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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는 이미 헤어질 결심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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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0회 작성일 24-09-23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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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 전 대표 복귀시켜달라”


“저희가 원하는 건 민 대표님이 대표로 있는, 경영과 프로듀싱이 통합된 원래의 어도어고 의견이 잘 전달됐다면 방시혁 의장님 그리고 하이브는 9월 25일까지 어도어를 원래대로 복귀시키는 현명한 결정을 해주시기 바란다.”

K팝 팬들이 우려하던 일이 드디어 벌어졌다. 어도어 소속 아이돌 그룹 뉴진스가 긴급 라이브 방송을 켜고 하이브를 향한 전면 대응에 나섰다. 요약하면 “해임된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를 복귀시켜달라”는 것. 하이브 측은 “원칙대로 차분하게 대응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거부다. 이에 뉴진스가 전속계약 해지를 위해 법적 다툼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어도어와 하이브를 떠나 독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승소 가능성이 낮은 만큼, 단순 계산으로도 5000억원에 달하는 위약금 지급이 관건일 것으로 내다본다.

뉴진스는 이미 헤어질 결심했나


뉴진스-하이브 갈등 시작점은

따돌림 논란까지 증폭돼

아티스트가 소속 기업에 ‘경영 관련 요구’를 하는 사례는 찾기 쉽지 않다. 뉴진스는 어쩌다 이 같은 이례적 행동을 취했을까.

핵심은 민 전 대표 해임이다. 8월 27일 오후 1시 어도어 이사회가 열렸다. 주된 안건은 민 전 대표 해임과 신임 대표 선임. 사내이사 4명 중 3명이 하이브 측 인사로 구성된 이사회는 속전속결로 진행했다. 신임 대표도 하이브 측 인사 중 한 명이 맡았다. 김주영 어도어 신임 대표는 하이브 최고인사책임자CHRO 출신의 인사관리 전문가로, 지난 5월 모회사 하이브가 어도어의 이사회 구성을 바꿀 때 사내이사로 합류했다. 어도어는 민 전 대표가 물러나더라도 뉴진스 프로듀싱 업무는 그대로 맡는다고 했으나, 민 전 대표는 “2개월짜리 단기 계약이며 언제든 해임이 가능한 불공정 계약”이라며 사실상 거절했다.

해임 관련 반발 의사도 밝혔다. 민 전 대표는 “이번 해임 결정은 주주 간 계약과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결정에 정면으로 반하는 위법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민 전 대표에 따르면 주주 간 계약은 ‘하이브는 5년 동안 민희진이 어도어 대표이사·사내이사의 직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어도어의 이사회에서 하이브가 지명한 이사가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어도어는 “이사회 결정은 안건 통지와 표결 처리까지 모두 상법과 정관이 정한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민 전 대표 해임을 둘러싼 논란은 뉴진스 주변인까지 번졌다. 뉴진스와 뮤직비디오 협업을 해온 돌고래유괴단과 어도어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양측은 콘텐츠 활용을 두고 입장 차를 보이며 사실상 ‘협업 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뉴진스도 지난 긴급 라이브 방송에서 “대표님이 해임되고 일주일 만에 지금까지 함께해온 감독님과 더는 작업을 할 수 없게 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동시에 뉴진스 ‘따돌림’ 논란도 다시 화두에 올랐다. 뉴진스 멤버 하니는 “하이브 소속 가수 매니저가 멤버들에게 본인을 무시하라”고 말했다며 일종의 따돌림 사례를 전했다. 직장갑질119는 “담당 매니저가 하니의 인사를 무시하고, 다른 이들에게 뉴진스 멤버들의 인사를 무시할 것을 주문했다면 이런 행동은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 괴롭힘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원칙’ 선택한 하이브

뉴진스, 5000억 외부 조달?

하이브는 이번 논란을 두고 “원칙대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이브는 ‘멀티레이블 운용 원칙’하에 경영과 프로듀싱의 분리를 추진해왔다. 앞선 민 전 대표 해임 당시 어도어 이사회도 “제작과 경영을 분리한다. 이는 다른 모든 레이블에 일관되게 적용돼왔던 멀티레이블 운용 원칙이었으나, 그간 어도어만 예외적으로 대표가 제작과 경영을 모두 총괄해왔다”고 밝혔다. 즉 원칙대로 대응한다는 건 뉴진스가 요구한 ‘민 전 대표 복귀’ ‘제작·프로듀싱 통합’을 거절한다는 뜻이다.

이에 뉴진스의 하이브 이탈 가능성이 대두된다. 근거는 ‘데드라인’이다. 통상 계약해지 소송은 계약 기간이 남은 아티스트가 소속사에 불만 등 요구사항을 전하고 회사 측이 보정할 기간을 적시하는데, 그 기간이 2주다. 대중문화예술인가수·연기자 표준전속계약서 고시 제16조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 등는 “ ‘기획업자’ 또는 ‘가수’ 중 일방이 이 계약에서 정한 내용을 위반하는 경우, 상대방은 유책 당사자 일방에 대하여 14일의 기간 동안 위반사항을 시정할 것을 요구하고, 그 기간 내에 위반사항이 시정되지 않거나 혹은 시정될 수 없는 경우에는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으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뉴진스의 긴급 라이브 방송9월 11일 기준 데드라인9월 25일 시점은 정확히 2주 뒤다.

다만 법조계는 소송이 본격화해도 승소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수익 미정산이나 인격적 모독행위 등 뚜렷한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 한 계약 의무 위반으로 보기 힘들다는 평가다. 이 경우 뉴진스 멤버들이 외부 투자자 지원을 받아 위약금을 내고 계약을 해지할 가능성도 있다. 대중문화예술인가수·연기자 표준전속계약서 고시 제16조에 따르면 아티스트는 계약 해지 당시를 기준 직전 2년간의 월평균 매출액에 계약 잔여 기간 개월 수를 곱한 금액을 위약벌로 소속사 측에 지급해야 한다. 소속 가수가 뉴진스뿐인 어도어의 지난해 매출은 1102억원. 이를 월별 평균 매출로 환산하면 약 90억원이다. 뉴진스 계약 기간은 5년가량 남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 고려하면 단순 계산으로도 위약금은 약 5000억원 안팎이다.

뉴진스 없는 ‘하이브’ 괜찮을까

실적·장기 계획 불확실성 고조

지난해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하이브 매출과 영업이익은 2조1780억원, 2956억원이다. 소속 가수가 뉴진스뿐인 자회사 어도어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1102억원, 335억원이다. 어도어가 차지하는 하이브 매출, 영업이익 비중은 각각 5%, 11.3%다. 수치만 놓고 보면 뉴진스가 하이브에서 빠져나가는 ‘최악’을 가정해도 타격은 크지 않다.

하지만 자본 시장 반응은 다르다. 주가 하락폭이 심상찮다. 지난 9월 11일 17만3900원이던 하이브 주가는 뉴진스의 긴급 라이브 방송 다음 날인 9월 12일 16만9000원으로 마감했다. 이후에도 하락세가 이어져 9월 19일 16만1600원까지 떨어졌다.

이유는 단순하다. 뉴진스의 하이브 내 ‘존재감’ 때문이다. 뉴진스가 소속된 어도어는 BTS 소속사인 빅히트뮤직을 제외하면 하이브 멀티레이블 중 가장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4월 하나증권이 내놓은 리포트에 따르면 하이브 주요 레이블의 2~3년 후 기업가치는 빅히트 6조1000억원, 어도어 2조원, 플레디스 1조7000억원, 빌리프랩 1조3000억원 등이다. 당시 하나증권은 2025년 뉴진스 관련 매출이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뉴진스가 이탈할 경우 어도어 밸류에이션은 사실상 ‘제로’다. 소속 가수가 뉴진스뿐인 만큼, ‘앙꼬 없는 찐빵’이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7호 2024.09.25~2024.10.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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