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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공백 길어진다…하반기 전공의 7645명 모집에 104명만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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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5회 작성일 24-08-0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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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공백 길어진다…하반기 전공의 7645명 모집에 104명만 지원
9월 수련을 시작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 마감일인 31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 신입 전공의 모집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의료공백은 하염없이 길어지게 됐다.

국내 수련병원들이 올 하반기 총 7645명의 전공의를 모집했지만 마감 결과 총 104명만이 지원한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수련 복귀 기회를 최대한 부여하기 위해 8월중 추가모집을 실시할 예정이다.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하반기 전공의 모집 마감 결과, 총 104명인턴 13명, 레지던트 91명 지원했다. 이는 모집정원 7645명의 1.36%에 불과한 숫자다. 당초 전국 수련병원 126곳은 올 하반기 인턴 2525명, 1년차 레지던트 1446명, 상급년차2∼4년차 레지던트 3674명 등 총 7645명의 전공의를 뽑기로 한 바 있다.

전공의들은 지난 2월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으로 사직한 뒤 병원을 떠났고, 여전히 돌아오지 않는 상황이다. 정부는 의료현장과 전공의들의 수련 과정을 정상화하고자 하반기 모집 응시자에게 ‘수련 특례’를 적용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전공의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앞서 정부는 사직 전공의들이 신속히 돌아올 수 있도록 ‘동일 연차·과목 복귀’를 허용하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는 데 무리가 없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수련 특례는 하반기 모집에 응시하는 전공의에게만 적용될 뿐 복귀를 위한 추가 대책은 고려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끝내 전공의들의 마음을 돌리진 못했다. ‘빅5’ 병원으로 불리는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의 하반기 전공의 모집 지원자 수는 총 45명에 불과했다. 서울대병원은 191명인턴 159명, 레지던트 32명, 세브란스병원은 714명인턴 146명·레지던트 568명, 서울아산병원은 440명인턴 131명·레지던트 309명, 삼성서울병원은 521명인턴 123명·레지던트 398명을 모집했다. 다만 전체 모집인원의 2.41%밖에 채우지 못했다.

여타 전국 각지 수련병원의 분위기도 서울과 다르지 않다. 지역의 대학병원은 전공의들의 수도권 이탈을 우려해 사직 처리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애초 모집하는 규모도 크지 않았다. 지역의 한 수련병원 관계자는 “일부 병원에서 새로 지원하는 전공의들을 제자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교수들의 입장도 나온 상황에서 누가 지원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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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수련을 시작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 마감일인 31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 노동조합이 게시한 교섭 요구안이 붙어 있다. 해당 요구안에 "전공의를 활용한 병원 운영은 더 이상 존재하기 힘들 것"이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문구가 적혀 있다. [연합]

대다수 전공의는 수련을 재개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직한 전공의 A씨는 “주변 지인들 모두 수련 현장을 완전히 떠나서 ‘가을턴하반기 전공의’ 관련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없다”며 “접수 기간이 언제부터 언제까지인지도 몰랐다”는 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예측했던 바와 다르지 않다는 반응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전공의 모집이 마감된 후 보도자료를 통해 “예상대로 지원율이 극히 미미하다”며 “정부의 갈라치기 술책과 행정명령 철회, 수련 특혜 등 당근책은 전공의들에게 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계가 주장했듯이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는 이상 정부가 그 어떤 대책을 내놓는다 해도 실패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며 “그 사실을 아둔한 정부만 모르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전공의들이 하반기 모집에 지원하지 않으면서 의료현장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지난 2월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 후 의료현장은 진료와 수술을 대거 축소하면서 힘겹게 버티고 있지만, 하반기에도 전공의들이 충원되지 않으면서 또다시 한계에 직면하게 됐다. 수련병원들은 전공의들이 끝내 돌아오지 않으면서 ‘전공의 없는 상태’가 당분간 지속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앞으로 전공의 없이 어떻게 병원을 유지할지, 수련체계는 어떻게 해야 할지 등에 대한 고민이 이어져야 할 것”이라며 “전공의가 없는 상태로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복귀가 요원해지자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개편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를 마냥 기다리기보다는 상급종합병원에 전문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 비율을 늘리며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로 인한 공백을 메울 계획이다. 상급종합병원의 일반병상을 5∼15% 감축하는 등 중등증중증과 경증 중간 환자 비율을 줄이고, 전문의와 PA 간호사를 활용해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체질 자체를 바꾼다는 전략이다.

상급종합병원이 경증 환자까지 대거 진료하는 ‘박리다매’ 방식으로 수익을 내는 게 아니라 본래의 목적에 맞게 중증 환자 위주로 진료할 수 있는데 주안점을 둔다는 얘기다. 복지부 관계자는 “과도한 전공의 의존을 줄일 수 있도록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과 같은 실효적이고 근본적인 개혁 추진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며 “현장 의견을 반영해 9월 중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을 위한 시범사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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