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사려라, 자칫 나치 부역자 아이히만 된다"…관가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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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협력해 국정 공백을 메우겠다고 선언했지만, 혼란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정책 추진의 정치적·법적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중심을 잡아야 할 각 부처 공무원들이 사실상 업무에서 손을 떼고 있어서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 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자정께 촬영한 서울 광화문 광장과 정부청사 일대 모습. 연합뉴스
9일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부처 A과장은 “대통령이 아직 물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총리와 여당이 대통령을 빼고 어떻게 협의해 국정을 운영한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 과장은 “정책을 추진하다 보면, 민감한 부분이 많은데 문제가 생기면 총리와 여당 대표가 책임져주지 않을 것”이라면서 “무리한 지시가 내려오면 이를 거부하는 방안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정부 부처 B팀장도 “원래 여당과 하는 정책 협의는 정부에서 정책 방향을 다 정해 놓고, 입법 협조를 구할 때나 하는 것”이라며 “총리가 여당 대표와 함께 정책 방향을 정한다는 것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하는 것이 될 수도 있는데, 이를 따라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일부 부처에서는 정치적 내홍에 휩쓸리면 안 된다며 현 정부를 비판하는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기획재정부 한 직원은 최근 익명게시판에 ‘한 명의 X아이가 어떻게 나라를 망치는가’ 제목의 글을 올려 “잘못하면 우리 모두 아돌프 아이히만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부역자 될 수 있다”고 썼다. 탄핵 정국에서 적극적으로 일하다가, 나중에 오히려 부메랑을 맞을 수 있으니 몸을 사리자는 취지다. 실제 이명박 정부 ‘4대강 사업’이나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 같은 정권의 핵심 정책을 수행했던 공무원들은 정권 교체 이후 수사나 감사 혹은 인사 배제 등을 당했다. 이런 경험 때문에 최근 같은 권력 공백기에 업무 지시를 따르지 않는 공무원들이 더 많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부처뿐 아니다. 금융감독원에서도 앞으로 업무 과정에서 정치적 시비에 휘말릴 수 있는 일은 하지 말자며, 구체적 행동 지침까지 공유하고 있다. 금감원 직원은 익명게시판에 최근 올라온 ‘금감원 현안과 향방’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직원 입장에서는 상급자들이 업무 총지휘자였다는 증거를 최대한 만들어 놓거나 일 터지면 무조건 내 편 들어줄 동료들 많이 만들어야 한다”면서 “증거 남기지 않는 국면에서 불리한 건 타자기 노릇만 한 하급자라는 사실을 우리는 수 없는 경험으로 학습했다”고 썼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정책 공백을 막기 위해 매주 회의를 한다고는 하지만 정책 신뢰성을 주기 한계가 있다”라며 “결국 민간 등을 참여시켜 경제 정책 결정 기구를 정부 바깥으로 꺼내 놓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김남준ㆍ김기환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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