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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진료·밤 당직 7개월째…"이미 번아웃, 올해 안에 사직" 교수들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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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5회 작성일 24-09-2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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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의사 부족에 따른 응급실 의료대란에 정부가 군의관을 추가 투입하기로 한 9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지나가고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응급실을 둘러싼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오늘 추가로 군의관 235명을 응급의료를 중심으로 인력이 필요한 의료기관에 배치한다. 2024.9.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지난 2월20일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해 병원을 떠난 지 꼬박 7개월째를 맞았지만, 그 사이 의정 간 공식적인 대화는 단 한 차례도 진행되지 않으면서 의정 갈등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밤샘 당직, 입원 환자 진료 등을 도맡아온 전공의들의 일까지 고스란히 떠안은 의대 교수 상당수는 "체력이 바닥난 지 오래"라며 "올 연말을 넘기지 못하고 사직할 것 같다"는 분위기가 주류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211개 수련병원 전공의 1만3531명 중 91.1%에 달하는 1만2329명13일 기준이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전공의 대다수는 정부의 태도 변화 없이는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응급실 전문의 번아웃은 응급실의 진료 제한·축소로 나타나고 있다.

충청권에서는 이미 건국대병원 충주병원과 세종충남대병원이 야간 응급실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충북 유일의 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병원은 다음 달 1일부터 주 1회 오후 6시~다음 날 오전 8시 성인 응급의료센터 진료를 제한할지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공의 부족과 이로 인한 응급의학과 전문의 피로 누적으로 더는 정상 운영이 불가능해지자 이 같은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6명 중 1명이 휴직에 들어가면서 남은 5명이 번갈아 가며 응급실 당직 근무를 서 왔다. 중증 환자 위주로 진료하며 응급실을 축소 운영했지만, 전문의들의 피로가 쌓이면서 추가 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달 전문의 6명 중 2명이 동시에 휴직·병가를 내면서 두 차례 일시적으로 응급실 운영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가 이 병원 응급실에 응급의학과 군의관 2명을 파견했으나, 중증·응급 환자 진료에 부담감을 호소하며 응급실 근무를 기피해 중환자실에서 근무 중이다.

장기이식 같은 중증 환자에 대한 대형 수술도 전공의 부재와 전문의 사직 증가로 줄었는데, 장기이식을 기다리던 환자가 목숨을 잃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일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전국 이식의료기관의 간·신장·심장·폐·췌장 등 5개 장기의 이식 건수뇌사·생체 기준가 지난해 2~6월 1796건에서 올해 같은 기간 1270건으로 526건29%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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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의사 부족에 따른 의료대란에 응급실 운영이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12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 응급의료센터 의료진 부족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4.9.1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2~5월 이식 대기 중 사망자는 1013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942명보다 71명7.5% 늘어난 수치다. 실제 현장에서는 제때 장기 이식 수술이 이뤄졌다면 살 수 있었던 환자들이 치료 시기를 놓쳐 목숨을 잃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수도권의 한 간이식과 교수는 "전공의 이탈 초기에는 이런 업무들을 전문의 등이 나눠서 하며 어느 정도 공백을 메꿀 수 있었으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현장에서 장기 기증 관리에 점점 구멍이 커졌다"고 토로했다.

남은 교수전문의의 당직 횟수 등 업무량은 내년에 폭증할 전망이다. 전공의의 빈 자리를 채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던 올 하반기 모집에 전공의가 고작 125명전체 모집 대상의 1.7%만 지원하는 데 그쳐서다. 매년 3000명가량 배출되던 신규 전문의가 내년엔 급감한 데다, 100명 안팎의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남은 교수들이 정년 퇴임 전 줄사직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안과 A 교수는 "이미 번아웃이 와 언제 그만두고 개원할지 고민 중"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수시를 강행해 결국 내년 의대 정원을 1509명 더 늘리겠다고 하니 진료와 당직도 힘든데 내년에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A 교수는 올해 만 60세로 해당 과 최고참이지만, 주 1회 당직을 선다. 이 병원 안과 전공의 8명이 지난 2월 모두 떠났고, 남은 전문의 7명 중 2명이 최근 번아웃으로 사직했다. A씨는 "안과 전문의들은 이 체제가 계속 간다면 올 연말을 넘기지 못하고 줄줄이 사표를 내겠다는 분위기"라며 "이미 40대 전후 젊은 교수들은 연내 사직하고 개원하기로 결심을 굳히는 분위기"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의 상급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응급의학과 B 교수는 "전공의가 해온 당직을 대신 서면서도 낮에는 진료를 그대로 한다. 이 생활을 7개월째 이어오다 보니 진료와 교육을 병행하기 힘들다"며 "내년에 신규 전문의도, 신규 전공의도 없는데 내년에 학생을 왕창 교육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이라고 호소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의대 증원이 중단되고 전공의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외에는 사태를 해결할 다른 방법이 없다"면서 "추석 이후 응급실 근무 교수와 전문의의 피로도 증가로 응급실 진료가 더 축소될 수 있고, 의료가 단순히 진료를 보기 어려운 단계를 넘어서 재난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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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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