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덮친 계엄쇼크 "朴탄핵때보다 심각"…IMF·금융위기 재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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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 불발에 따른 국정 혼란으로 안 그래도 힘을 쓰지 못했던 원화 가치의 추가 하락이 우려된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와 비슷한 탄핵 정국 전개를 기대하면서 환율 급등, 대외 신인도 하락 가능성을 높게 잡지 않았던 이전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당국은 우리나라의 외환 보유 규모가 충분하다면서 환율 변동성에 대응할 의지를 피력하고 있으나, 정치 혼탁에 따른 내수 경기 침체 여파로 내년 1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며 원·달러 환율은 1500원 돌파 전망까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현재와 같은 고환율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22년 레고사태 등 과거 3차례 뿐이어서, 일각에선 세 번째 경제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처럼 어두운 전망의 배경에는 8년 전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와 판이하게 달라진 우리 경제 양상이 자리잡고 있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 시작됐던 2016년 10월 평균 환율은 1128원, 탄핵안 가결 직후인 같은 해 12월은 1183원을 나타냈다. 이후 환율은 빠르게 내려 박 전 대통령 파면이 이뤄진 2017년 3월에는 1134원을 기록, 탄핵 정국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환율이 석 달 새 55원 올랐다가 정국 개시 반년 만에 소강되는 양상을 보인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헌법재판소 파면 등 어느 정도 예상된 흐름을 따라갔기 때문이었다. 이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에 전이될 정도로는 번지지 못했다.
구체적으론 국정 혼란에 따른 내수 위축, 신인도 하락, 외국계 자금 유출 등 부작용이 단기에 그치거나 방지되면서 국내 경기가 선방했다. 특히 수출이 반도체 호황기를 타고 우리 경기를 탄탄히 뒷받침했다.
그 결과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 한국 경제 성장률은 2016년 2.9%, 2017년 3.2%, 2018년 2.9%로 잠재 수준인 2% 초중반을 상회했다. 국내 체감 경기가 좋진 못했어도 경제의 기초 체력 정도는 넘겼단 의미다.
자료사진 /뉴스1
하지만 윤 대통령의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으로 혼란스러워진 정국은 수습 첫발인 국회의 탄핵안 표결부터 예상 경로를 이탈했다. 이에 과거보다 높아진 불확실성으로 인해 외국계 자금이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원화 가치가 추가로 내려갈 거란 분석이 외국계 투자은행IB 중심으로 제기됐다.
대표적으로 최근 노무라증권은 내년 2분기4~6월 환율 상단을 1450~1500원으로 제시했다. 환율이 계엄 선포 직전인 11월 평균 1394원오후 3시30분 종가 기준보다 100원 이상 치솟을 수 있다는 경고에 해당한다
문제는 우리 경기가 박 전 대통령 탄핵 때보다 어둡다는 점이다. 8년 전 한국 경제는 과거만큼 높진 않아도 어느 정도 추세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가던 중이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 경제는 경기 침체 국면을 지나고 있다. 향후 3년 동안 각각 △2.1%올해 △1.9%내년 △1.8%2025년, 한은 11월 경제 전망 기준 등 잠재 이하의 저성장 궤도가 예고됐다.
현재 우리나라 잠재 성장률은 2%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를 밑도는 1%대 성장률이 2년 연속 이어질 것이라는 한은의 전망은 사실상 우리 경제가 저성장 궤도에 들어섰다는 선고에 해당한다. 그만큼 과거와의 기계적인 비교는 불가능한 상태다.
실제로 골드만삭스는 지난 8일 탄핵 정국 등으로 내년 한국 성장률에 하방 압력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이전 탄핵 정국과 달라진 대내외 여건에 비춰 한국 경제와 원화 가치가 동반 뒷걸음칠 수 있다는 어두운 경고를 내놓은 것이다.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을 주저케 하는 원화 가치 하락이 뼈아픈 대목이다. 지금과 같은 1400원대 환율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22년 레고사태 등 과거 3차례밖에 없었다. 이때마다 우리 경제는 흔들렸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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