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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팔면 30억 떼간다, 구글·애플의 수수료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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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3회 작성일 24-09-24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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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방조자’ 거대 플랫폼]
일러스트=양진경

일러스트=양진경

스마트폰 앱 마켓을 장악하고 있는 구글·애플이 국내 앱 개발사에 ‘수수료 갑질’을 계속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보통 구글 ‘플레이 스토어’나 애플 ‘앱 스토어’에서 앱을 다운받는다. 이 앱을 사용하면서 웹툰이나 게임 아이템 등 유료 결제를 할 때 대부분 구글과 애플의 결제 시스템을 이용한다. 이를 ‘인앱 결제’라고 하는데, 구글·애플은 국내 앱 마켓에서 85%에 이르는 독점력을 앞세워 결제액의 최대 30%를 수수료로 챙겨 간다. 한국산업연합포럼이 국내 게임사들의 사업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인앱 결제로 국내 게임사들이 두 회사에 지급한 금액이 최근 4년간2020~2023년 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미국과 유럽에선 독점력을 앞세워 30%의 수수료를 받는 것이 불공정 행위에 해당한다며 구글·애플에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따라 유럽에선 수수료율을 17% 수준으로 낮췄고, 미국에선 앱 개발사들과 소비자에게 약 1조1000억원을 배상했다. 하지만 한국에선 여전히 30%를 유지하고, 불만을 제기하는 앱 개발사는 앱 마켓에서 퇴출시키겠다며 위협한다.

구글·애플의 결제 수수료 30%는 과도하다. 애플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시스템 운영 비용 등을 감안할 때 12~13% 정도가 적정선이다. 과도한 수수료가 논란이 되자, 한국은 2021년 세계 최초로 ‘인앱 결제 강제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구글·애플은 이에 따라 한국에서 앱 개발사의 시스템을 이용하는 ‘제3자 결제’를 허용했지만, 실제는 허울뿐이었다. 개인 정보 보호 등 명목으로 26%의 수수료를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앱 개발사 입장에선 결제 시스템 구축 비용까지 고려하면 구글·애플의 30% 수수료를 감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픽=양진경

그래픽=양진경

연매출 200억원 규모의 국내 한 모바일 게임사는 10년 가까이 매출의 약 25%를 매년 구글에 내고 있다. 매출 대부분이 이용자가 게임 아이템을 결제하는 데서 나오는데, 이 중 30%를 인앱 결제 수수료로 구글이 가져간다. 이 때문에 영업이익률은 단 한 번도 10%를 넘기지 못했다. 앱 마켓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구글을 떠날 수 없다. 이 게임사 관계자는 “앱 마켓에서 구글의 힘은 국가보다 강하다”며 “해외에서는 구글이 독점 논란에 일부 수수료를 낮추고 있지만, 국내 중소 게임사들은 ‘잘못 보이면 앱 마켓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이의를 제기할 생각도 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래픽=양진경

그래픽=양진경

◇기업 위기로 내모는 결제 수수료

구글·애플의 ‘30% 결제 수수료’는 게임·웹툰·음악 등 앱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기업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과거 PC를 통해 소비되던 콘텐츠들이 최근엔 대부분 모바일 기기에서 이뤄지고 있다. 게임 아이템 판매 등 매출의 대부분도 모바일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객들이 앱에서 유료 콘텐츠를 구매할 때마다 매출액의 30%를 구글·애플이 떼어가는 것이다. 중견 게임 업계 관계자는 “인건비 등 게임 개발·유지 비용을 감안할 때, 매출의 30% 이상을 수익으로 남기는 것이 쉽지 않다”며 “사실상 수익의 대부분을 구글·애플에 수수료 명목으로 뜯기는 셈”이라고 했다.

과도한 결제 수수료는 고객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구글·애플은 2022년 게임 이외 다른 콘텐츠 앱에도 최대 30%의 인앱 결제 수수료를 일괄적으로 부과했다. 당시 멜론·바이브 등 음악 앱들은 가격을 10~15%가량 올릴 수밖에 없었다. 한 음악 앱 관계자는 “가격 인상에도 회사의 수익은 거의 늘지 않았다”며 “인상된 금액 대부분이 구글·애플에 고스란히 들어간 셈”이라고 했다.

과도한 결제 수수료 논란에 국내에선 2021년 ‘인앱 결제 의무’를 금지하는 법안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하지만 거대 플랫폼들의 ‘수수료 갑질’은 멈추지 않았다. 우선 ‘제3자 결제’를 허용한다며 앱 개발사의 결제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게 했지만, 최대 26%를 개인 정보 보호 등의 명목으로 가져갔다. 구글·애플에 ‘결제 수수료’를 내지 않으려면, 콘텐츠 사업자의 사이트웹에서 직접 결제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구글과 애플은 이런 사이트로 직접 넘어갈 수 있는 인터넷 링크를 앱에 표시할 수 없도록 했다. 고객들이 ‘직접 결제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기 어렵게 만든 것이다.

인앱 결제 수수료가 처음부터 과도하게 책정됐다는 구글과 애플의 내부 폭로도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게임사 에픽게임즈와 구글이 인앱 결제를 두고 벌인 소송 과정에서 손해배상 감정인이 구글의 내부 문서를 인용하며 “경쟁 시장에서 받을 수 있는 구글의 인앱 결제 수수료는 최대 10%이며, 실제 구글의 수수료 비용은 4~6% 수준에 불과하다”고 증언했다. 이영기 위더피플 외국 변호사는 “국내 게임사들은 인앱 결제로 인해 지난 4년간 약 9조원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앱 개발사들이 구글·애플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보복을 우려해 정당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래픽=양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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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피해 막아야

기업별 결제 수수료는 구글·애플과 직접 협상을 통해 조정할 수는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과 달리 국내 기업들은 구글과 애플에 보상을 요구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앱 개발사들에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애플 ‘앱 스토어’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만큼 두 빅테크의 보복이 두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쉽지 않다. 구글·애플과의 계약에 따라 한국이 아닌 미 캘리포니아 법원에 제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미국법상 소송 제기 시점에서 4년 전 피해까지만 청구할 수 있는 만큼 인앱 결제 규모가 컸던 코로나 때의 피해를 보상받으려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국내 기업 보호를 위해 인앱 결제에 대한 더 구체적인 방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 지난 2021년 인앱 결제 강제 방지법을 제정하며 ‘특정 결제 방식’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구글·애플은 인앱 결제 외에 제3자 결제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가면서 기존보다 높은 수수료가 부과되도록 만들었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인앱 결제 강제 방지법에 금지 행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손해배상 청구 등이 가능하도록 강력한 제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인앱결제in-APP Purchase

앱에서 게임 아이템이나 웹툰 등 유료 콘텐츠를 결제할 때 구글·애플의 자체 결제 시스템을 통해서만 결제하도록 하는 방식. 구글·애플은 앱 개발사들이 ‘플레이 스토어’와 ‘앱 스토어’ 같은 자사 앱 마켓을 통해 고객이 앱을 내려받을 수 있게 하는 대신, 인앱결제 과정에서 최대 30%의 수수료를 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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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락 기자 rock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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