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복에 등장한 분홍색…섬세함과 우아함을 더하다 > 경제기사 | economics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경제기사 | economics

남성복에 등장한 분홍색…섬세함과 우아함을 더하다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수집기
댓글 0건 조회 12회 작성일 25-03-12 04:01

본문

[패션 NOW]

역사 속 분홍색, 부와 지위 드러내

스타들 무대에서 분홍색 의상 선보여… 봄여름 남성복에 이어진 핑크빛 행렬

시대에 따라 영역 확장한 힘 있는 컬러


남자는 핑크를 싫어한다? 과연 사실일까. 언젠가부터 여성은 분홍색, 남성은 파란색 같은 색상 구분 짓기가 이뤄지면서 다 큰 성인 남자가 분홍색 옷을 입거나 물건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 별스럽게 보는 시선도 많다. 어쩌면 남성들은 태어날 때부터 핑크를 선택할 기회를 박탈당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0여 년 전만 해도 핑크는 남자들을 위한 색이었다. 18세기 당시 유럽에서 성행한 로코코 시대 패션은 우아함의 극치라 할 만하다. 특히 상류층 남성 사이에선 밝고 화려한 색깔의 옷이 인기를 끌었다. 그중에서도 시선을 단번에 집중시키는 분홍색은 염료가 비쌀뿐더러 제조 과정이 까다로워 서민들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색이었다. 남성에게 분홍색 정장은 부를 드러내는 상징처럼 떠받들어졌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1746년영조 22년 편찬된 ‘속대전’에 따르면 당시 정3품 이상의 품계에 해당하는 높은 관직의 당상관들은 죄다 분홍색 관복을 입었다고 한다. 당대 관리들을 그린 초상화를 보면 흰 머리와 수염이 무성한 남성들이 하나같이 연한 분홍빛 복색을 입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역사적인 관점에서 핑크는 남성의 부와 지위를 드러내는 색임이 틀림없다.

193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부드럽고 밝은 색인 분홍은 남아, 다소 차분한 색인 파랑은 여아라는 인식이 강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여성과 분홍색을 강조한 마케팅이 활발해지자 남성들은 점차 핑크를 기피하게 됐다.

그럼에도 핑크가 가진 매력을 완전히 부인할 수 없었던 일부 스타들은 핑크에 대한 고정관념을 부수는 데 앞장섰다.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의 ‘핑크 캐디’로 잘 알려진 1955 캐딜락 플리트우드는 그의 자유분방함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아이템이다. 세계 각지에서 복제품이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얻으며 성공한 남성들의 드림카로 자리매김했다. 1970년대 글램록의 상징이자 패션 아이콘인 데이비드 보위는 무대 위에서 분홍색 의상을 자주 선보였다. 1980년대 팝 음악계를 대표하는 프린스는 또 어떤가. 남성성과 여성성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그의 패션은 성 역할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기에 충분했다. 팝스타 마이클 잭슨과 프레디 머큐리도 분홍색에 대한 인식을 개선시켰다.

디자이너들 역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대표적인 디자이너가 바로 이브 생로랑이다. 그는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바지를 입는 것이 금기시되던 1966년, 첫 여성용 턱시도인 ‘르 스모킹’ 슈트를 선보였다. 그는 이듬해 선보인 컬렉션에선 분홍색을 메인 컬러로 내세운 슈트들을 남성복에 포함시키며 남성들이 고정관념 없이 자유로이 색상을 선택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넓혔다. 톰 포드 역시 현대적인 남성복 디자인에 분홍색을 적극 활용한 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그의 컬렉션에 자주 등장하는 핑크 슈트는 고급스럽고 세련된 남성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런가 하면 알렉산더 매퀸은 전통적인 남성복 디자인을 혁신적으로 해석하는 영민함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분홍색 같은 대담한 색상에 패턴을 적용한 테일러링으로 전통과 현대적 감각을 조화롭게 표현한다.

46톱.jpg


이번 봄여름 남성복 컬렉션에도 핑크빛 행렬이 이어졌다. 연분홍과 진분홍 더 나아가 홍미색이나 자주색까지 핑크 컬러가 다양한 채도와 명도로 돌아와 옛 시절 명성을 잇고 있다.

디오르 맨은 옅은 분홍색 티셔츠와 재킷을 톤온톤으로 매치해 남성복에 섬세함과 우아함을 더했고, 구찌는 속살이 비치는 메시 소재의 분홍색 폴로 셔츠를 곁들인 쇼츠 슈트 룩으로 과감한 시도를 꾀했다. 테일러링의 장인 에르메스는 셔츠와 재킷, 액세서리에 화사한 분홍색 컬러를 사용하며 트렌드를 뒤따랐다. 이에 질세라 드리스 반 노튼은 채도가 높은 분홍색 시폰 트렌치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런웨이 무대를 핑크빛으로 물들였다. 로에베는 연분홍 터틀넥 셔츠를 가미한 매니시 룩으로 자율성과 자신감을 부여했다. 해체주의 정신을 대변하는 꼼데가르송은 절개라인을 따라 툭 튀어나온 진분홍색 슈트로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했다.

핑크는 유구한 역사와 함께 의미와 역할을 달리하며 우리 곁을 지켜 왔다. 시대의 변천에 따라 굴하지 않고 영역을 확장해온 이 힘 있는 컬러는 남성들에게도 점차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남성들이 자유롭게 핑크를 외칠 날이 머지않았다.

안미은 패션칼럼니스트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회원로그인

회원가입

사이트 정보

회사명 : 원미디어 / 대표 : 대표자명
주소 : OO도 OO시 OO구 OO동 123-45
사업자 등록번호 : 123-45-67890
전화 : 02-123-4567 팩스 : 02-123-4568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제 OO구 - 123호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정보책임자명

접속자집계

오늘
1,055
어제
1,460
최대
3,806
전체
944,449
Copyright © 소유하신 도메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