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식량값 뛰는데, 환율 치솟아 먹거리 물가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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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료값 오르고 국제유가도 상승
1300원대 환율, 1400원대 급등
가격 올린 업계 “추가인상 압박”
세계 식량 가격이 1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탄핵 정국으로 원-달러 환율까지 급등하자 국내 먹거리 물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환율 여파로 식품 원재료값이 상승하면서 밥상 물가와 외식 물가가 추가로 오를 수 있어서다.
● 정치 불안으로 급등한 환율에 식품업계 직격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무산 후 첫 평일이었던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6.8원 오른 1426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이는 개장가 기준 2022년 11월 4일 이후 2년 1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결국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17.8원이 오른 1437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미국 달러로 값을 치르는 수입 식품 및 원재료 가격이 비싸진다. 한국은 각종 식품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내 생산물가가 상승하게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로 수입된 식품은 1838만 t, 348억 달러약 50조 원 규모다. 라면 원재료인 밀가루와 팜유, 피자에 들어가는 치즈, 커피 원두 등은 특히 수입 의존도가 높다.
한 식품기업 관계자는 “원래도 원-달러 환율이 1300원 대로 상당히 높아 부담이 됐는데 이젠 1400원대 중반까지 접어든 것”이라며 “정치적 불안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가격 인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어 상황을 심각하게 지켜보는 중”이라고 했다. 또 다른 식품기업 관계자는 “원재료는 2∼3개월 단위로 계약해서 들여오기 때문에 당장 큰 타격은 없겠지만 고환율이 내년까지 이어지면 마진율이 떨어져 제품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 원재료값과 유가 상승, 물가 더 밀어올릴 수도
주요 국제 원료값 자체도 이상 기후, 재배 면적 감소 등의 영향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올해 1월 t당 평균 3236.5달러였던 로부스타 커피 가격은 이달1∼6일 4843.8달러로 49.7%가 올랐다. 같은 기간 코코아는 t당 4456.86달러에서 9509.4달러로 113.4% 상승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입 원재료값이 많이 오르는 와중에 환율까지 상승하며 마진 악화를 걱정하는 식품·외식기업이 많다”고 했다.
연일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는 기름값도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9일 오후 4시 기준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L당 1645.36원으로 전날보다 0.85원 올랐다. 휘발유 가격은 10월 20일부터 연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경유 가격도 L당 1488.14원으로 하루 전보다 1.37원 상승했다. 주간 기준으로도 휘발유와 경유 판매가격은 10월 셋째 주부터 8주 연속 동반 상승 중이다.
상당수 식품·외식기업들은 올해 들어 원재료값 상승을 이유로 주요 제품의 가격을 많게는 20%까지 인상한 바 있다. 여기에 가격이 추가로 오르면 소비자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는 소비심리 위축을 가져와 내수 침체로 이어지는 경제 악순환이 우려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제품 가격이 인상되면 불경기에 가뜩이나 위축돼 있던 소비심리가 더욱 경색될 가능성이 높다”며 “유통채널·소상공인 등 소비자들과 접점이 큰 경제주체들의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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