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미치기 전에 샀음"…테슬라 차량에 이색 스티커 왜?
페이지 정보
본문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2년 전부터 미국의 도로를 달리는 테슬라 브랜드의 전기자동차 중 희한한 문구가 적힌 스티커가 붙은 경우가 보이기 시작했다.
"일론머스크이 미치기 전에 샀음"I bought this before Elon went crazy, "일론 미친 X인 거 알려지기 전에 샀음"I bought this before we knew Elon was crazy, "안티-일론 테슬라 클럽"Anti-Elon Tesla Club 등이다.
테슬라 차주이긴 하지만 일론 머스크는 싫다는 표현을 담은 이런 스티커들은 에치Etsy, 아마존 등 온라인으로 여러 종류가 판매되고 있다.
이런 스티커는 머스크가 트위터현 X를 인수한 후 2022년 말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2022년 12월 톰 고든이라는 테슬라 차주는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나는 일론 머스크를 손절했다. 그래도 내 테슬라는 마음에 든다", "머스크가 그냥 멋진 거 만들 때가 좋았다"라는 스티커를 만들어 붙이고 다닌다고 말했다.
머스크가 작년부터 공화당 대선후보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을 지지하는 선거운동에 나서면서, 테슬라는 우파 정치색을 강하게 띤 브랜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여기 부담감이나 불쾌감을 느끼는 테슬라 차주들이 증가하면서 이런 스티커의 판매량은 계속 늘고 있다.
기존 테슬라 차주 중 차를 바꿀 때가 되면 일부러 다른 브랜드의 차를 선택하는 이들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2024년 12월 10일 미국 아마존에서 팔리고 있는 테슬라 전기자동차용 스티커들. [아마존닷컴 화면 캡처, DB 및 재판매 금지] 2024.12.10.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간 테슬라가 드물던 2011년부터 테슬라를 탔으나 내년 5월에는 차를 루시드 그래비티로 바꾸려고 한다는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주민 조 사이퍼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테슬라 차주라는 게 마치 마가 모자트럼프와 지지자들이 쓰는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문구가 적힌 야구모자 스타일의 빨간 모자를 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머스크가 트럼프 당선인을 지지하고 나서는 일이 없었더라면 자신이 테슬라 아닌 차를 일부러 고르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테슬라는 미국에서 단연 가장 잘 팔리는 전기차다.
미국에서 팔리는 신차 가운데 전기차의 비중은 10%에 불과하지만, 그 중 테슬라가 절반을 차지한다.
자동차 거래 정보 전문업체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2023년에 테슬라는 미국에서 약 65만5천대를 팔았다. 같은 기간에 2위인 제너럴모터스는 약 7만6천대였다.
몇 년 전까지 테슬라는 오히려 진보에 가까운 브랜드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전기자동차를 타는 것이 좋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그러나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하고 X로 개명하고 난 후 우익 성향 정치 게시물이나 음모론 지지 글을 자주 올리고 있으며, 트럼프의 선거운동에 2억5천만 달러3천600억 원의 정치자금을 기부하기도 했다.
지난달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 트럼프 당선인은 머스크를 자문기구인 정부효율부DOGE의 공동수장으로 내정한 상태다.
이런 머스크의 행보가 테슬라 판매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조짐도 보인다.
올해 1∼3분기 테슬라 판매실적은 47만1천여대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5% 감소했다.
이는 테슬라의 주력 모델들이 나온 후 시간이 흘렀고 전기차 시장의 경쟁이 심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테슬라 판매에 머스크의 이미지도 영향을 주는 점은 분명하다.
일부 사람들에게는 긍정적, 다른 사람들에게는 부정적 이미지다.
지난 8월 자동차 정보 업체 에드먼즈는 향후 12개월 내에 차를 구입할 계획이 있다는 차주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다.
앞으로 12개월 내에 전기차 구입을 고려중이라는 사람들 중 머스크 때문에 테슬라를 구입할 가능성이 낮아졌다거나 높아졌다고 말한 비율은 각각 36%와 37%로 팽팽했다.
27%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으며, 2%는 머스크에 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FT는 "일론 미치기 전에 샀음"이나 "안티-일론 테슬라 클럽" 등 문구가 달린 스티커들은 매슈 힐러라는 사람이 만든 것이라고 소개했다.
FT에 따르면 힐러는 테슬라 구입을 고려중이었지만 머스크가 우익으로 기우는 것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
하지만 테슬라 차를 구입한 이들 중에도 머스크가 마음에 안 든다는 점을 표현하고 싶은 이들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이런 스티커들을 만들어 자신이 에치에서 운영하는 스티커 상점을 통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대통령 선거 전에는 하루 50개 안팎이 팔렸으며, 대통령선거 다음날이며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11월 6일에 하루 300개로 판매 실적이 가장 좋았다.
그 뒤로는 하루 100개 가까이 꼴로 팔린다고 한다.
힐러는 "요즘 테슬라 사는 사람들은, 머스크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다"며 "그러니 매출에 영향은 틀림없이 있을 거다. 테슬라는 전통적으로 진보성향 사람들이 타는 차였으니까. 그래서 지금은? 머스크가 새 고객기반을 위해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limhwasop@yna.co.kr
끝
- [이 시각 많이 본 기사]
- ☞ "아파서 출근 못해요" 밥 먹듯 거짓말…사회복무요원 법정구속
- ☞ "백종원 1천명 만들겠다더니"…발길 끊긴 용리단길
- ☞ 잔혹한 고문흔적 그대로…문 열린 시리아 정치범 수용시설 참상
- ☞ 충암고 학생들 직접 나섰다…"분노 공감…그들은 우리와 무관"
- ☞ 윌리엄 왕세자 만나고 온 트럼프 "실물이 더 낫네"
- ☞ 안 지키면 처단당할 거야 시골 초등교실의 작은 계엄 수업
- ☞ 대통령전용기 이륙에 경호처 "정기 성능 점검 비행" 해명
- ☞ "앳된 목소리로 떡 10개 선결제…일하다 울컥했죠"
- ☞ 美 보험 CEO 총격용의자 체포…유나바머 흠모한 명문대 졸업생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저작권자c>
관련링크
- 이전글"이사 하루 전 내 집에 낯선 사람이 산다" 공인중개사도 당한 전세·분... 24.12.10
- 다음글코트라, 한국감사인대회·공공기관감사인대회 동시 수상 24.12.1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