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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팩·커피 불티 vs 식당 예약 취소…희비 엇갈린 여의도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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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회 작성일 24-12-09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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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카페·분식 등은 매출 껑충
외식업 상권은 침체 위기에 울상
"시국인 만큼" 송년회 취소 분위기
핫팩·커피 불티 vs 식당 예약 취소…희비 엇갈린 여의도 [현장]

국회 인근 한 편의점에서 컵라면 매대가 텅 빈 모습. /사진=김영리 기자



"지난 주말 매출이 이전 주와 비교하면 딱 10배 올랐어요. 이거 봐요. 오전 내 물건 계속 채우는데도 빈 데가 이렇게나 많잖아요."

9일 정오께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인근 편의점에서 만난 점주 A씨는 이같이 말하며 손을 바삐 움직였다. 그는 핫팩을 찾는 손님들에게 "추우실 텐데 동나서 어쩌냐"며 "뜨거운 음료라도 있다"면서 온장고를 가리켰다.

지난 주말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정문을 중심으로 몰린 인파가 여의도 상권에 극과 극의 영향을 미쳤다. 편의점과 카페 등은 시위 특수를 누렸지만, 연말 특수에 유동 인구 급증으로 기대가 더해졌던 대부분 식당은 예약이 줄취소 됐다. 도리어 시위가 상권 침체를 가속화하고 우려가 제기된다.
편의점·거리가게 "매출 최소 5배 ↑"
국회 인근에서 이어진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 촉구 시민 집회에는 7일 오후 5시 기준으로 주최 측 추산 100만명, 경찰 추산으로는 10만명이 집결했다. 이 기간 혼잡을 우려해, 국회의사당역과 여의도역에 지하철도 정차하지 않을 정도였다.


9일 오전 여의도동 내 한 편의점에서 동 난 제품을 서둘러 채우는 모습. /사진=김영리 기자

9일 오전 국회의사당 인근 편의점에 붙은 매진 품목 안내문. /사진=김영리 기자


편의점 점주 A씨는 "물, 핫팩, 뜨거운 음료, 배터리, 돗자리, 마스크, 간편식, 초콜릿 등이 불티나게 팔렸다"며 "이 자리서 10년째 영업하는 데 일일 매출이 이렇게 높게 찍힌 건 어제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허가 노점인 여의도 공원 인근 거리가게의 상인 B씨는 "원래 주말에 영업을 안 하는데, 지난 주말은 나왔다"며 "평소 일일 매출의 최소 5배는 넘겼다. 평소에 주말 영업을 안 하던 주변 식당들도 지난 주말에는 문을 열어두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지난 주말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집회에 참여하지 못하는 일부 시민들이 카페나 햄버거, 도시락 가게 등에 먼저 대금을 결제해두고 집회 참가자들에게 음료나 음식을 무료로 음료나 배부하기도 했던 터.

국회의사당 인근의 한 카페 직원 C씨는 "지난 주말 정신없이 바빴다"며 "원래 이 매장은 평일이 바쁘고 주말엔 한산한 지점인데, 지난 주말에는 밀려드는 주문에 시시각각 재료도 동나서 눈코 뜰 새 없었다"고 밝혔다.
식당가는 메뉴 따라 희비 교차
이와 대조적으로 국회의사당역과 여의도역 인근 건물의 지하 식당가 풍경은 사뭇 달랐다. 국회 보좌진과 직원들은 비상 상황에 외출을 자제하고, 증권맨들은 시위로 연말 송년회 등 약속을 미루면서다.

일행과 국회와 가까운 건물의 한 지하 식당가를 나오던 50대 직장인 이모씨는 일 "손님이 정말 없다"며 "보통 점심시간보다 일찍 와서 줄을 서야 하는데 시국 때문인지 오늘은 줄도 없이 바로 식사했다"고 말했다.

국회 인근 한 지하 식당가의 모습. 평일 점심인데도 식당 내부에 손님들이 가득 차있지 않았다. /사진=김영리 기자


지하 식당가에서 유명 한식당을 운영하는 40대 점주 D씨는 "우린 단체 예약 중 절반이 국회 분들인 식당"이라며 "지난주 계엄 선포 후 12월 국회 직원분들 예약은 전부 취소됐다고 보면 된다"고 털어놨다. 이어 "나라고 왜 이해 못 하겠나. 직원분들도 신년회로 꼭 다시 예약하겠다고 위로해주셨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나마 외식업 중에서는 집회에 참여하면서 간단히 요기할 수 있는 분식류만 불티나게 팔리는 모양새다. 여의도역 지하철 출구 부근의 한 김밥·만두 가게 직원은 "국회에서부터 이어진 줄이 우리 가게 바로 앞까지 가득 찼었다"며 "주말에 인근 식당들이 다들 문을 닫다 보니 24시간 영업하는 우리 가게가 특수를 봤다"며 "시민분들이 김밥 찾아 삼만리 했다고 하시며 김밥을 많이 사 가셨다"고 말했다.

그래프=신현보 기자


여의도는 주거지, 증권가, 국회 등이 위치하고 있어 외식업을 중심으로 상권이 발달한 특징이 있다. 그러나 내수 침체 위기로 폐업이 속출하면서 올해 역대급 위기 분위기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 데이터개방에 따르면 올해 폐업한 여의도동 소재 외식일반휴게 음식점업 점포 수는 377곳으로 역대 최다 수준이다. 통상 12월에 폐업이 더 쏠리는 점을 감안하면 400곳에 달할 가능성도 있다. 1~11월 통계로만 전년 동기 대비 20% 급증했다.

시위가 계속될수록 식당가 위기가 더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주말 여의도를 찾은 시민들은 인근 직장인에 비하면 외지인에 가깝다"며 "이들은 비용 측면에서 접근성이 좋은 간편식이나 음료를 마시려고 하지 굳이 모르는 장소에 비용을 더 들여 식사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리/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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