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돼도 잘라낸다"…일분일초 시급한 기업들, 사업 뱃머리 돌리기 사활 ...
페이지 정보

본문
느린 굴뚝산업은 옛말…체질개선 ‘시급’
![]() |
[각 사 제공]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20년 가까이 세계 1위 화학기업의 위치를 지키고 있는 독일 바스프BASF. 이 회사는 이미 1990년대부터 범용 석유화학 시장의 한계를 가늠하며 기초소재 제품 비중을 줄여나갔고, 영역 확장을 위한 비용은 아끼지 않았다. 무려 90억달러를 들여 관련 회사를 사들이며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사업 확대에 나섰고, 여전히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석유화학 기업들은 여전히 범용 제품 비중이 절대적으로, 끝없는 실적 악화를 감내하며 뒤늦게나마 체질 개선 노력에 골몰하고 있다. 초기 투자 금액이 크고 변화가 느린 ‘굴뚝 산업’이란 것은 옛말이며, 한시라도 빠른 혁신 없이는 생존도 어렵단 게 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7대3에서 3대7로”…범용 제품 축소 사활
15일 한국화학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에틸렌 생산 능력 대비 에틸렌 생산량은 2019년 88.9%에서 2023년 73.7%로 급격히 감소했다. 또한 국내 석유화학 기업 중 일부는 국내외 범용 석유화학 제품 생산 공장을 외국 기업에 매각하거나 일부 사업장의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해외에선 20~30년 전부터 사업구조 개편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이뤄졌다. 유럽의 경우, 1990년대 아시아와 중국의 증설로 대규모 인원삭감, 업체간 사업영역 인수에 나섰다. 이후 2000년대에 들어 의약·농약·화장품 분야로 사업을 다변화하며 정밀화학사업 비중을 높였다. 최근에는 중동과 중국의 증설 등 공세가 거세지자, 아예 노후화 설비 폐쇄를 진행 중이다. 그런 한편 석화산업이 유럽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비용 절감과 친환경 전환을 위한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 |
울산광역시에 위치한 울산 석유화학단지 전경. [울산시 제공] |
국내 기업들은 우선 ‘군살빼기’에 사활을 걸었다. 한때 증설과 인수 등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롯데케미칼이 대표적이다. 롯데그룹이 지난달 말 IR데이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2024년 기준 기초화학과 그 외 사업 매출 비중은 약 ‘7대3’인데, 향후 이를 ‘3대7’ 수준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그 일환으로 지난달 파키스탄 고순도테레프탈산PTA 자회사 LCPL 매각 등 관련 사업 정리 및 범용 석화 비중을 축소해나가고 있다.
아울러 롯데케미칼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산하에 화학군 전사 조직인 ‘경영혁신부문’을 신설했다. 이 조직은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사적 활동 관리 및 사업별·회사별 활동을 촉진하는 역할을 맡았다. 혁신과제 추진 방향은 ▷수익성 개선과제 우선순위 추진 ▷화학군 통합 운영 시너지 창출 ▷전사 리스크 분석을 통한 과제 발굴 및 리스크 관리 강화다. 이밖에 LG화학도 여수 NCC2공장의 가동 중단과 매각을 검토 중이다.
변화만이 살길…대체 시장 확보 서둘러야
업계는 범용 제품 축소에 따른 고부가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에도 속도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첨단화학소재 산업기술인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용 첨단화학소재는 자동차용·디스플레이용·반도체용·이차전지용·에너지용·의료용으로 나뉜다. 첨단화학소재의 대부분 수요 산업은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 시장 진입은 유리한 상황이다. 최근 완제품에 대한 품질이 상향 평준화되며, 첨단화학소재를 통한 품질 향상이 각 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석화 업체들도 스페셜티 역량 확보를 서두르고 있다. LG화학은 석유화학 제품 중심 포트폴리오 전환을 위해 배터리 핵심 소재 제품을 개발·공급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기존 일반 기초화학 범용 제품에 기능성을 추가한 기능성 첨단소재 사업을 확장하며 스페셜티 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친환경 자동차 솔루션 강화 ▷바이오·지속가능 소재 확대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 전환 가속화를 회사의 3대 성장전략으로 설정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량화, 고강도 등 수요처 요구에 맞는 제품 개발로 경쟁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 |
금호석유화학 CNT 제품. [금호석유화학 제공] |
업계 전반에서도 재편 노력이 확산되고 있다. 화학·바이오산업인적자원개발위원회ISC 보고서에 따르면 석유화학 기업을 대상으로 ‘향후 첨단화학소재로의 사업 전환을 고려하고 있는지’ 설문한 결과, 응답 기업의 약 70.5%가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화학소재로의 사업 전환을 수행하고 있거나 계획 중’이라고 답했다.
진출 분야복수응답는 친환경 소재45.5%, 기타 스페셜티 소재31.8%, 반도체 소재25%, 이차전지22.7%, 수소전지15.9% 순이었다. 이를 위한 Ramp;D 투자 확대, Mamp;A를 통한 새 먹거리 찾기 등이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외에 ▷화학산업의 자율제조 도입·확산 ▷정책 및 직무 전환·재배치 교육훈련 지원 등도 필요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 인기기사 ]
▶ 김성은 “초등생 두 자녀 학원비 월 324만원”…공개했더니
관련링크
- 이전글비수기가 뭐예요?…줄줄이 日 여행 가더니 이 정도였나 [차은지의 에어톡... 25.03.15
- 다음글국내 2위 현대제철, 포항공장 희망퇴직·전환배치 약 90명 신청 25.03.15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