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원짜리 의자에 꽂힌 회사원들…경기 안좋다는데 왜 [비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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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트렌드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일들도 반복되면 의미가 생깁니다. 일시적 유행에서 지속하는 트렌드가 되는 과정이죠. 트렌드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과 가치를 반영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모호함을 밝히는 한줄기 단서가 되기도 하고요. 비크닉이 흘러가는 유행 속에서 의미 있는 트렌드를 건져 올립니다. 비즈니스적 관점에서는 물론, 나아가 삶의 운용에 있어서 유의미한 ‘통찰인사이트’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난 2일 찾은 서울 합정동의 한 사무용 의자 매장. 의자만 빼곡하게 있는 일반 매장과 달리 여유를 둔 너른 공간에 1인용 책상과 의자 수십 개가 반듯하게 도열해있다. 원하는 의자에 앉아 책상과 의자의 높낮이와 위치를 조절해 본 뒤 자신에게 딱 맞는 의자를 찾는 ‘의자 경험’ 공간이다. 서울 합정동 시디즈 프로그레시브 플래그십 스토어 전경. 최근 부동산 한파와 경기 침체로 가구·인테리어 업계가 휘청이고 있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사무용 의자 시장이다. 특히 개당 100만~200만원 수준의 고가 의자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시장이 형성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 코로나19로 급성장한 ‘일하는 의자’ 시장 국내에서 고가 사무용 의자의 포문을 연 제품은 미국 브랜드 허먼밀러다. ‘사무용 의자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초고가 제품으로 유명 모델인 에어론 일부 모델의 경우 260만원이 넘는다. 지난 2005년 네이버가 서울 역삼동에서 경기 분당구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전 직원에게 허먼밀러 의자를 지급해 국내선 ‘네이버 의자’로도 유명하다. 이후 카카오·우아한형제들·넥슨 등을 중심으로 보급됐다. 국내 고가 사무용 의자 바람을 불러일으킨 허먼밀러의 에어론. 사진 허먼밀러 오래 앉아있는 개발자 직군을 배려해 시작한 IT 기업의 ‘의자 복지’는 최근 대기업에까지 확산하는 추세다. 지난 2022년에는 SK하이닉스가 임직원 3만명의 의자를 전부 허먼밀러로 바꿔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 허먼밀러 외에 스틸케이스·휴먼스케일·오카무라 등 허먼밀러의 대항마로 다양한 수입 브랜드가 국내에 소개되면서 고가 사무용 의자 시장이 형성됐다. 업계에서는 고가 사무용 의자에 대한 관심이 본격적으로 증가한 시기를 코로나19로 본다. 기업들이 대량으로 구매했던 고가 사무용 의자를 재택근무하는 개인들이 구매하기 시작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장비가 갖춰진 회사에서는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던 개인들이, 집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좋은 의자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및 하이브리드 근무가 일반화 하면서 프리미엄 사무용 가구 시장이 커지고 있다. 사진 스틸케이스 ━ 고가 의자, 불황에도 성장세 지속 고가의 수입 브랜드 위주로 시장이 형성됐지만, 최근에는 국내 브랜드도 100만원이 넘는 고가 의자를 선보이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실제로 시디즈는 지난 3월 브랜드 최고가 모델인 T90을 내놨고, 공격적으로 매장을 늘리고 있다. 앞서 언급한 합정 플래그십 스토어 이후에도 상반기에만 부산 센텀·수원 스타필드에 추가로 두 개 플래그십 매장을 연이어 오픈했다. 올해까지 총 10개의 대표 매장을 낸다는 계획이다. 전은경 시디즈 상품기획팀 팀장은 “2021년 기준 고가 사무용 의자 시장이 업계 추산 700억원 정도였다면 2022년 이후 계속 성장하고 있어 오는 2026년에는 1000억원 정도 될 것으로 본다”며 “지난해 가구 업계가 불황이었는데도 고가 라인은 매출이 꺾이지 않고 계속해서 성장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전체 사무용 가구 시장에서 고가 제품 비중이 10% 미만이라는 점에서 가능성을 본다”고 말했다. ━ 침대처럼, 프리미엄 시장 열릴까 업계에서 고가 의자 시장을 고무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데는 사람들의 인식 변화 자체가 크다. 과거 20만~30만원 수준에서 그쳤던 사무용·학생용 의자의 예산 범위가 훌쩍 높아졌다는 얘기다. 오랜 시간 앉아있는 의자를 투자 관점으로 보고, 기꺼이 큰 돈을 지출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유튜브에서도 고가 의자 비교 콘텐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유튜브 화면 캡처 한 수입 가구 업체 관계자는 “예전에는 소비자들이 일하고 공부하는 의자의 경우 아무리 비싸도 20~30만 원대 이상을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면, 최근에는 기능에 따라 의자에 쓰는 예산의 심리적 마지노선이 평균적으로 서너배는 올라간 것 같다”며 “허먼밀러를 필두로 현재는 특정 브랜드 위주로 흘러가고 있지만, 시장이 열렸다는 측면에서는 여러 브랜드에 오히려 기회”라고 말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J-Hot] ▶ 10억 필요없다…서울 3000만원 실버타운 어디 ▶ 개그우먼 김주연 무속인 됐다 "2년간 하혈·반신마비" ▶ 장기 적출 하고도…월 700만원 버는 男 비결 ▶ 바가지 요금 잡으러 춘향제 간 백종원 "진짜 문제는…" ▶ 방예담 작업실서 성행위 몰카?…이서한 "연출 상황"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지연 yoo.jiyoen@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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