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진 기자 오늘의 사연 읽어볼게요.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빛가람대방엘리움로얄카운티2차에 사는 흥부가
초롱꽃마을6단지GTX운정역금강펜테리움센트럴파크에 사는 놀부에게 편지를 보내서
충북진천음성혁신도시동일하이빌파크테라스로 이사 가는 건 어떤지 물어봤어요. 그러니까 놀부는
회천신도시덕계역로제비앙더메트로폴리스가 더 낫다고 답장했네요.
얘들은 지금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걸까요.. 여러분은 이해가 되시나요? 과거엔 농담으로 아파트 이름이 어려워야 시어머니가 못 찾아온다고 했는데 이젠 너무 어려워서 며느리들도 시댁을 못 찾는 시대입니다. 아파트는 갈수록 하자 투성이에 짓다가 무너지기까지 하는데 왜 이름은 유럽 귀족처럼 점점 휘황찬란해지고 있을까요. 멋있어 보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아파트 이름을 개나리, 청실, 은마라고 짓는다고 해서 촌스럽진 않습니다. 충분히 멋있고 예쁘죠. 하지만 재개발·재건축을 하다 보면 조합원들은 옆 동네 단지와 비교하게 되죠. 예컨대 이런 상황이 벌어집니다. 일단 단지명에 기본으로 프레스티지 정도는 넣어야 하는데 옆에 산이 있다면 "산도 숲이잖아"의 논리로 포레스트 단어가 추가되는 식이죠. 그렇다고 프레스티지포레스트는 읽기 어려우니까 포레스티지 같은 합성어가 등장하는 것이죠. 이게 2024년 한국식 아파트 작명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