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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산단 "수주물량 1년새 90% 급감…이대로 가다간 고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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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회 작성일 24-12-12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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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 율촌산업단지 가보니

석유화학 불황 직격탄, 수주 뚝

中공세·환율·정치 리스크 겹쳐

납품 중기 “당장 내년 일감 없어

연말까지 직원 70% 내보내야해”

국정공백땐 정부지원 끊길 우려


여수=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이근홍·박지웅 기자

지난 5일 전남 여수시 율촌면 율촌산업단지. 플랜트 등 장치 제조업체 ‘에이티’ 공장 바깥에는 출고를 앞둔 ‘베셀’ 10여 기가 놓여 있었다. 베셀은 액체 또는 기체를 저장하거나 처리하는 데 쓰이는 배관으로 석유화학 기업 공장에 설치돼 열교환기, 압력용기, 저장탱크 등으로 사용되는 핵심 장비다. 김병준 에이티 대표는 “올해 대기업에 전달할 마지막 물량으로 현재 추가 수주 계약은 없는 상황”이라며 “이 장비들이 나가고 나면 당장 내년부터 새로 납품할 물량 자체가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이 직면한 불황의 여파로 이들 기업에 기자재를 제조해 납품하거나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여수 중소기업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산 저가 제품의 밀어내기 공세,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고환율 리스크 등 ‘3중고’가 겹친 상황에서 계엄·탄핵발 국정 마비 사태까지 이어지며 일선 산업 현장의 위기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날 율촌산단 내 한 사무실에서는 중소 협력업체 대표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플랜트 공장·시설 전기공사업체인 ‘에스아이이앤씨’ 윤승헌 대표는 “석유화학 기업들이 공장 가동을 멈추면서 이들 기업 공장에 전기 공사를 하는 일도 자연스레 줄었다”며 “대기업 수주 물량이 1년 새 10분의 1 수준까지 줄었고 매출이 40%가량 감소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당장 내년도 일감 자체가 없는 상태에서 회사는 살려야 하다 보니 올해 말까지 전체 직원의 70%를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대기업들이 사업을 접어 일감이 떨어져 매출이 ‘반 토막’ 가까이 났다”며 “인건비 등 각종 고정비용을 줄일 방법을 찾고 있고 시설,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은행에서 빌렸던 돈에 대한 이자 상환 압박도 예상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대로 가다간 불황을 넘어 산업 생태계가 ‘고사枯死’할 것”이라고 했다.

플랜트 배관 건설·유지·보수업체인 ‘코인즈’의 최명환 대표는 “정부가 여수를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으로 선포하고 이자와 전기세, 법인세 등 현실적인 비용을 감면해주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국정 공백으로 인해 실기할 경우 존폐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미 경기 침체 장기화와 중국산 철강재 덤핑 공세로 공장 가동 중단 등 비상경영에 들어간 철강사들은 계엄사태 후폭풍에 따른 고환율 리스크까지 직면하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제철용 원료탄 가격은 지난 9월 13일 t당 180.7달러약 25만8780원에서 지난 6일 202.9달러로 12.2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철광석 가격도 t당 92.13달러에서 105.86달러로 14.90% 올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025년 산업전망 보고서’에서 철강 부문에 대해 “전방산업 위축·수요 부진·중국산 공급 부담 등에 따른 영향이 이어지며 사업위험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실적전망은 ‘저하’, 신용등급 방향성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대내외 경제환경 변동에 취약한 중소·벤처기업도 비상이다. 한 화장품 기업 대표는 “계엄령 선포·해제 이후 원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제조 원가가 비싸지고 있다”며 “오일이나 글리세린 등 화장품 부재료를 구매하는 데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서 현금 흐름도 나빠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영달 한국경영학회 부회장은 “한국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도 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정부와 국회, 민간 경제단체들이 참여하는 민간 합동대응본부를 구축하고 여야 구분 없는 범국가적인 대응체제를 가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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