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약 효과는 강력했다…K-바이오 황금알 거위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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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위고비·레켐비 우린 왜 못쓰나下
[편집자주] 위고비는 일주일에 한 번 맞는 비만치료제다. 해외에서 없어서 못 판다고 할 정도로 인기다. 옆 나라 일본도 정식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겐 그림의 떡이다. 언제 출시할지도 알 수 없다. 치매신약 레켐비는 아직 국내에서 허가도 받지 못했다. 치료제 도입은 환자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다. 치료제의 수급과 약가 문제, 규제기관의 역할 등 혁신신약의 국내 출시가 늦는 이유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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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약, 없어서 못 팔 정도"…세상에 없던 신약 돌풍 비결은
━ ◆ 비만치료제 체중 26% 감량…치매약 레켐비 인지능력 감소 27% 지연 대부분의 비만치료제에 든 핵심 성분은 음식물을 먹을 때 소장에서 분비되는 GLP-1이라는 호르몬을 인공적으로 합성한 GLP-1 유사체다. GLP-1은 췌장에 작용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혈당을 떨어뜨린다. 뇌의 식욕 중추인 시상하부를 자극해 포만감을 느끼게 하고 위 운동을 늦춰 소화를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어 식욕을 떨어뜨린다. 밥을 먹을 때 배가 불러 숟가락을 내려놓는 것도 이 호르몬 때문이다. 비만치료제의 다이어트 효과는 강력하다. 임상시험 결과, 비만치료제를 1년 이상 사용하면 삭센다는 평균 체중이 5% 이상, 위고비는 15%, 젭바운드는 26% 정도 줄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는 "고혈압·당뇨병과 달리 비만은 그동안 약효가 강력하지 않아 식단·운동 등 비약물 요법이 강조된 게 사실"이라며 "약만 써도 모든 질병의 근원인 비만을 해결할 수 있다는 건 굉장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뇌 신경 분야에서는 지난해 등장한 치매약 레켐비가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으며 급부상하고 있다.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는 뇌 속에서 신경독성을 가진 아밀로이드 베타Aβ란 물질이 쌓이며 신경세포가 죽는다. 기억력이 떨어지고 시공간을 헷갈리거나 성격·감정마저 변화한다. 레켐비는 이런 아밀로이드 베타에 결합해 뇌에 쌓이는 것을 막는 항체 기반 치료제다. 레켐비는 정맥주사로 2주에 한 번씩 투약한다. 1년간 맞을 시 3000만원 정도 든다. 179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 18개월 동안 레캠비를 투약한 환자는 모양과 색이 비슷한 가짜 약위약 투여 환자보다 인지 능력 감소가 27%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다. ◆ 걸리면 죽는 병→ 극복할 수 있는 병…"유의미한 진보" 레켐비의 가격 대비 효과가 적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의료계는 "의학적으로 유의미한 진보"라고 평가한다. 김치경 고려대구로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 질환에서 발병 원인·과정기전을 과거 걸리면 죽는 병이라 했던 암 역시 항암제의 발전과 함께 극복할 수 있는 병으로 변모하고 있다. 세포독성·표적·면역 항암제 등 작용 방식이 다른 항암제가 속속 개발되면서 부작용은 적고 치료 효과는 강력해졌다. 특히, 이달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는 암만 골라 타격하는 표적 항암제트라스트주맙에 세포독성 항암제데룩스테칸를 결합한 혁신 신약으로 뛰어난 효과를 자랑한다. 급여 허가에 영향을 미친 임상 연구 결과 엔허투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암이 진행되지 않고 생존할 수 있는 기간무진행 생존 기간 중앙값, mPFS을 기존 치료제캐싸일라 대비 4배 이상 늘렸다. 엔허투 건보 적용 전 머니투데이와 만난 박연희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암을 치료하는 의사로서 평생 보지 못할 것 같던 생존율 향상 그래프를 볼 수 있었다"며 놀라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40만 명 이상 병원을 찾는 비알코올성 지방간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도 지난달 세계 최초의 치료제인 레즈디프라가 등장하면서 전기를 맞았다. 종전에 살을 빼거나 간 보호제, 항염증제 등 간접적인 방법으로 치료했던 지방간에 직접 작용하는 명실상부한 치료제가 등장한 것이다. 레즈디프라는 간에 존재하는 갑상선 호르몬 수용체 베타THR-β의 활성을 증가시켜 지방 축적과 염증을 억제한다. 총 966명의 환자가 참여한 임상 3상 연구에서 25~30%가 간 지방량, 염증, 섬유화가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약 투여군은 9.7%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강재헌 교수는 "치료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신약의 개발·보급에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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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거위" 치열한 글로벌 신약 경쟁…K-바이오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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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은 2030년 최대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식습관 등 영향으로 비만 인구는 갈수록 늘고, 건강과 미용 목적으로 체중을 줄이려는 욕구는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미국 성인 중 비만 인구는 42.4%, 과체중은 30.7%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가 이 거대한 비만 치료제 시장을 선점했다.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허가를 받은 젭바운드일라이릴리와 위고비노보노디스크가 폭발적 인기를 끌며 기업가치가 폭등했다. 특히 일라이릴리의 시가총액은 7000억달러약 980조원를 돌파하며 테슬라 등 쟁쟁한 기업을 줄줄이 제쳤다. ◆ 비만치료제 대세 GLP-1는 만병통치약?…K-바이오도 도전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가 허가받은 비만 치료제는 장내 호르몬의 일종인 GLP-1Glucagon-like peptide-1,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약물로 확장성이 뛰어나다. 원래 당뇨 치료제로 먼저 개발된 약물인데다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과 심부전증, 수면장애 등 다양한 질환에 효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배경이다. 비만 치료제 시장을 뺏으려는 후발주자의 도전도 잇따른다. 전 세계에서 비만 치료제로 개발하는 파이프라인은 100개를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사 투여 주기를 늘린 제품이나 경구형먹는 의약품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의 임상 연구가 한창이다. 이 같은 치열한 신약 개발 경쟁이 비만 치료제 시장을 더욱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도 비만 치료제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미약품은 국내 기업 중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연구에서 가장 앞섰단 평가를 받는다.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국내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먹는 비만 치료제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동아에스티의 미국 자회사 뉴로보파마슈티컬스는 GLP-1과 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 작용해 식욕 억제에 기초대사량 증가 효과를 더한 기전의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대원제약과 디앤디파마텍은 각각 패치제, 경구제로 제형을 변경한 비만 치료제를 연구한다. 유한양행과 올릭스, 뉴로바이오젠 등은 GLP-1 계열이 아닌 독자적인 기전의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GDF15를 표적하는 YH34160 전임상에서 위고비 대비 우수한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올릭스의 OLX702A는 식욕을 억제하는 GLP-1 계열 약물과 달리 에너지 대사를 늘려 체중을 감량하는 비만 치료제다. 현재 기술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뉴로바이오젠은 새로운 기전의 경구형 비만 치료제 KDS2010의 임상 2상을 준비하고 있다. ◆ 치매 신약 레켐비가 뇌질환 극복 앞당길 것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해 지난해 미국 FDA의 정식허가를 받은 치매 신약 레켐비는 뇌질환 치료제 시장의 개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수요에 힘입어 처방이 확대되고 있다. 레켐비를 통해 뇌질환도 정복 가능한 영역이란 인식이 확산하며 치료제 개발 경쟁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전 세계적인 고령화에 따라 치매와 알츠하이머 등 뇌질환 환자는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적으로 65세 이상 인구의 10%, 85세 이상 인구의 40%가 치매를 앓고 있다. 치매 환자 수는 2015년 약 5000만명에서 2050년 1억3000만명 이상으로 늘 것으로 전망된다. 치매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30년 20조원을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내에선 젬백스앤카엘이 레켐비와 같은 방식으로 치매를 치료하는 GV1001의 임상 2상에 진입했다. 아리바이오는 주사제가 아닌 경구형 치매 치료제 AR1001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11개 국가에서 11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허가 임상으로 관심이 크다. 에이비엘바이오와 카이노스메드 등도 뇌질환 파이프라인을 보유했다. 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는 "현재 허가받은 치매 치료제는 효능은 좋지만 적지 않은 부작용이 한계로 꼽힌다"며 "AR1001은 현재까지 진행된 임상에서 심각한 수준의 부작용이 단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국내 여러 제약·바이오 기업이 이중항체와 ADC항체약물접합체 등 차세대 항암제 파이프라인의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1조원 이상의 대규모 글로벌 기술수출에 성공하며 경쟁력을 확인했다. 유한양행의 폐암 치료제 렉라자는 국내 출시에 이어 올해 미국 품목허가를 노린다. 국내 신약 개발 바이오 대표는 "최근 자체 임상에서 유의미한 데이터를 도출하거나 글로벌 대규모 기술이전에 성공한 국내 바이오 기업은 어느 정도 Ramp;D연구개발 역량과 신약 개발 가능성을 갖춘 기업이 적지 않다"며 "그동안 국내 바이오가 눈에 띄는 개발 성과를 내지 못해 자본시장에서 신뢰를 잃은 측면이 있는데 투자와 연구개발이 끊임없이 이어져야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진 토종 혁신신약 개발이란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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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김도윤 기자 justice@mt.co.kr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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