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토허제 재지정 사태 부동산 정책 신뢰도 저하시켰다 > 경제기사 | economics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브리핑을 마치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5.3.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부동산업계는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에 대해 두 달 만에 뒤바뀐 오세훈 서울시장의 태도에 당황하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부동산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번 토허제 재지정 사태로 정책 신뢰도가 더 떨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와 서울시는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최근 과열된 서울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토허제를 재지정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토허제가 풀렸던 잠실·삼성·대치·청담동잠삼대청뿐 아니라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와 용산구 전체가 토허제로 묶였다. 오는 24일부터 9월 30일까지 6개월간 약 2200여개의 아파트 단지에서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불가능해진다.

부동산 업계는 앞으로 정부와 서울시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가 더 떨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간에도 부동산 정책에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번 토허제 재지정 사태가 정책 신뢰도를 더 추락시켰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번 토허제 재지정 사태에서는 두 달 만에 말을 확 바꾸게 된 오 시장의 책임론이 거세다.


토허제 재지정 사태는 지난 1월부터 오 시장이 토허제 해제를 언급하며 시작됐다. 오 시장은 지난 1월 14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규제 풀어 민생살리기 대토론회에서 "특단의 시기에 선택했던 토허제는 해제를 적극적으로 검토중"이라면서 "재산권 행사를 임시로 막아 놓은 것이라 그동안 풀고 싶었고, 당연히 풀어야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과감하게 풀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의 발언 뒤 보합세에 가까웠던 강남 3구의 아파트 가격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특히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송파구의 매매가격 상승률이 2월 첫 주엔 0.13%까지 튀어 올랐다.

토허제 해제 기대감으로 집값이 용수철처럼 튀었지만 오 시장은 지난달 12일 재건축 아파트를 제외한 잠삼대청의 토허제 해제를 강행했다. 당시 서울시는 지난해 8월부터 토허제의 효과 검증을 위한 연구용역 결과 단기적으로는 토허제가 집값과 거래량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감소했다며 토허제 해제 이유를 설명했다.

토허제 해제 후 강남권의 집값 상승률이 2018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토허제 해제가 집값 폭등을 부추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지난 9일 토허제 해제 전후 22일 동안 잠삼대청 아파트의 실거래를 분석한 결과 평균 매매가격은 오히려 1.3% 떨어졌다고 반박했다. 거래량도 9건밖에 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반박 입장을 낸 지 하루 뒤인 지난 10일 오 시장은 "약간의 가격상승은 예상했던 것"이라면서도 "비정상적일 정도로 과도하면 다시 규제하는 것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값 불안에 토허제 지정 한 달 만에 재지정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고 다시 시장의 혼란을 불러왔다.

오 시장은 이날은 "토허제 해제 이후 강남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이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토허제 관련 용역을 통해 이제는 규제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결론을 내고 토허제를 해제했는데, 한 달 만에 재지정하는 건 정책 신뢰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정부 정책이 부동산 시장을 교란시킨다"고 일갈했다.

이용안 기자 k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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