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양평 고속도로 자료 고의로 삭제…국토부 거짓 해명 드러나 > 경제기사 | economics

국토부 자체 감사 결과 공개
사업 관리·자료 공개 부실
"용역사 실수"라던 해명 거짓

국토교통부가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자료를 홈페이지에 공개하며 일부를 고의로 삭제했다는 의혹이 자체 감사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국토부는 2023년 논란이 불거진 직후 ‘실무자 실수’라고 둘러댔고 나중에는 ‘용역업체 실수’라고 말을 바꿨는데 모두 거짓 해명이었다.

11일 국토부는 감사 결과를 담은 ‘서울-양평 타당성조사 용역 관련 특정감사 처분 요구서’를 사전에 아무런 예고도 없이 홈페이지에 올려 공개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자체 감사를 요구한 지 1년 6개월 만이다. 감사 대상은 △용역 관리 및 준공 처리 △국회 자료 제출 경위다. 특혜 의혹 자체는 조사하지 않았다. 감사 결과, 국토부 감사관은 공무원 7명의 징계 등 처분을 권고했다. 징계 5명, 주의 1명, 경고 1명이다.

사업과 관련 총체적 부실이 확인된 것이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은 국토부가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 확정한 양평군 양서면 종점을 양평군 강상면으로 변경해 강상면 일대에 땅을 소유한 김건희 여사 일가에 특혜를 줬다는 내용이다.

먼저 이번 감사에서는 국토부 담당자들이 2023년 7월 국회에 서울-양평 고속도로 타당성조사 용역 과업수행계획서를 제출하며 자료의 신뢰성을 높이려고 4쪽을 삭제한 사실이 확인됐다. 담당자들은 감사에서 자료를 삭제한 이유를 ‘용역과 무관한 오타가 있어 국회에 그대로 제출할 경우, 자료의 부실 작성으로 신뢰성 문제가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담당자 2명과 한국도로공사 국토부 파견 직원 1명이 징계 처분을 권고받았다.

당시 국토부는 홈페이지에 문서 55건을 공개해 사업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했다고 강변했으나 그 직후부터 특혜 의혹을 입증할 자료를 숨겼다는 의혹이 추가로 불거졌다. 용역업체들이 그해 4월 작성한 용역 과업수행계획서의 원본에 있었던 ‘예비타당성조사 내용 검토’ 항목23~26쪽이 홈페이지 공개본에서는 사라졌던 것이다. 종점 변경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담긴 부분으로 특혜 의혹의 핵심이 되는 부분이다. 공개본은 쪽 번호도 다시 매겨졌다.

사업 관리도 부실했다. 국토부 도로정책과는 용역업체로부터 과업수행계획서와 월간진도보고서를 정해진 기한 안에 제출받아야 했으나 이를 지시하지 않았다. 국회가 해당 자료를 요구한 2023년 6월에야 자료를 받았다. 용역감독을 임명해 용역업체의 과업 이행 상황을 감독해야 했으나 이 역시 지키지 않았다. 또 용역업체가 1차 용역 과제인 경제적 타당성 분석, 종합 평가 등을 이행하지 않았는데도 용역 대금 18억6,000만 원을 지급했다. 감사관은 담당자들에 대해 징계2명와 경고1명 주의1명를 권고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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