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서 잘 나가"…비만·치매 신약, 한국 출시 유난히 늦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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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위고비·레켐비 우린 왜 못쓰나上
[편집자주] 위고비는 일주일에 한 번 맞는 비만치료제다. 해외에서 없어서 못 판다고 할 정도로 인기다. 옆 나라 일본도 정식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겐 그림의 떡이다. 언제 출시할지도 알 수 없다. 치매신약 레켐비는 아직 국내에서 허가도 받지 못했다. 치료제 도입은 환자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다. 치료제의 수급과 약가 문제, 규제기관의 역할 등 혁신신약의 국내 출시가 늦는 이유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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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쯤 쉽게 살 빼나…전 세계 휩쓴 위고비 출시 늦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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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제 도입은 환자 삶의 질과 직결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선진국가에 비해 혁신신약의 국내 출시가 늦어지는 사례는 위고비 뿐이 아니다. 치료제의 수급과 약가 문제, 지나치게 까다로운 규제기관의 심사 등이 혁신신약의 국내 출시가 늦어지는 이유로 꼽힌다. ◆ 일본은 출시했는데, 한국은 허가 1년 지나도 출시 미정…이유는 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위고비의 한국 출시 일정은 미정이다. 노보노디스크가 지난해 4월 식약처로부터 사용 시기에 따라 용량을 0.25~2.4㎎으로 구분한 위고비 제품 5종의 품목허가를 획득한 뒤 1년이 넘었는데도 국내 출시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 앞서 지난 2월 일본에선 이미 위고비 판매가 시작됐다. 세계에서 6번째, 아시아에선 처음이다. 현재까지 위고비가 판매되고 있는 국가는 미국과 영국, 독일, 노르웨이, 덴마크 등이다. 일본이 위고비 판매를 허가한 것은 한국보다 1달 앞선 시기이고 출시까지는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반면 한국에서는 위고비 판매 허가 이후 1년 1개월이 지나도 출시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이와 관련 노보노디스크 관계자는 "위고비의 한국 출시 일정은 미정"이라며 "아직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태라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한국 의약품시장 규모가 일본보다 작은 데다 낮은 약가 정책, 의사들의 집단행동 등이 위고비 출시 지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의약품 시장 조사 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22년 일본 의약품 시장은 10조9395억엔약 97조3600억원으로 한국 의약품 시장 규모 29조8595억원의 3배 이상이다. 또 일본은 해외에서 임상 3상까지 진행된 신약은 일본에서 곧바로 2상부터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선구적 의약품 승인 제도를 도입해 신약의 자국 내 도입 시기를 단축하기도 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이 일본보다 작고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약가를 낮게 책정하는 등의 제도적 문제로 한국 내 신약 출시가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의료대란으로 제약사 영업사원들이 판촉행위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도 신약 출시를 미루는 요인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연내에는 한국 내 위고비 출시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샤샤 세미엔추크 한국 노보노디스크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위고비 출시 관련 "한국이 굉장히 높은 글로벌 순위에 있다"며 "조만간 이 혁신 신약위고비을 한국에 출시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아시아에서 비만율이 38%로 가장 높기 때문에 미충족 수요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환자들에게 빨리 출시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 위고비, 15% 체중 감량 효과 있지만 부작용 있을 수도 위고비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기반의 비만 치료 주사제다. 주요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는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인크레틴의 일종인 GLP-1 유사체로 인크레틴이 췌장을 자극해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듯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체내 혈당을 떨어뜨린다. 음식물이 위를 떠나는 속도를 늦춰 식사 후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키고 식욕도 줄어들게 한다. 위고비는 주 1회 투여하며 초기 체질량지수BMI가 30kg/㎡ 이상인 비만 환자, 한 가지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질환이 있으면서 초기 BMI가 27kg/㎡ 이상 30kg/㎡ 미만인 과체중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 당뇨병이 없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68주 동안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평균 14.9%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 위고비 한 달 분량2.4㎎의 가격은 미국에선 약 180만원, 그 외 국가에선 20만~40만원 대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체중이 정상인데도 다이어트를 위해 비만치료제를 쓰는 건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일부 논문에서는 GLP-1 유사체가 갑상선암과 자살·자해 충동을 일으킬 수 있다며 안전성 이슈가 제기되기도 했다. 최근 연관성이 없다는 검토 연구가 제시되긴 했지만 GLP-1 유사체의 장기 안전성 우려는 끊임없이 제기됐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는 "아직 우려할 만큼의 치명적인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출시된 지 10년 남짓한 약이라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고가인데도 약을 끊으면 살이 찌는 요요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선택을 신중히 할 필요도 있다. GLP-1 유사체가 든 비만치료제를 너무 오래 먹으면 식사를 제대로 못 하게 되면서 몸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조금만 먹어도 칼로리를 몸에 저장하려 하는데, 이게 요요다. 체중을 줄이면서 요요를 피하려면 비만치료제에만 의존해 체중을 줄이려 해선 안 되며 건강한 생활 습관을 병행해야 한다. 조금만 먹어도 뇌에서 배부르다고 느끼는 데 익숙해지려면 3~4개월이 걸린다. 최소 3개월간은 기존의 식습관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잘 버텨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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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장은 찬밥…다이어트약·치매치료제 도입 걸림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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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레켐비의 국내 승인 시점은 오는 8월쯤으로 예상된다. 레켐비는 임상시험에서 효능이 입증돼 정식 승인된 치매 신약이다. 치매 원인으로 지목되는 신경세포의 비정상 단백질 아밀로이드 베타Aβ를 제거해 질병 진행을 늦춘다. 레켐비는 일본 제약사 에자이와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이 공동 개발해 일본에서도 지난해 9월 승인됐다. 아직 국내에선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승인을 받지 못해 사용이 불가능하다. 한국에자이 관계자는 "허가는 8월쯤으로 예정돼있다"며 "한국에 제품이 들어오는 시기에 대해선 정확하게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레켐비는 인지 기능을 일시적으로 개선하는 치매 치료제와 달리 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를 인정받아 국내 환자들에게 한 번쯤 사용해보고 싶은 약으로 꼽힌다. 미국 FDA의 허가를 받은 비만 치료제 위고비와 젭바운드가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국내 공급은 요원하다. 위고비와 레켐비뿐 아니라 여러 해외 신약이 한국에 정식으로 공급되지 않아 환자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가 지난해 발표한 글로벌 신약 접근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에 출시된 신약이 국내에 1년 이내 도입된 비율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18%에 한참 못 미치는 5%에 불과했다. 전 세계에서 개발되는 신약이 100개라면 OECD 국가에서는 1년 이내 평균 18개가 도입되지만 국내에선 비급여 조건에서도 5개 도입에 그친다는 의미다. 또 도입되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비급여 기준 27~30개월 정도로 선진국 대비 2배 이상이다.
신약의 가격 협상이 길어지고 출시가 늦어지면 환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유전성 혈관부종 예방제 탁자이로가 있다. 2021년 2월 식약처로부터 허가받았지만 현재까지 보험 적용 가격이 결정되지 않아 출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내 제약사 동아에스티가 개발한 슈퍼항생제 시백스트로도 개발 후 국내 시판 허가까지 받았지만 약가 협상에서 출시를 포기한 사례다.
신약 개발 바이오 고위 관계자 B씨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예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하고, 다국적 제약사는 수요가 많은 인기 있는 의약품을 한국에서만 싸게 팔 이유가 없다"며 "힘겨루기를 하다 보면 신약 허가와 가격 협상에 2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제의 효능이 불확실한 고가 신약에 대해 제약회사와 정부가 비용을 분담하는 조건으로 급여를 적용하는 위험분담금제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창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정부는 암·희귀난치병 치료 신약에 위험분담제 조건과 신속등재 절차를 적용해 건강보험 보장성을 지속해서 높이고 있다"며 "기존 치료에 비해 우월한 효과 등 혁신성이 입증되면 이를 신약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나라별로 보건 의료체계와 건강보험 적용방식, 환급제 운용 등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외부 공개된 가격을 놓고 비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까다로운 심사 절차도 혁신신약의 국내 도입을 늦추는 요인이다. 국내 제약 업계에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융통성이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 C씨는 "식약처가 관례에 따라 보수적인 의견을 주곤 한다"며 "담당자가 바뀌면 기존 논의된 내용도 새롭게 논의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해외 제약사 관계자 D씨는 "이미 임상을 진행했는데 한국인 대상의 추가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한다"며 "임상을 한 번 진행하는 비용이 또 들고 시장성은 떨어지니 결국 출시하는 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 E씨는 "국내 신약 파이프라인의 경우에도 같은 기전의 신약이 미국에서 허가받으면 평가를 잘해주는 편인데 아예 새로운 기전을 제시하면 심사가 까다로워지는 듯하다"고 말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신약은 새로운 물질이기 때문에 인종 간 차이로 대사에 영향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가교자료가 요구된다"며 "외국에서 실시한 임상으로 미국 등에서 허가됐다고 해서 다른 인종과 동일한 용량으로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지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인을 위한 가교자료 평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식약처는 심각한 중증·희귀질환 등 신속한 도입이 필요한 의약품의 경우에는 신속심사 제도를 운영하고 글로벌 혁신 신속심사GIFT를 추가 도입하는 등 업계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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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구단비 기자 kdb@mt.co.kr 홍효진 기자 hyo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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