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엔저의 종말···국내보다 싼 일본여행, 이젠 어렵겠네[경제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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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과 몇 개월 사이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100엔당 850원대까지 떨어졌던 원·엔 재정환율은 지난해 7월 일본중앙은행의 깜짝 금리인상을 기점으로 꾸준히 올라 1000원선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어요.
이제 ‘엔저’의 시대가 저물고 ‘엔고’의 시대가 오는걸까요. 엔화 강세는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오늘 경제뭔데에서는 최근 엔화 강세의 배경과 전망을 짚어보겠습니다.
1000원대 올라온 원엔화 환율
차익 실현 나선 ‘엔테크족’
먼저 원·엔 환율부터 보고 갈게요. 지난 13일 기준 원·엔 고시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984.43원이었는데요, 1년 전890.91원보다 93원이 넘게 뛰었습니다. 지난 11일에는 989.85원까지 오르며 2023년 5월990.39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어요. 이 기세로라면 1000원대를 넘기는 건 시간 문제로 보입니다.
차익 실현 나선 ‘엔테크족’
엔테크족은 차익 실현에 나서는 분위기입니다. 싸게 사뒀던 엔화를 비싸게 팔려는 이들이 늘면서 엔화 예금이 썰물처럼 줄어들고 있어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엔화예금 잔액은 지난 11일 기준 8883억엔으로, 지난 2월보다 207억엔가량 줄었어요. 엔화예금 잔액이 1조엔 규모 밑으로 내려간 것은 2023년 8월9950억엔 이후 1년7개월 만입니다.
그런가하면 엔화를 빌렸던 이들은 높아진 이자 부담에 상환을 서두르고 있어요. 5대 시중은행의 지난 11일 기준 엔화대출 잔액은 총 723억엔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8월 말부터 올해 2월 말725억엔까지 6개월 연속 감소세입니다.
BOJ 금리인상 기대감
원·엔 환율에 부채질
이처럼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국제금융센터가 지난 12일 발표한 ‘최근 엔화 강세 배경 및 전망’ 보고서에 나온 내용을 정리해볼게요.
원·엔 환율에 부채질
우선 일본중앙은행이BOJ이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 미국과 금리 차이가 줄어들어 엔화가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게 돼요. 지난해 4분기 일본 경제성장률이 2.2%라는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든 데 이어, 1월 물가상승률도 4.0%로 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어요. 금리 인상을 견딜 체력도, 금리인상의 필요성인플레이션 억제도 커진 셈입니다.
특히 BOJ가 눈여겨보는 건 렌고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 산하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 폭이 1993년 이후 최고 수준인 6.09%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BOJ는 “임금 상승 없는 물가 상승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금리를 동결했는데, 최근 일본 기업들이 임금을 인상하기 시작하면서 금리 인상의 명분이 더 커진 셈입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 엔화 약세가 워낙 오랫동안 지속되다보니 근로자 임금도 너무 낮았고 소비 위축도 심각했다”며 “명목임금에서 인플레이션을 뺀 실질임금이 이제 겨우 플러스로 전환된 만큼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은 큰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경기 둔화 우려에
안전자산 ‘엔화’ 수요 몰려
두 번째 이유는 미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입니다. 미국 국채나 엔화 같은 안전자산 수요가 커지고 있는 거죠.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하락한 반면 일본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미·일 금리 차도 빠르게 줄어드는 것도 엔화 투자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인입니다.
안전자산 ‘엔화’ 수요 몰려
글로벌 투자자들은 싼 엔화를 빌려다 비싼 달러나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전략을 자주 사용하고 있는데요. 지금처럼 엔화가 비싸지면 이 전략의 수익률이 줄어들겠죠. 청산을 하려는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엔화를 다시 사서 빌린 돈을 갚아야 하니 엔화 수요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고요.
전문가들은 엔화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조은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엔화는 BOJ의 긴축적 통화정책과 낙관적 경제전망에 힘입어 연말까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 경기둔화 폭이 추가로 확인되면 강세 폭이 더 커질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국내 여행보다 저렴한 일본 여행, 당분간은 쉽지 않아 보이네요.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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