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모범생 유럽의 후회…해상풍력 팔고 직원 자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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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벽’ 유럽 기업, 신재생 후퇴
그래픽=김하경
미 블룸버그는 9일현지 시각 영국 BP가 일본 최대 전력업체 JERA제라와 합작사를 세우고, 해상 풍력 사업 부문을 모두 넘기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해상 풍력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온 BP가 고금리와 공급망 문제로 비용 압박이 커지자 제라에 손을 내민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BP는 2030년까지 해상 풍력에 32억5000만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지난 2020년 BP가 2030년까지 해상 풍력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100억달러의 3분의 1 수준이다.
BP의 라이벌인 셸도 풍력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5일 “셸이 더 이상 해상 풍력 사업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신규 사업은 더 추진하지 않고,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과 미국 등에서 운영하던 기존 해상 풍력 발전 단지 사업만 유지한다는 것이다. 셸은 우리나라 울산에서 진행하던 ‘문무바람’을 비롯해 전 세계 곳곳에서 진행하던 해상 풍력 사업에서도 철수하고 있다.
2017년 기존 석유·가스 사업을 모두 매각하고 친환경 에너지에 ‘올인’했던 덴마크 오스테드는 지난해 10월 미국 뉴저지주 해상 풍력 사업에서 철수하며 40억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봤다. 지난 8월에는 유럽 최대 규모 청정 수소 생산 프로젝트인 ‘플래그십 1’ 사업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들인 비용만 2억2000만달러, 프로젝트 취소로 인한 위약금만 4400만달러에 달하지만 ‘손절’한 것이다. 2021년 초 1300크로네약 26만원를 웃돌았던 주가는 지난 9일 기준 반의 반 토막 수준인 363.5크로네까지 떨어졌다.
유럽 에너지 기업들은 과거 수립한 친환경 목표도 잇따라 수정하고 있다. BP는 2030년까지 석유 생산량을 2019년 대비 40% 줄이겠다는 목표를 지난해 2월 25%로 축소했다가 지난 10월 아예 철회했다. 셸도 올 상반기 당초 2030년까지 2016년 대비 탄소 배출량을 20% 줄이겠다는 목표를 15%로 수정했다. 오스테드는 2030년까지 50GW기가와트로 늘리겠다던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목표를 지난 2월 35~38GW로 하향 조정했다.
그래픽=김하경
엑손모빌·셰브론 등 미국 기반 석유 메이저들은 생산량을 늘리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두 기업은 지난해 각각 80조원·70조원 규모 대규모 인수·합병 계약을 체결하며 석유·가스 생산량을 크게 늘렸다. 엑손모빌은 지난 3분기 하루 석유 생산량이 460만배럴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4% 이상 증가한 수치다. 셰브론 역시 지난 3분기 하루 석유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한 161만배럴을 나타냈다.
신규 투자도 확대 중이다. 엑손모빌은 지난 9월 나이지리아에 100억달러를 투자해 석유 시추에 나서겠다고 밝혔고, 이달 들어선 인도네시아에 150억달러 규모의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분야 투자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셰브론은 10억달러를 들여 인도 벵갈루루에 연구·개발 허브를 조성하기로 했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경제성을 갖지 못한 신재생에너지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기업들이 부실이 쌓여가면서 현실을 자각하게 된 것”이라며 “친화석연료 성향의 트럼프 2기 정부 출범과 함께 유럽과 미국 석유·가스 기업들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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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우 기자 rainplz@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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