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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워홈 분쟁 장남-장녀 연합 승리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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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41회 작성일 24-06-12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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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의 불씨’는 살아 있다


온갖 구설수에 휘말렸던 아워홈 남매간 경영권 분쟁이 당장은 일단락됐다. 최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승부가 났다. 故 구자학 아워홈 회장 장녀 구미현 씨가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며 아워홈 사내이사 3인이 모두 ‘구본성파’로 꾸려지게 됐다. 지금껏 대표이사로 회사를 이끌어온 막내 구지은 부회장은 재선임에 실패하며 경영에서 물러나게 됐다.

혼란의 불씨는 꺼지지 않은 모습이다. 구지은 대표이사 부회장 임기가 만료됐는데도 아직 신임 대표가 결정 나지 않은 데다 자매간 법정 다툼도 예고돼 있다. 예전부터 경영권 매각을 원해왔던 장남-장녀 연합이 집권하면서 사내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가정주부인 구미현 씨를 비롯해 사내이사 전원, 경영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도 내부에서 이번 주총 결과에 반발하는 이유 중 하나다.

아워홈 분쟁 장남-장녀 연합 승리했지만…


장남 손잡고 경영권 가져온 장녀

구미현 씨, 신임 대표 ‘셀프 추천’도

아워홈은 지난 5월 31일 사내이사 추가 선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열었다. 지난 4월 정기 주총에서 구지은 부회장이 이사회서 밀려났고 구미현 씨와 그 남편인 이영열 전 한양대 의대 교수 두 명만 사내이사로 선임된 상황이었다. 현행법상 자본금 10억원 이상 기업은 사내이사가 최소 3인 이상이어야 한다.

이번 주총 결과를 요약하자면 ‘장남-장녀 연합의 승리’다. 구본성 전 부회장이 사내이사 후보로 내세웠던 그의 장남 구재모 씨 선임안이 통과됐다. 반면 구 부회장은 사내이사 재선임에 실패했고 구미현 씨 설득을 위해 내걸었던 자사주 매입도 불발됐다. 이로써 구미현 씨 부부와 구재모 씨까지 아워홈 사내이사 3명은 전원 ‘장남파’가 됐다.

표면상으로는 ‘구지은 vs 구본성’ 구도였지만 사실상 키를 쥔 건 장녀 구미현 씨였다. 필요에 따라 둘 사이를 오가며 자신이 보유한 ‘캐스팅보트’를 적극 활용해왔다. 현재 아워홈 지분은 구본성 전 부회장이 38.56%, 장녀 구미현 씨가 19.28%, 차녀 구명진 전 캘리스코 대표 19.6%, 삼녀 구지은 부회장이 20.67%를 갖고 있다.

2017년 구본성 전 부회장 편에 서서 그가 경영권을 차지할 수 있도록 도왔던 구미현 씨는 2021년에는 장남 손을 놓고 막내 구지은 부회장 편을 들었다. 구본성 전 부회장 ‘보복 운전’ 논란으로 비난 여론이 거세지며 퇴출에 뜻을 모았다. 당시 세 자매는 이사 선임과 배당 제안 등에서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내용의 주주 간 협약을 체결하고 구 전 부회장을 대표에서 해임했다.

그랬던 구미현 씨는 2022년 다시 구지은 부회장을 뿌리치고 장남 편을 들고 나섰다. 당시 구지은 부회장이 경영 정상화 차원에서 결정한 ‘무배당 방침’에 반발해서다. 구본성 전 부회장은 구미현 씨에게 함께 지분 매각을 제안했고 구 씨는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법원이 세 자매가 2021년 체결한 의결권 통합 협약이 아직 유효하다고 판단하며 최종 매각은 무산됐다.

장남-장녀 연합은 올해 기어이 경영권을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지난 4월 정기 주총에서 구지은 부회장을 이사회서 쫓아냈고 최근 임시 주총에서 사내이사 전원을 장남파로 구성했다.

구지은 부회장 임기가 6월 3일부로 끝났지만 신임 대표는 아직 미정이다. 대표이사는 이사회 결의로 선정된다. 유력 후보는 구미현 씨다. 그는 임시 주총을 하루 앞둔 지난 5월 30일 주주 서한을 통해 ‘스스로 대표이사에 오르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최종 결정은 나지 않은 상태다. 새로 선임된 사내이사 사이에서 의견이 모이지 않아 아직 이사회를 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총에선 같은 편이었지만 대표 선임을 놓고는 또 장남-장녀 의견이 갈리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현재는 구지은 부회장이 계속 대표이사직을 유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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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혼란…아워홈 미래는

경영권 매각 나설 듯…노조는 ‘반대’

재계 관계자와 아워홈 직원 일동은 향후 사내이사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장 큰 이슈는 ‘경영권 매각’이다. 장남과 장녀 연합은 그동안 사모펀드에 아워홈 지분 매각을 희망해왔다. 기업은 이사회 승인 없이 제3자에게 지분을 팔기 어렵다. 하지만 최근 이사회를 장악한 만큼 과거 못 이뤘던 회사 매각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아워홈 내부에서는 격렬한 반발이 터져 나오는 중이다. 아워홈 노조를 중심으로 회사 성장에는 관심이 없고 본인 배만 불리려고 하는 장남·장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노조는 그동안 구지은 부회장에 힘을 실어왔다. 최근까지 구미현 씨 집 앞에서 ‘트럭시위’를 벌이며 “경영에 무지한 구미현 씨 부부는 사내이사에서 즉시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시 주총 당일 역시 아워홈 본사 앞에서 장남-장녀 연합 반대 집회를 열기도 했다.

노조 측 우려에는 근거가 있다. 먼저 사내이사 경험 부족이다. 구미현 씨는 가정주부, 남편 이영열 씨는 교수 출신이다. 이번에 사내이사로 선임된 구본성 전 부회장 아들 구재모 씨 역시 6개월가량 아워홈 사원으로 근무한 것이 전부다. 경영 이해도가 떨어지는 만큼, 기업 운영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게 노조 주장이다. 구지은 부회장 중심으로 추진해왔던 신사업 ‘올스톱’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기업 관점에선 리스크다.

경영권 매각 시 나타날 고용 불안도 새 이사진에 반대하는 이유다. 사모펀드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구조조정’ 카드를 많이 선택하기 때문이다. 아워홈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대주주 오너가 사익을 도모하고자 지분 매각을 매개로 손을 잡고 아워홈 경영과 고용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 아워홈 노동자 생존권이 위협받는 중”이라며 “구미현, 이영열 등 사내이사는 경영 이력이 전무해 임직원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미현 씨, 최대 1200억 위약금 전망도

아워홈 경영권 매각이 실제 이행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 새 이사진 입장에서 보면 법정 소송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구지은 부회장은 과거 세 자매끼리 맺었던 의결권 통합 협약과 관련해 구미현 씨에게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세 자매는 ‘앞으로 주총에서 모든 안건 의결권을 통일해 행사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다른 주주에게 각각 300억원씩을 위약금으로 지급한다는 조항도 담겼다.

여기 따르면 구미현 씨는 지난 4월 정기 주총과 최근 임시 주총 등 2차례 협약을 어긴 셈이고 구지은·구명진에게 각각 60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올해 초 법원에서는 ‘해당 협약이 아직 유효하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구미현 씨가 내야 할 위약금은 최대 1200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법정 소송으로 갈 경우 경영권 매각은 어려움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 한 재계 관계자는 “막대한 위약금을 낼 여력이 없다면 구미현 씨 보유 지분은 가압류될 가능성이 있다. 가압류된 지분을 파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구지은 부회장과 구명진 전 대표가 보유한 ‘우선매수권’도 변수다. 아워홈 정관은 주식을 매각할 경우 다른 주주에게 주식을 우선 팔아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해놨다. 네 남매 중 누군가가 지분을 판다면 다른 이들이 우선매수권을 갖게 된다는 얘기다. 구 부회장이 다른 사모펀드와 손잡는 방식으로 장남-장녀 지분을 살 자금을 마련한다면,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기회도 남은 셈이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3호 2024.06.12~2024.06.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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