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산업부 장관들, 삼성 위기 해법 두고 백가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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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톨스토이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은 기업의 위기설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경영진이 이례적 사과문까지 발표한 ‘삼성전자의 위기’를 두고도 백가쟁명식의 주장과 지적, 진단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국내 산업 정책을 끌어온 역대 산업부 장관들은 위기의 삼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옛 전경련가 15일 가진 ‘반도체 패권 탈환을 위한 한국의 과제’ 특별 대담에서 전직 산업부 장관들도 제각각의 쓴소리를 했다.
한경협 임원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의 첫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이윤호 전 장관은 이날 “삼성이 디D램의 성공에 너무 오래 안주하며 조직의 긴장도가 많이 떨어져 있지 않나 한다”며 “삼성에 경각심을 부르는 기회라는 측면에서 삼성전자 주가가 빠진 게 오히려 삼성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일한 성윤모 전 산업부 장관은 “삼성 혼자만의 위기가 아니라 반도체 산업 구조가 변화하는 시기”라며 “내가 하는 사업 방향과 속도 등이 맞는 건지 끊임없이 버리고 새로 도전하는 게 필요하다. 기본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기존 메모리 반도체·스마트폰의 성공 이후 인공지능AI 반도체 중심의 시장 수요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게 위기의 핵심 원인이라는 시각이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산업부 장관을 맡았던 이창양 전 장관도 “환절기가 오면 감기에 걸리듯, 개인용 컴퓨터PC·모바일에서 인공지능 시대로 가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면 기업도 감기를 앓게 된다”며 “삼성이 감기에 걸렸지만 충분히 회복할 여력이 있고, 크게 도약하기 위해 내부 정리, 새로운 목표 설정 시도 등을 하면 지금의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의 첫 산업부 장관으로 재직한 윤상직 전 장관은 “삼성의 위기는 미국 인텔의 위기와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윤 전 장관은 “삼성은 인텔과 달리 내부에 엄청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내부 유보 자금을 가지고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조직 문화와 기업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활용한 원가 절감 요구 등 ‘갑질’ 문화를 버리고 설계, 연구개발, 생산 등 반도체 산업 전 분야에서 협력업체 등 중소·중견기업을 이끄는 ‘반도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견해다.
이창양 전 장관 역시 “삼성은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이 취약하고 개방된 혁신 노력이 부족하다”고 짚으며 “지금은 안테나를 높이 세우고 좋은 기술이 있으면 받아들이는 등 고도의 인텔리전스의사 결정 역량를 발휘할 때”라고 했다. 외부의 조언에 귀 닫고 협업을 꺼리는 폐쇄성을 고치지 않고선 위기 탈출이 어려우리라는 고언이다.
이종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이제는 한 회사가 모든 걸 다 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며 “실질적이고 유의미한 산·학·연 협력을 제대로 하고, 회사와 연구기관 사이 장벽도 확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대담에서 전직 장관들과 주제 발표를 맡은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 등은 이구동성으로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이기려면 정부가 직접 보조금 지원 등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창양 전 장관은 “단순히 ‘대만 티에스엠시TSMC에는 직접 보조금을 주는데 우리는 없다’는 식이 아니라, 잘 조준되고 명분이 뚜렷한 지원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와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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