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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티·포스코에 빨대 꽂는 권력…코리아 디스카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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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회 작성일 24-01-0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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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경북 포항시 남구 포스코 본사에서 포항제철소 1기 설비 종합준공 50주년 기념행사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 연합뉴스


지난 3일 포스코홀딩스 시이오CEO 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가 이날 연 4차 회의 결과를 담은 보도자료를 냈다. “그간 지원서를 제출한 내부 후보에 대한 1차 심사를 통해 다음 단계인 ‘평판조회 대상자’로 8명을 선정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8명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보도자료의 핵심은 ‘참고’하라며 알린 짧은 내용에 담겨 있었다. “앞으로 심사할 내부 후보 대상자 리스트에 최정우 현 회장은 없다.” 보도자료는 최 회장이 3월22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물러날 것임을 알리는 것이었다.





국민연금의 정치 행위





최 회장은 2018년 7월 포스코 회장에 올라, 2021년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재임 기간 2차전지 소재 분야에 과감히 투자해 ‘성장의 정점을 지난 철강회사’로 평가받던 포스코를 미래 소재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포스코홀딩스,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퓨처엠 등 3개 주요 상장사 시가총액이 취임 때 35조원에서 지난해 말 80조원으로 불어났다. 이런 실적은 포스코가 민간기업이 된 뒤 처음으로 ‘정권 교체 뒤에도 회장이 남은 임기를 채우는’ 사례를 만들었다.



포스코홀딩스 후추위는 지난달 21일 첫 회의를 열어 3월 주주총회에 추천할 차기 회장 후보 1명의 선출 절차를 시작했다. 최 회장도 후추위에 지원서를 냈을까? 후추위가 그의 이름을 심사 대상자 리스트에서 갑작스레 뺀 이유는 무엇인가? 후추위는 아무것도 밝히지 않았다. 포스코홀딩스 홍보실은 “후추위에서 확인해주지 않아 우리도 모른다”고 했다. 차기 회장 선출과 관련해 포스코그룹엔 지금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아주 많다.



최 회장은 은연중에 말과 행동으로 3연임에 도전할 것임을 내비친 바 있다. 그는 지난달 11일 포스코홀딩스 주식 700주를 장내에서 매수했다. 세간의 관심이 집중돼 있는데도 물러난다는 뜻을 밝히지 않는 것만으로 연임 의지를 보인 것이란 평가가 많다. 지난 2일 새해 시무식이 끝난 뒤 한 기자가 ‘연임 의사가 없다고 발언한 것이 맞느냐’고 질문하자, 그는 “‘아니요’라고 답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하루 만에 후보에서 빠진 것을 두고 재계에선 ‘정부의 압력에 굴복했다’고 본다. 차기 회장 후보 추천이 시작된 뒤인 지난달 28일 김태현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은 여러 언론과 인터뷰를 하며 ‘포스코홀딩스의 회장 선임 절차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달 19일 이사회에서 ‘현직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면 경쟁자 없이 단독으로 자격 심사를 받게’ 한 규정을 고쳐, 퇴임이나 연임 의사 표시 없이 다른 후보들과 함께 심사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후추위를 구성하는 사외이사 7명 전원은 최 회장 재임 시절 선임됐거나 연임된 인사’임을 거론하며 문제 삼았다. 문재인 정부 시절 회장직에 오른 그를 윤석열 정부가 싫어한다는 신호는 진작부터 노골적이었다. 그는 대통령이 참석하는 재계 신년인사회에 초대받지 못했고, 대통령의 국외 순방 경제사절단에 한번도 합류하지 못했다.



국민연금은 포스코홀딩스 지분 6.71%를 가진 대주주로서 회사의 의사결정에 의견을 제시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주주제안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그렇게 의견을 밝히는 것은 주주의 행동이라기보다는 정치 행위에 가깝다.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이 참여하고 있는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지난 2일 “국민연금의 수탁자 책임 활동이 공개서한 발송, 비공개·공개 중점관리기업 선정, 주주권 행사 등 공식적 방법이 아닌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발언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개별 기업의 의결권 행사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것은 매우 위법적 행위”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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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앞 옛 공기업, 기업가치 ‘흔들’



국민연금은 앞서 2022년 12월 케이티KT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진행될 때도 개입해 판을 완전히 뒤집은 바 있다. 구현모 당시 사장은 연임 의사를 표명하고, 케이티 이사회는 복수 후보 심사까지 거쳐 2022년 12월28일 그를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자로 확정했다. 그러자 3시간 만에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반대하는 입장문을 냈다.



케이티 이사회는 2023년 2월 공개경쟁 방식으로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재추진하기로 하고, 3월에 윤경림 전 케이티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을 단수 후보로 확정했지만, 그도 20일 만에 사퇴했다. 이사들이 줄줄이 사퇴해 이사진이 초토화되고, 남은 일부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발족한 ‘뉴 거버넌스 구축 태스크포스TF’가 대표이사 선임 규정을 고친 뒤, 7월에 공개모집을 거쳐 김영섭 전 엘지시엔에스LG CNS 사장을 최종 후보로 확정했다. 이어 8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국민연금은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았다. 공기업에서 민영화한 기업 가운데는 케이티나 포스코, 은행들처럼 지배주주가 없는 곳이 있다. 그런 기업에서 한번 선임된 대표이사가 차기 대표이사 선출에 영향을 끼침으로써, 주주보다 자기 잇속을 더 챙기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문제의 해결을 주주들에게 맡기지 않고 정부가 경영진 선임에 개입하는 것은 더 큰 문제를 낳는다. 정권이 경영진 자리를 전리품으로 챙기고, 기업 가치만 크게 훼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영섭 케이티 대표이사는 지난해 11월30일 첫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케이티는 “상무보 이상 임원을 20% 줄이고 외부 인재 영입을 늘렸다”고 밝혔다. 외부 영입 인사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정책특보홍보단장를 지낸 임현규 경영지원부문장부사장, 특수부 검사 출신인 이용복 법무실장부사장을 기용했다. ‘첫 인사부터 낙하산’이란 비판이 나왔다. 지난 3일 영입을 발표한 추의정 감사실장전무과 허태원 컴플라이언스추진실장상무도 모두 검사 출신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일 한국거래소 증권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내년 도입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추진하겠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투세는 오히려 ‘글로벌 스탠더드’이고, 소유분산 기업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무리한 개입이야말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임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2022년 12월 중순 3만7천원대이던 케이티 주가는 정부의 개입이 노골화되자 폭락하기 시작해 지난해 3월31일 2만8850원까지 추락했다. 그 뒤 꽤 회복했지만 아직 3만3천원대에 머물고 있다.



최정우 회장이 후보 리스트에서 빠지면서, 포스코 차기 회장 후보 선출 과정은 장기 파행을 한 케이티와는 경로가 달라졌다. 세간의 관심은 후추위가 독립적으로 차기 회장 후보를 결정할 수 있을지, 정부가 어떤 추가 개입을 할지에 쏠려 있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한겨레 논설위원. 경제부장, 도쿄특파원을 역임했다. <통계가 전하는 거짓말> 등의 책을 썼다. 라디오와 티브이에서 오래 경제 해설을 해왔다. 통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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