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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이병철 영상 수백만 조회….MZ세대, 1세대 기업가들 불러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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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01회 작성일 24-08-08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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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이병철·구인회·박태준 스토리, 유튜브서 화제
無에서 有 창조한 도전에 자극 받고 기업가 정신 공감

그래픽=백형선

그래픽=백형선

‘새벽 3시에 시작하는 정주영 회장가의 아침’320만회, ‘이병철 회장이 73세에 던진 승부수, 반도체’274만회, ‘등소평이 영입하려 했던 포항제철 창업자 박태준’66만회, ‘금성사 구인회, 라디오와 TV의 시대를 열다’27만회.

최근 한국의 창업 1세대 기업인 관련 영상들이 유튜브에 올라와 수십만~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대부분의 영상은 1분 이내의 ‘쇼츠’짧은 영상다. 10분 내지 길게는 1시간짜리 영상과 달리 쇼츠는 20~30대들의 이용 비중이 높은 영상물이다.

정주영 회장이 사우디에서 12억달러짜리 주베일 항만 공사를 수주한 일화, 새벽에 일어나 그날 할 일을 꼭 메모했던 이병철 회장의 생활 습관 등 수없이 많다. 네이버 이해진, 카카오 김범수, 엔씨소프트 김택진 같은 벤처 기업인들에게 익숙한 MZ세대들이 70~80년 전 창업에 나서 산업화 기적을 이룩해낸 1세대 기업가들을 다시 부활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영상에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죽기 살기로 덤비면 안 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도 안되는 위기를 극복하는 걸 보면서 별거 아닌 데에도 좌절하는 나와 비교하니 소름이 돋았다” 등의 댓글이 달려 있다.


그래픽=백형선

그래픽=백형선

1세대 창업가들이 소환되는 것은 MZ들이 처한 복합적 현실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보다 경제적으로는 훨씬 부유해졌지만, 취업난 등 고달픈 현실을 이겨낼 내성이 떨어진 MZ들이 불굴의 정신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일군 산업화 영웅들의 이야기에서 힘을 얻는다는 것이다. 한 30대 스타트업 창업자 A씨는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한 세태에서, 1세대 창업가들이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국가까지 생각하며 업을 일궜다는 점이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최근엔 1세대 기업가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 청년들을 위한 캠프나 교육 행사, 자서전 등도 활성화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 6월 롯데그룹과 함께 신격호 창업주 추모관이 있는 롯데인재개발원에서 기업가 정신 캠프를 열었는데, 이곳에 대학생만 200여 명이 모였다. 학생들은 신격호 회장이 일본 집무실에 한국 농촌 풍경 그림을 걸어 놓고 늘 고국을 떠올리며 사업을 일군 이야기 등에 큰 호응을 보였다고 한다. 김영은 한경협 경제교육팀장은 “기성 세대들은 1세대 기업가들에게 정경유착 같은 단어부터 떠올리지만 오히려 젊은 세대들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1세대 기업가의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에 크게 감동하고 있다”고 했다.

LG전자는 지난 6월 ‘담대한 낙관주의자, LG전자 사람들’이란 책을 발간했는데, 첫 에피소드로 구인회 창업회장의 일화를 담았다. 1948년 ‘럭키 크림’이 큰 인기를 끌 때, 불량품이 좀 나와도 괜찮다고 말하는 동생들에게 구 창업회장이 “보래이. 100개 중의 1개만 불량품이어도 다른 99개까지 다 불량품이나 마찬가진기라. 아무거나 많이 팔면 장땡이 아니라 1통을 팔더라도 좋은 물건 팔아서 신용 쌓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걸 느그들은 와 모르나”라고 불호령을 내린 일화다.

SK그룹이 지난 4월에 경기 수원 최종건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의 생가에 문을 연 ‘SK고택’에도 MZ세대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6·25 전쟁 후 잿더미가 된 공장을 재건해 선경직물을 세운 창업회장과 “사업은 제품이 아니라 미래를 파는 것”이라고 했던 선대회장의 이야기에 자극받는다고 한다.

지난달 경남 진주에서 1박 2일로 열린 ‘K-기업가 정신 청년 포럼’에 200여 대학생이 참석해 경남 출신인 삼성, LG, GS, 효성 창업주들의 ‘사업보국’ 정신을 배우고 있다. /진주시

지난달 경남 진주에서 1박 2일로 열린 ‘K-기업가 정신 청년 포럼’에 200여 대학생이 참석해 경남 출신인 삼성, LG, GS, 효성 창업주들의 ‘사업보국’ 정신을 배우고 있다. /진주시

경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트로트 가수 이찬원28도 최근 한 방송에서 “대우 김우중 회장 자서전을 네 번 정독했다”고 밝혔다. 이씨가 언급한 자서전은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로, 이씨가 태어나기도 전인 1989년 초판이 나와 최단기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던 책이다. 이후 김우중 회장 별세2019년 1년 전인 2018년 개정판이 나와 지금도 꾸준히 읽힌다.

지난 2021년 말 부산 기장군의 박태준 포스코 창업회장 생가 옆에 문을 연 ‘박태준 기념관’은 박 회장의 정신을 조명하는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우향우 정신’ 같은 박 회장의 불굴의 의지에 10~20대 학생들이 특히 감동한다”면서 “최근엔 대학생들의 방문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 경남 진주시에서 열린 ‘진주K기업가 청년포럼’에는 25개 대학 경제·경영 관련 전공 대학생 200여 명이 참석해 진주시·의령군·함안군 등에 있는 LG·GS·삼성·효성 등 4대 창업주의 생가를 방문하고 창업 역사를 공부했다.

미래를 열어갈 20~30대에게 창업은 또 다른 선택지다. 하지만 이들 스스로는 기업가 정신이 높지 않다고 여기고 있다. 지난 4월 한국경제인협회의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기업가 정신이 높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이 20대는 38%, 30대는 41%였다. 60대 이상51%과 비교해 크게 낮았다. 2030세대는 또 ‘기업가 정신이 낮은 이유가 뭔가’라는 질문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27~28% ‘사회 전반적인 고소득 임금 근로 선호 풍토’25~26%등을 이유로 꼽았다.

그런 젊은 세대들이 1세대 기업가들의 창업 정신에 감동하고, 이를 통해 창업으로 이어진다면 또 다른 국가 경쟁력이 될 것이란 기대도 크다. 후진국이었던 1960~70년대 한국에서 ‘근면’을 기반으로 조선·철강·전자 등 당시 선진국 산업에 뛰어들어 전후 재건을 넘어 도약을 이끌어낸 성공 방식이 현 시대에도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상만 성균관대 경영 교수는 “글로벌 기업가 정신의 공통점이 도전, 혁신이라면 한국의 1세대 기업가 정신은 ‘공동선 기여’가 최우선이었다”며 “카카오, 네이버 등 최근 벤처인들의 정신과는 또 다른 ‘공공의 이익’ 철학이 몇 세대를 뛰어넘어 청년들에게 이어진다면 이 또한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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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구 기자 jglee@chosun.com 서유근 기자 kore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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