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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국 대하듯…일본, 한국 IT기업에 "지분 팔고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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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4회 작성일 24-04-2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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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00만명이 쓰는 日국민 메신저
日, 작년 서버 해킹 사태 이유로 소프트뱅크에 지분 넘겨라 요구

라인야후 홈페이지.

라인야후 홈페이지.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 네이버가 일본의 관계사 ‘라인야후’의 경영권을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 라인야후는 네이버와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절반씩 지분을 가진 회사로, 네이버가 개발한 일본 국민 메신저 ‘라인’과 소프트뱅크가 운영하는 최대 포털 ‘야후’를 서비스하는 회사다. 작년 11월 라인의 고객 정보를 관리하는 네이버의 클라우드가상 서버가 해킹을 당하자,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에서 네이버 측 지분 정리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 경영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해킹에 대한 대처가 미흡하다”는 이유다.

24일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에 라인야후의 지분 64.5%를 보유한 지주회사인 ‘A홀딩스’의 주식 매각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A홀딩스’ 지분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씩 갖고 있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달 라인야후에 해킹 사고와 관련해 행정지도를 내리면서 두 차례에 걸쳐 네이버와의 지분 관계를 정리하라고 압박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에서 A홀딩스 주식을 조금이라도 추가 취득하면, 라인야후의 경영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보도했다.

통상 이런 해킹 사고가 발생하면 정부가 보완 조치를 요구하고 벌금 등 페널티를 부과하지만, 이처럼 지분 정리를 요구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이번 조치에 대해 “일본 정부가 자국의 대표 플랫폼을 한국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상황을 뒤바꾸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미국 정부와 의회가 중국 동영상 앱 ‘틱톡’의 미국 사업을 강제 매각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처럼 ‘정보 악용’ 가능성 때문에 적대국 기업의 플랫폼을 퇴출하려는 움직임은 있다. 하지만 네이버 라인은 이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과 일본은 외교적 이익이 충돌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우방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미국과 함께 중국의 팽창에 대응하기 위해 양국 관계 개선에 공을 들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기업을 타깃으로 ‘정보 유출’ 우려를 제기하며 경영권을 위협하는 것은 외교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래픽=이철원

그래픽=이철원

라인야후는 한국과 일본 대표 IT 기업의 결합으로 탄생했다. 2019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검색부터 쇼핑, 메신저, 간편결제 등 온라인 비즈니스를 망라한 플랫폼을 완성하겠다며 당시 1위 메신저인 네이버의 라인에 협업을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인은 일본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메신저 앱이다. 월간활성사용자MAU가 9600만명에 이른다. 일본 인구약 1억2200만명의 80%가 라인 이용자다. 라인은 2011년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인 NHN재팬에서 개발해 서비스를 시작했다. 라인 개발 배경엔 일본인들을 공포에 몰아넣은 동일본 대지진이 있다. 2011년 3월 지진 발생 후, 일본에선 쓰나미로 친구나 가족의 생사를 알 수 없는 대혼란이 발생했다. 이해진 당시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소중한 사람을 ‘핫라인’으로 이어주는 서비스를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했고, 3개월 뒤 서비스가 나왔다.

그래픽=이철원

그래픽=이철원

◇공동 경영 합의 무시하고 지분 매각 압박

라인과 야후를 합병하면서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지주회사인 A홀딩스 지분을 똑같이 50%씩 나눴다. 두 회사는 기업 간 인수·합병 시 어느 한쪽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관행적으로 하던 ‘50%1주’ 없이 완전히 같은 수의 주식을 보유한 것이다. 양사는 2019년 말 합병에 합의하고 2021년 통합 법인을 출범시킬 당시 ‘공동 경영권을 행사한다’고 동의했다.

그래픽=이철원

그래픽=이철원

당시 합의에도 불구하고 소프트뱅크가 지분 매각을 요청한 배경엔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가 있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달 라인야후에 작년 11월 발생한 51만여 건의 개인 정보 유출 사고에 대해 행정지도를 내렸다. 일본 총무성은 개인 정보 유출의 원인이 ‘시스템 업무를 네이버에 과도하게 의존했기 때문’으로 규정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되, 네이버와의 지분 관계 재검토도 포함하라’는 취지의 행정지도를 내렸다. 일본 총무성은 최근 라인야후가 ‘네이버와의 시스템 위탁 규모의 축소 및 종료’라는 재발 방지책을 냈지만, 오는 7월 1일까지 다시 개선책을 제출하라고 2차 행정지도를 냈다. 소프트뱅크에는 ‘라인야후에 대한 자본적인 관여를 보다 강화할 것’을 요청했다. 사실상 일본 정부가 나서 민간 기업의 지분 변경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마쓰모토 다케아키 일본 총무상은 “라인야후가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여, 철저하게 대응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이버 보안 대책’을 명분으로, 매월 9600만명이 넘는 일본인이 쓰는 라인의 경영권에서 한국 기업을 완전히 배제하려는 게 일본 정부의 혼네本音·속마음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행정지도는 일본의 정부 부처가 행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개인이나 기업에 협력을 요구하는 행위로 법적 구속력은 없다. 하지만 관료제가 강한 일본에서 총무성의 행정지도를 NTT나 KDDI, 소프트뱅크와 같은 기업들이 따르지 않은 전례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우방국 기업 경영 간섭은 이례적”

네이버는 서비스 보안 강화부터 지분 관계 재검토 등 다양한 대응책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불합리한 이유로 지분을 강제 매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 목소리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플랫폼 기업 관계자는 “일본이 자국의 ‘데이터 주권’을 이유로 외국 플랫폼에 압박을 가하는 상황”이라며 “네이버가 기술적 측면에서 앞서 있는 만큼, 일방적으로 밀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IT 업계에선 자국 회사와 합작하는 우방국 기업에 지분 매각 등을 압박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네이버가 일본 고객 정보를 상업적 목적 이외 용도로 활용할 가능성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양국의 경제 교류뿐 아니라 외교 관계 개선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IT 업계 관계자는 “외국 플랫폼 기업 퇴출은 사실상 해당 국가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과 같은 메시지”라고 말했다.

☞라인LINE

일본 내 이용자만 9600만명에 달하는 일본 국민 메신저로, 2011년 네이버의 일본 지사였던 ‘NHN 재팬’에서 개발했다. 현재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절반씩 지분을 가진 지주사A홀딩스를 최대 주주로 둔 일본 기업 ‘라인야후LY주식회사’에서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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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철 기자 sunghochul@chosun.com 황규락 기자 rock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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