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아, 통상임금 소송전 임박…조건부 상여금 인정 후폭풍 > 경제기사 | economics

노조, 대법 판결에 집단소송 방침
사측 "상생 관점서 원만히 해결"
현대차 노조도 재정립 요구 나서
재계 "줄소송 6조8천억 추가 부담"



현대자동차그룹 핵심 계열사인 기아가 통상임금 소급분 요구와 관련된 소송전에 휩싸일 전망이다. 조건부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지난해 말 대법원 판례현대자동차·한화생명보험 노조원 승소를 새 기준으로, 기아 노조가 임금 재산정을 요구하며 소송준비에 돌입한 것이다.

대법원이 11년 만에 통상임금에 대한 판단을 바꾸면서, 통상임금 재산정에 관한 줄소송이 본격화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한화생명보험에 이어, 현재 세아베스틸, IBK기업은행, 삼성화재 등이 대법원 및 고등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한화생명보험 때와 마찬가지로, 조건부 정기 상여금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판결이 날 경우, 통상임금 소급분 지급 요구 및 임금협상 적용 요구가 확대될 전망이다.


■기아 노조, 통상임금 소송 직행

13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기아 노조는 회사를 상대로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 나서기로 방침을 정했다. 기아 노조는 오는 24일까지 통상임금 소송 위임인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조합원 1인당 7만원의 비용을 노조에 납부하면 통상임금 소송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다. 기아 노조는 지난해 12월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주휴수당, 근로자의 날, 사용연차, 통상제수당 등을 누락통상 체불임금으로 규정하고, 관련한 임금을 받아내겠다는 입장이다.

기아 노조는 "근로자의 날은 법정 휴일이고 사용연차는 법정휴가로 통상일급으로 지금해야 함에도 회사는 기본 일급으로 지급하고 있다"면서 "대법원 판결로 근무조건이 무효화된 만큼, 회사는 연장 및 휴일근로와 연월차수당, 주휴수당, 법정휴일 등 모든 법정수당 계산 시 기본급과 통상수당, 정기상여금을 모두 더해 정상화해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송이 가시권에 접어들면서 기아 사측은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기아 사측은 노조가 요청한 통상임금 특별협의 요구에 대해 이날 회신 공문을 통해 "각각의 수당들에 대해 고정성과 별개로 통상임금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며 소송보다는 노사 상생의 관점에서 접근하자는 입장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통상임금 문제가 다시금 이슈화 되는 것에 대해 매우 당황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노사 상생 관점에서 노조가 요청한 특별협의를 통해 통상임금 관련 현안들을 원만히 해결하자"고 요청했다.

현대차 노조도 현대차 사측에 통상임금 재정립 협의를 요구한 상태다. 현대모비스,현대위아, 현대트랜시스 등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현대차, 기아의 임금 재산정 전개 상황을 지켜 본 후, 대응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계 비상...줄소송 본격화

앞서, 지난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재직 여부나 근무일수 등을 지급 조건으로 설정한 조건부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판결했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도, 재직자 조건 등이 있는 상여금은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한 2018년 대법원 판결갑을오토텍 사건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경영계는 초비상이다. 이날 대법원은, 앞서 현대차·한화생명보험 때의 판시와 마찬가지로, 1·2심에서 모두 IBK기업은행 사측이 승소한 통상임금 소송에 대해 파기 환송 결정을 내렸다. 기본급의 600%인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지가 쟁점이다. 대법원의 파기 환송 결정으로, 노조의 승소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이 외에 세아베스틸, 기술보증기금, 한국유리가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으며, 삼성화재는 2심 계류 중이다. 1심까지 포함하면 수백개 기업이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다. 소송 대상 기업이 아니더라도, 대법원 판례에 따라 기아와 마찬가지로, 각종 수당 등 조건부 상여금을 지급해 달라는 요구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판례 변경에 따른, 갑작스러운 인건비 증가에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통상임금 판례 변경에 따른 기업들의 부담이 최소 6조8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최근 통상임금 관련한 기업들의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며 "관련한 설명회에 좌석이 없어 일부는 돌려보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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