 실연·음반 조약에도 부합한 조치이기도 했다. 해당 조약의 제15조는 "실연자와 음반 제작자는 상업적인 목적으로 발행된 음반이 방송이나 공중 전달에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이용되는 경우에 공정한 단일 보상에 대한 권리를 누린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 법령을 기준으로 작곡가와 작사가 등 저작권자에게 지급하는 대가를 공연사용료, 가수와 음반 제작자 등에게 주는 것은 공연보상금이라고 한다. 이를 합쳐 공연권료라고 칭한다.
매장 분위기에 맞는 노래를 틀어 고객 방문을 유도하던 상인들 입장에선 공연사용료에 공연보상금까지 내게 돼 노래 사용 비용이 두배로 늘어난 셈이다.
스트리밍 방식으로 음반을 재생해도 판매용 음반을 사용한 것에 해당한다는 2015년 대법원판결도 상인들에게는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했다.
현대백화점이 당시 KT뮤직으로부터 디지털 음원을 제공받아 매장에서 스트리밍 방식으로 틀었는데, 대법원은 이에 대해 가수와 음반 제작자에게도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저작권법 시행령 개정으로 2018년엔 공연권료를 내야 할 대상이 확대됐다.
커피전문점, 기타 비알코올 음료점주스 전문점, 찻집, 다방 등, 생맥주 전문점, 기타 주점소주방, 막걸릿집, 토속 주점 등, 체력단련장, 복합쇼핑몰 등이 새롭게 납부 대상으로 추가됐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한음저협 "캐럴 실종, 소음·에너지 규제 때문"
그렇다면 이런 공연권료 부담 때문에 캐럴이 사라진 건가.
꼭 그렇게만 볼 수도 없다. 이는 공연권료 납부 방식 때문이다. 공연권료 납부 대상 사업자는 공연권료를 월정액으로 낸다. 특정 노래를 틀 때마다 건별로 공연권료를 내는 게 아니다.
매장에서 음악을 틀 수밖에 없는 업주 입장에서 이미 공연권료를 내고 있다면 캐럴을 튼다고 해서 공연권료를 더 낼 필요가 없는 의미다.
또한 공연권료는 영업장의 크기에 따라 요율을 달리한다. 영업장이 클수록 더 많이 내는 구조다.
영업장 면적이 50㎡약 15평 미만이면 아예 공연권료 납부가 면제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가 2019년 발간한 매장 음악 공연권료 상담 사례집에 따르면 국내 음료·주점업의 경우 약 40%가 이런 소규모 사업장에 해당해 공연권료를 내지 않아도 됐다.
한음저협은 길거리에서 캐럴이 사라진 이유를 정부의 소음·에너지 규제에서 찾는다.
현행 소음·진동관리법은 매장 외부에 확성기를 설치해 발생하는 소음이 주간에는 65㏈, 야간엔 60㏈을 초과하면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소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보통의 대화 소리, 백화점 내 소음의 크기가 60㏈이고, 전화벨 소리나 거리의 소음은 70㏈이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들리게끔 캐럴을 틀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생활 소음 규제 기준이 현행과 같이 주간 65㏈, 야간 60㏈로 설정된 시기는 2010년이다.
한음저협은 또한 매장 내에 노래를 틀고선 행인들이 이를 들을 수 있게 문을 열어 놓으면 난방 효율 저하로 에너지 규제 정책의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캐럴에 대한 인기가 예전과 같지 않고, 음악을 스마트폰과 이어폰을 이용해 듣는 식으로 음악 소비 방식이 변한 점 등도 캐럴 실종의 배경으로 꼽힌다.
한음저협 관계자는 "캐럴 음악에만 저작권료가 별도로 책정된 것이 아니다"며 "저작권료 납부 의무가 있는 특정 업종은 기존처럼 저작권료를 납부하면 캐럴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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