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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3년째 "내 돈 돌려달라"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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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2회 작성일 24-09-2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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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0월 준공된 인천공항 교통센터
IMF 자금난에 정부 사업비 추후 지급 약속
인천공사 23년째 사업비 475억 못 받아
인천공사, 공항철도주와 9년째 소송 중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지난 18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이 이용객들로 붐비고 있다.  문재원 기자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지난 18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이 이용객들로 붐비고 있다. 문재원 기자



어느날 회사에 힘있는 윗사람이 A씨에게 “당장 돈을 줄 수 없으니 일단 네 돈으로 건물을 지어라. 완공되면 공사비를 주겠다”고 지시했다. 건물이 완성됐다. 그러나 윗사람은 돌연 말을 바꿔 돈을 한 푼도 주지 않았다. A씨는 울며 겨자먹기로 자기 명의로 소유권 보존등기를 했는데, 어느날 그 건물에 누군가 들어왔다. ‘나와 임대차계약도 맺지 않고 왜 여기 사느냐’고 물으니 상대방은 “당신 회사 윗선에서 무상으로 써도 된다고 했다”고 답했다.


이 황당한 일은 실제 사건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천공사가 A씨이고 공항철도주가 A씨의 집을 점유한 당사자다. 정작 사업비도 주지않고, 집을 공짜로 빌려준 국토교통부는 23년째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29일 국회 국토위원회 소속 김기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자료를 종합하면 정부는 1998년 8월 5일 인천국제공항 개항을 앞두고 공항을 연결하는 철도교통센터 건설을 민자유치사업으로 추진했다. 하지만 사업자 선정은 지연을 거듭했다. 1997년 말부터 휘몰아친 외환위기 여파였다.

정부는 결국 이듬해 5월 “민자유치사업으로 추진하려면 2001년 공항 개항까지 준공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니 인천공사가 직접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건설자금은 지급되지 않았다. 정부 역시 사업비를 댈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인천공사는 자체적으로 돈을 조달해 착공 3년 만인 2001년 10월 30일 철도시설을 포함한 교통센터를 준공했다.

현재 하루 이용객만 27만여 명에 달하는 인천국제공항지하 4층~지상1층 교통센터 철도시설이 이때 지어졌다. 사업비만 474억6800만원이 투입됐다.

국토부는 그러나 준공 후 “관제센터는 국가만 관리할 수 있는 시설이라 인천공사가 출자해서 지으면 안 되는 시설인데 잘못 지시한 것”이라며 사업비를 한 푼도 돌려주지 않았다. 여러차례 사업비 지급을 요청했지만 회수가능성이 보이지 않던 인천공사는 결국 2002년 1월 공사 명의로 교통센터에 대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원래라면 국가소유여야 할 관제센터가 졸지에 인천공사 소유가 된 것이다.

교통센터 사업비 준다던 국토부, 돌연 “못 줘”


인천공사는 이후에도 여러 차례 국토부에 “철도시설을 포함한 교통센터 건설비를 정산하고 시설 소유권을 가져가라”고 요청했지만 “사업비를 정산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 사이 국토부는 2007년 3월 공항철도주에 인천국제공항 공항철도 운영·관리권을 부여했다. 공항철도가 교통센터 시설을 무상으로 쓰고, 여기서 나오는 수익도 가질 수 있도록 허락한 것이다.

인천공사는 공항철도측에 “우리와 임대차계약을 맺고 교통센터 시설을 사용하라”고 요청했지만, 공항철도는 “우리는 정부와 실시협약을 맺은 사업시행자이기 때문에 임대차계약 체결의 주체가 될 수 없다”며 거절했다.

여러차례에 걸친 요청에도 임대차계약을 거절당한 인천공사는 결국 철도 운행 8년만인 2015년 11월 공항철도주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손해배상을 제기했다.

지난 2007년 3월 23일 오전 인천공항철도AREX 전동차를 이용해 김포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이동한 승객들이 하차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07년 3월 23일 오전 인천공항철도AREX 전동차를 이용해 김포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이동한 승객들이 하차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정다툼은 지리하게 이어졌다. 소송을 제기한 지 8년만인 지난해 2월 1심 재판부는 인천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인천공사가 소송을 제기한 2015년 시점부터 임대료를 책정해 공항철도가 205억원을 지급하고, 점유가 종료할 때까지 사용료로 연간 31억4000여 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건은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갈등의 당사자인 국토부는 여전히 “사업비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7월 열린 국회 결산분석에서 “공항철도가 판결에 따라 지급해야 할 돈이 발생하면 이를 국토부가 부담할 것”이라는 답변만 내놓았다. 임대료는 대신 내줄 수 있지만 사업비는 줄 수 없다는 얘기다.

인천공사는 정부가 사업비를 정산해준다면 철도시설을 국가에 기부채납하겠지만, 사업비 정산이 끝내 이뤄지지 않는다면 판결 결과에 따라 공항철도로부터 임대료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김기태 의원은 “국토부에게 책임이 있는데도 그 책임을 다하지 않아 소관기관끼리 법률분쟁이 발생했는데도 국토부는 이를 해소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불필요한 법률비용만 발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토부는 지금이라도 두 기관 간의 법률분쟁이 빠른시일 안에 매듭지어질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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