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월급 280만원, 부모 연금 400만원…"용돈 받아야 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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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정모30씨는 은퇴한 부모보다 소득이 적다. 그는 월급으로 280만원가량을 받는데, 공무원으로 30여년을 일하다 퇴직한 정씨의 아버지와 국민연금을 받는 어머니의 연금소득을 합치면 400만원이 넘는다. 그는 “오피스텔에 전세로 살고 있어 이자45만원를 내고 하다 보면 남는 게 없다”며 “부모님에게 용돈을 드리기는커녕 용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 고령층에 따라잡히고 있는 청년 소득 20~39세에 해당하는 MZ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상대적으로 가난해지고 있다. 자산에 이어 소득까지 상대적 빈곤이 번졌다.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라는 MZ의 울분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1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분석 결과 올해 1분기1~3월 세대주가 39세 이하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87만원이었다. 같은 분기 60세 이상 세대주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355만원이다. 두 세대의 소득 차이는 1.37배였는데, 이는 역대 가장 적은 격차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소득 증가율, 60세 이상이 MZ의 2배↑ 고령층의 소득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동안 청년층의 소득 증가율은 둔화했다. 가계동향조사는 2019년 조사 방식을 바꿔 2019년 이전과 이후를 같은 선에서 비교하기 어렵다. 그래서 2019년과 10년 전인 2009년을 비교하면 39세 이하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분기 기준 25.7%339만→426만원 늘었다. 같은 기간 60세 이상 세대주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55만원에서 240만원으로 54.8% 늘었다. 이 기간 40대 가구의 월평균 소득 증가율은 41%, 50대는 52%를 기록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종각역 태양의 정원 광장에서 열린 ━ “소비 줄이자” 거지방 유행한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두둑한 월급을 주는 양질의 청년 일자리는 감소세다. 그나마 생기는 일자리는 급여가 박한 계약직·임시직이다. 취직해도 부모 세대와 달리 재산 증식이 힘들다. 1976년부터 20년간 재테크 필수 아이템이었던 재형저축은 금리가 한때 연 20%를 넘었다. 부동산 투자도 ‘막차’를 한참 전에 놓쳤다. MZ세대를 중심으로 ‘거지방’이 유행하는 것도 청년층의 이런 상대적 빈곤이 원인이란 풀이가 나온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거지방을 검색하면 수백개의 익명 단체대화방이 나온다. 최대 참여 인원인 1500명을 모두 채운 대화방이 여러 개일 정도다. 20대 거지방으로 이름 붙은 오픈채팅방엔 1995년생 이후 출생자만 들어갈 수 있다. 1일 한 거지방 회원이 “디퓨저를 샀다”고 말하자 “심각한 사치다”, “환불하라”는 글이 줄을 이었다. 1일 카카오톡 오픈채팅 최 연구위원은 “1997년 외환위기 이전까지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0%에 육박했다가 그 이후 반 토막 났다. 이후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또 그 절반이 된다”며 “성장률이 떨어지다 보니 일자리나 임금 수준이 모두 줄었고, 청년기에 경제위기를 겪은 세대는 임금 수준이 꾸준히 낮게 형성되는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득이 낮다 보니 MZ세대는 소비도 많이 하지 않는 특징이 있는데 내수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자녀가 더 가난할 것” 응답, 60% 넘어 사상 처음으로 부모보다 가난한 자녀세대가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는 건 인식에서도 드러난다. 글로벌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의 지난해 조사 결과 한국인의 60%가 “자녀세대는 지금보다 더 가난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2013년 이뤄진 조사에선 같은 응답 비중이 37%였는데 꾸준히 증가하면서 10년 새 부정적 응답이 크게 늘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한국경제학회 회장을 지낸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특훈 교수는 “1인당 GDP로 따졌을 때 부모보다 가난해지진 않겠지만, 소득 수준이 기대에는 훨씬 못 미칠 수밖에 없다”며 “이전 50년은 실질적인 소득이 30배 증가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기간인데 앞으로 50년은 2배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년층의 낮은 임금은 결혼·출산 저하로 연결되고, 이는 경제성장률 저하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J-Hot] ▶ "58세 대표와 결혼해 노모 모실 분"…충격 채용공고 ▶ "술 그만 마셔" 걱정한 90대母…아들은 목 비틀었다 ▶ 모발 택하자니 발기부전? 탈모 vs 전립선 약의 진실 ▶ 장마 괴담 현실되나…황금연휴마다 폭우 심상찮다 ▶ "저 힙한 스님 누구야" 디제잉한 일진 스님 정체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진호 jeong.jinho@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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