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법정관리 신청, 어쩌다…
페이지 정보

본문
MBK, 점포 팔아 버티더니…
국내 대형마트 2위 업체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소식이 알려지며 후폭풍이 거세다. 홈플러스 재무안정성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며 납품을 중단하고 상품권 사용을 제한하는 협력 업체가 늘어나는 중이다. 매장 영업에 차질이 생길 경우 홈플러스 유동성 위기는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 대금 미정산을 우려한 다른 협력 업체가 납품을 중단, 다시 영업에 문제가 생기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최대주주 MBK파트너스MBK의 도덕적 해이도 도마에 올랐다. 원금 회수를 위한 무리한 차입 경영으로 자금난을 자초했다는 비판에 더해, 기업회생 신청 직전까지도 법인과 개인 투자자에게 기업어음CP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거세다.

유동성 위기 자초한 최대주주 MBK
계속된 영업적자에도 알짜 점포 매각만
홈플러스의 갑작스러운 법정관리 신청이 알려진 건 지난 3월 4일이다. 지난 2월 말 홈플러스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한 단계 내려간 것이 방아쇠였다. 홈플러스 측은 ‘선제적인 회생’이라는 표현을 썼다. 현금 유동성이 나빠진 상황에서 신용등급 강등으로 운영자금 대출까지 줄어들 경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어 법정관리를 결심했다는 설명이다. 어음 등 부도를 막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존 사례들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선제적인 회생이라는 말은 듣도 보도 못했다. 본업 경쟁력 회복이나 구조조정 등 노력은 차치하더라도 자산 매각 같은 수단이 충분히 남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최후의 카드인 법정관리를 신청한 건 무책임한 일”이라고 평했다.
홈플러스 유동성 위기는 예견된 일이었다.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몇몇 납품 업체에 대금 지급을 미루고 정산 지연 이자를 주는 등 문제가 불거졌다. MBK파트너스가 지난해 6월부터 분할 매각을 시도했을 때도 업계에선 유동성 위기 얘기가 나왔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기업형 슈퍼마켓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따로 떼어내 매각 작업을 공격적으로 진행해왔는데, 당장 쓸 현금조차 부족하기 때문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
홈플러스 유동성 위기 원인은 복합적이다.
첫째, 영업 부진이다. 홈플러스는 2021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영업적자가 확실시된다. 코로나 팬데믹 직격탄을 맞은 2021년1335억원과 2022년2602억원에 이어 2023년에도 199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도 1571억원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팬데믹과 고물가 장기화로 내수 부진이 이어졌고 여기에 쿠팡 같은 이커머스가 약진하며 홈플러스를 비롯한 대형마트가 설 자리를 잃었다”며 “애초에 한국 내수 시장 규모 대비 현재 대형마트 개수가 과도하게 많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둘째, 최대주주인 MBK의 무리한 차입 경영이다. MBK는 2015년 영국 유통 기업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 지분 100%를 5조원을 주고 인수했다. 재매각을 목적으로 한 사모펀드 기업 인수로는 국내 Mamp;A 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 거래였다. 당시 MBK는 대금 중 약 2조7000억원을 인수 금융대출으로 마련했다. 여기에 기존 홈플러스가 갖고 있던 차입금 승계분 1조3000억원을 더하면, MBK가 짊어진 홈플러스 관련 채무는 4조원에 달한다. 추가로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충당한 돈도 약 7000억원이 있다. RCPS는 투자금 상환을 요청할 수 있는 ‘상환권’을 인정하기 때문에 사실상 채무 성격이 강하다.
MBK가 빚을 갚는 방법으로 택한 전략은 ‘매장 매각’이다. MBK는 홈플러스 인수 후 14곳 점포를 완전 폐점했다. 원금과 이자 비용 상환을 위해 자산을 매각한 것. 매장 부지를 매각해 당장 유동성을 확보한 후, 이를 다시 빌려 이용하는 ‘세일앤리스백’도 부담을 키웠다. 홈플러스가 한 해 내는 임대료만 지난 수년간 4000억원을 웃돈다.
과거 홈플러스에서 근무했던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MBK는 마트 사업을 키워 회사 가치를 높이는 대신 매장 등 부동산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원금 회수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며 “알짜 점포를 줄줄이 팔아 치우기만 하는데, 기업 실적이나 브랜드 이미지가 개선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대금 못 받을라”…납품 중단 협력 업체
국민연금·개인 투자자, 수천억 손실 가능성
홈플러스 법정관리 신청에 유통 업계 전반에 후폭풍이 거세게 분다. 상품권 사용 중단을 밝힌 업체가 늘고 있고 납품 여부와 납품 규모를 놓고 고민에 돌입한 협력 업체도 부지기수다. 최근 CJ푸드빌, 신라면세점, 에버랜드 등 홈플러스 상품권 제휴사는 변제 지연 등을 우려해 잇달아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을 막았다.
납품을 일시 중단한 곳도 많다. CJ제일제당 , 롯데웰푸드, 롯데칠성, 오뚜기, 삼양식품, 동서식품 등 주요 식품 업체를 비롯해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홈플러스 제품 출하를 일시 정지한 상태다.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된 결과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납품사끼리 눈치 게임에 돌입한 분위기다. 한 곳이 납품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면 현금 유동성이 빡빡한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연쇄 중단이 나타날 수 있다”며 “판매 상품이 줄어 정상 영업이 어려워지면 홈플러스 현금 창출력이 줄고, 다시금 대금 정산이 지연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에 투자한 투자자들도 속이 탄다. 홈플러스 CP와 전자단기사채 투자자는 수천억원대 손실을 볼 가능성이 제기되는 중이다. 홈플러스에 6000억원을 투자한 국민연금이 당장 불똥을 맞았고 개인에게 판매된 홈플러스 단기 채권만 해도 수백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회생절차 개시로 금융채권 상환이 유예되면서 현재 홈플러스 측 변제 의무는 사라진 상황이다. 향후 홈플러스 기업회생에 따른 채무 변제권 순위는 메리츠금융 등 담보 채권자가 1순위, CP 등 무담보 채권자가 2순위, 국민연금을 비롯한 RCPS 투자자는 3순위다. 홈플러스가 보유한 부동산 등 자산 규모가 작지는 않지만, 2·3순위까지 순번이 돌아간다는 보장은 없다. 회생에 실패할 경우 상당수 투자자가 돈을 돌려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홈플러스 측은 투자 손실 가능성을 놓고 섣부른 예단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번 회생절차 개시로 금융채무가 유예되긴 했지만 홈플러스 현재 현금 창출력과 감정가액 4조7000억원에 달하는 소유 부동산을 고려하면 현금 수지는 곧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정상화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0호 2025.03.06~2025.03.18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매일경제 amp;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링크
- 이전글국세청, MBK 세무조사 홈플 투자자는 집단반발 25.03.11
- 다음글새 옷 입은 대한항공 25.03.1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