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레벨서 이렇게 화내는 것 처음봤다"…탄핵 블랙홀에 기업인들 멘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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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해선 자신의 감정 변화를 잘 드러내지 않는 대기업 임원들입니다. 하물며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는 일은 더욱 드뭅니다.
최근 계엄 사태 직후 얘기를 나눈 기업 임원들은 달랐습니다. 상당히 격앙돼 있었죠. 최고위임원이라 할 수 있는 ‘C레벨’에서 이렇게 대놓고, 화를 내거나 정치적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것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느닷없는 비상계엄령에 많은 국민들이 놀라고 황당해하며, 앞날을 생각하면 참으로 암담했으니까요.
내년도 사업 계획을 짜던 중이던 기업들은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습니다. 이미 트럼프 2기 정책 리스크 등 각종 악재가 적지 않은 경영 환경 속에서 국내 탄핵 정국까지 겹쳐버렸으니 그야말로 ‘시계視界 제로’ 상태입니다.
트럼프 당선 한달만에 열린 한미재계회의...기업인들 각오 비장해
재계에 따르면 한국경제인협회와 미국상공회의소는 1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제 35차 한미재계회의’를 열었습니다. 미 대선 이후 미국 정·재계 인사들과 공식적으로 가진 첫 만남인 만큼 4대 그룹을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 재계 인사들이 다수 참석했습니다.
한경협에 따르면 이번 민간 사절단 규모는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회의에 임하는 기업인들 각오 역시 어느 때보다 비장합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선포와 탄핵 등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한국 패싱’ 우려가 크게 제기되고 있어섭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 자체가 실제 의사결정권자가 아니면 만나질 않는 걸로 유명하지 않느냐”며 “당분간 이어질 국정 공백 상태에선 기업들이 알아서 트럼프 인맥을 뚫고 쌓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재계에서는 탄핵 정국 속 우리 정부의 외교 행정 기능이 마비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당장 내년 1월이면 들어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반도체법칩스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에 따른 해외 기업 보조금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미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를 두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데, 또 얼마나 높게 관세를 받을런지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LG전자 등의 주요 대기업에서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입니다.
정부의 외교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정부와 업계가 한마음으로 협상에 임해야 하는 시점이지만 정작 이번 계엄령 사태로 협상 테이블에나 앉을 수 있을지 우려됩니다.
일부 기업에선 뒤늦게나마 트럼프 정부와 연이 닿는 미국통 영입에 여전히 혈안이라고 합니다. 돈은 얼마든지 들여서라도 말입니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이번 한미재계회의 개회사에서 “그간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들은 비즈니스 환경에 다양한 변화를 예고했다”며 “이 변화의 파도를 넘어서며 양국 경제계가 더욱 긴밀한 협력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1400원대 환율에 국가 신인도 추락...계엄 대가는 결국 기업과 국민 몫인가
“반도체 특별법은 또 물 건너갔네요.”
“계엄 대가는 이제 우리가 지불하는 거죠?”
계엄 후폭풍에 재계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계엄 사태로 인한 비싼 대가를 치루게 생겨섭니다.
일단 탄핵 정국 속 국내 주요 산업의 지원 법안 폐기는 불가피해졌습니다. 정책 지원이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내년도 사업 계획을 짜야만 합니다.
특히 반도체 특별법이 물 건너 간 것은 치명적입니다. 윤 정부가 강조해 온 첨단산업 전쟁에서 미국, 일본, 대만 등 경쟁국 대비 이미 국가 지원이 부족한데, 더 뒤처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달러당 1400원이 넘는 고환율 기조는 기업들 허리를 더 휘게 합니다. 환율 때문에 진짜 심장이 벌렁거린다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일례로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는 환율이 오르면 원자재 수입 비용이 증가해 타격이 큽니다. 더 큰 문제는 글로벌 철강공급 과잉에 중국의 저가 공세 등으로 원자재 가격 인상을 제품가격에 반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죠.
탄핵 정국이 길어지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환율은 고공행진을 할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이던 2016년 12월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 1158.5원12월 8일에서 1210.5원12월 28일으로 약 2주 만에 52원 상승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 후 달러당 원화 값이 치솟기 시작했는데요. 실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하면, 국내 시장에 비우호적인 대외 요인이 작용해 원달러 환율이 연내 1500원 선을 돌파할 가능성마저 제기됩니다.
국가 신인도 하락 문제 역시 걱정해야 합니다. 당초 비상계엄이 하루만에 해제됐을 때만 하더라도 국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란 평가가 주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탄핵 정국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부정적 전망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국제 신용평가사 3사는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국가 신용도에 부정적이란 경고를 일제히 내놓았습니다.
무디스·스탠더드앤드푸어스Samp;P·피치는 “정치적 위기가 제때 해결되지 않고 장기화하면 한국의 재정적 역량이 약화하고 정책 결정의 효율성도 떨어질 수 있다”며 “한국 국가신용등급의 하방 위험이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치적 수 싸움만 엿보이는 탄핵 정국 속 국내 정치·경제 시스템을 바라보는 해외 투자자들의 시선은 어디까지 싸늘해질까요. 가뜩이나 추위로 움츠러드는 연말, 밤잠 이루지 못하는 기업인들이 내뱉는 한숨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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