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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까지 가게 지켜도, 수중엔 월 30만원" 퇴직 창업자들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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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2회 작성일 23-05-1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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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창업 붐’의 그늘] [上] 등 떠밀려 개업, 소득은 쥐꼬리

“이것저것 다 떼면 매달 수중에 30만~40만원 남아요. 남편은 하루가 멀다 하고 퇴직금 날린 셈 치고 가게 접자는데, 그래도 본전은 뽑겠다고 밤 10시까지 가게를 지킵니다.”

2년 전 퇴직금을 쪼개 충남 당진에 도너츠 가게를 차린 송모62씨 부부는 “매일 남는 도너츠만 보면 눈물이 울컥 난다”고 했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가 대거 퇴직하는 이른바 ‘실버 쓰나미’ 시대에 고령 창업이 붐을 이루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60세 이상이 창업한 기업은 12만9384개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6년7만3471개보다 76.1% 늘어난 역대 최고치였다.

하지만 이런 실버 창업 붐의 이면을 보면 생계 유지를 위해 ‘등 떠밀린 창업’이 많아 노후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본지가 한국고용정보원에 의뢰해 최근 고용 패널 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2021년 60세 이상 자영업자의 월평균 소득은 141만2000원으로 당시 월 최저임금182만2480원보다도 41만원이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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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택시보다 싼 창업비

노후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새로운 일자리도 찾기 어려운 실버 창업자들은 우선 적은 돈으로 창업할 수 있는 업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다시 노후 저소득을 만드는 ‘악순환’을 불러오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을 차리려면 최소 투자액 4200만원 정도로 가게 문을 열 수 있다. 서울에서 개인택시를 시작하는 데 드는 돈인 1억3000만원개인택시 사업증, 차량 구입비 등의 3분의 1수준이면 창업이 가능한 것이다.

프랜차이즈 빵집이나 아이스크림 가게도 대형 수퍼 내 작은 점포라면 1억2000만~1억3000만원이면 차릴 수 있다는 게 한 프랜차이즈 업체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령층일수록 노후 자금에서 많은 위험 부담을 지며 큰돈 투자하는 대신, 소자본 창업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그런데 적은 돈으로 창업할수록 점주가 손에 쥐는 돈도 쪼그라드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편의점은 창업비가 적게 들수록 프랜차이즈 본부와 이익을 많이 나눠야 하는 구조다. 한 편의점 점주는 “한 달에 1500만원 정도 벌면 절반은 본부에 떼 주고 나머지가 수중에 들어오는데, 여기에 아르바이트를 쓰면 인건비만 600만원이 나간다”고 했다. 아르바이트를 안 쓰고 가족들이 밤낮으로 가게를 지키지 않으면 용돈 벌이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경북 구미에서 편의점을 하는 김모62씨는 “6000만원쯤 들여 가게를 냈는데, 내수가 죽었는지 매출이 떨어지기만 하고 오를 생각을 안 한다”면서 “돈은 돈대로 안 벌리고, 아르바이트생들은 자꾸 펑크 내 가게 쫓아가야 해서 스트레스만 왕창 받아, 이제 편의점을 접을 생각”이라고 했다.

◇‘100만원 이하 소득’이 절반 넘어

실버 창업이 소자본 투자에 몰리다 보니 실제 월 소득도 생활비엔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었다.

한국고용정보원 분석에 따르면, 60세 이상 자영업자 중 2021년 평균 월소득순소득이 100만원에도 못 미치는 비율은 54%에 이르렀다. 심지어 월소득이 50만원도 되지 않는 60세 이상 자영업자도 3분의 1 수준인 34.7%였다. 지은정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생계 유지를 위해 겨우 폐업하지 않은 수준에서 유지하는 고령 자영업자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라고 했다.

또 60세 이상 자영업자의 월평균 소득은 141만2000원으로 50대 자영업자292만8000원의 48.2%, 40대 자영업자287만1000원의 49.2%에 불과했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 고령층 노동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은퇴 이후에도 생계를 해결해야 하는데 ‘대안’이 없다는 것”이라며 “젊은 고령층으로 부를 수 있는 65~70세에게 시니어 일자리를 줄 수 있는 정책 대안이 시급하다”고 했다. 우리도 일본처럼 고령자 정년 연장과 취업과 창업 지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일본이 2021년 ‘70세 정년퇴직’ 시대를 열면서 정년을 70세로 연장하거나 다른 업체의 재취업을 돕는 것 외에 또 내건 것이 고령층 창업 지원이었다”며 “은퇴자들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질 좋은 창업을 할 수 있는 조직적인 지원과 체계적 교육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버 창업’ 실패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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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모 기자 sungmo@chosun.com 강우량 기자 sab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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