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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상승하는 강달러에 정신 못차리는 기업들[탄핵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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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회 작성일 24-12-15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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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박상인 기자]

연일 상승하는 ‘강달러’에 정신 못차리는 기업들
정치 리스크에 환손실 리스크 커진다

연일 상승하는 강달러에 정신 못차리는 기업들[탄핵가결]
게티이미지뱅크


강달러가 시장을 휩쓸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과 함께 올라가기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최근 국내 탄핵 정국으로 정치적 불안까지 더해지면서 143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시장에선 1500원 이상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강달러에 기업들도 휘청이고 있다. 급격한 달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외화부채에서 외화자산을 뺀 ‘순외화부채’가 급격히 늘면서 당기순이익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달러로 원자재를 수입하는 기업이나 항공기 리스비, 유류비 등을 달러로 지급해야하는 항공업 등 환율에 민감한 업종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3.8원 오른 1433원에 마감했다. 환율은 미국 대선 이후 우상향을 보이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해지며 큰 폭으로 뛰었다. 탄핵 정국으로 인해 일각에선 환율이 1500원 이상으로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한다. 환율이 마지막으로 1500원대종가 기준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0일이다.

한국은행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올 9월 말 한국의 비금융기업기업 대외채무 합계는 1761억506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날 환율 종가를 적용하면 약 253조 원 수준이다. 역대 최대 규모로 지난해 말에 비해 55억5650만달러7조9802억 원 증가했다. 대외채무란 기업이 갚아야 하는 달러·유로화를 비롯한 외화 빚이다.

강달러 기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여 환율에 민감한 회사들은 비상이다. 애써 벌어놓은 영업이익이 환손실로 인해 날아갈 수 있어서다.

우선 최근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실적이 크게 위축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환율에 이중고를 겪는 중이다. 이차전지 대표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3분기 달러 자산은 4조4397억 원, 달러 부채는 6조8284억 원으로 집계됐는데, 회사는 만약 환율이 10% 상승하면 연간 2389억 원의 손실이 날 것으로 분석했다. LG에너지솔루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8009억 원임을 감안하면 약 30%가 환손실 만으로 날아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3분기 평균 환율이 1359원으로, 일각에서 전망하는 1500원에 닿게 되면 이 시나리오는 실제상황이 된다.

이차전지 기업인 SK온은 3분기 외화 자산 3조8762억 원, 외화 부채는 4조1960억 원이라고 밝혔는데, 회사는 원화환율이 5% 상승할 경우 178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 중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도 3분기 기준 달러 자산은 26조8539억 원, 달러 부채는 22조4130억 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는데, 환율이 10% 상승한다면, 순이익이 5797억 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아울러 환율에 민감한 대표 업종인 항공업계의 경우도 환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항공사 6곳 중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5곳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의 3분기 기준 순외화부채는 약 71억 달러로 집계됐다. 3분기 평균 환율을 적용한다면 약 9조6489억 원 규모로 집계되는데, 현재 환율1433원을 적용하면 해당 부채가 10조1970억 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번 환율 상승으로 손실이 5481억 원이나 불어난 것이다.

이처럼 순외화부채가 크게 늘면 당기순이익이 감소해 회사가 투자를 늘리거나 영업을 확대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업계에선 통화선도·스와프계약 등 환율과 연동된 파생 상품으로 환율 변동에 대응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는 궁여지책에 불과하다.

김태훈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 변동이 국내 제조업 기업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실질실효 환율이 10% 하락하면 대규모 기업집단의 영업이익률은 0.29%포인트 하락한다”며 “대규모 기업집단의 수출 전략이 기술경쟁으로 변하면서,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매출 상승효과가 사라졌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정치불안이 계속되며, 환율 변동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투자 업계에서도 이번 사태로 인한 원화 가치 절하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 2016년 박근혜 정권 퇴진 당시 사례를 돌아보면 최초 언론 보도부터 퇴진까지 약 46일이 소요됐고, 단순히 날짜를 대입하면 1월 18일을 전후해 상황이 진정될 것”이라며 “이 직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 20일 취임하면 강달러 시기에 원화 절하폭은 여타국보다 커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투데이/박상인 기자 si2020@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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