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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직장 이라더니…농·수·신협, 말라죽기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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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7회 작성일 24-04-28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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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협 10곳 중 3곳 적자
상호금융 비상벨 울린다

한경, 2151곳 전수조사

PF 부실에 적자 조합 1년새 7배
"정부 고강도 대책 마련해야"

신의 직장 이라더니…농·수·신협, 말라죽기 직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총자산 726조원을 기반으로 지역경제를 떠받쳐온 농·수·신협과 산림조합 등 ‘풀뿌리 금융회사’가 고사 위기에 내몰렸다. 전국 단위 신협과 수협 958곳 가운데 3분의 1에 달하는 303곳이 지난해 적자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1년 만에 적자 조합이 7배 폭증했다. 고금리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 확대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등으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

28일 한국경제신문이 금융감독원의 금융통계를 통해 전국 상호금융 단위 조합 2151곳의 실적을 전수 조사한 결과 지난해 352곳의 단위 조합이 적자에 빠진 것으로 파악됐다.

신용협동조합은 지난해 전국 단위 조합 869곳 중 275곳이 ‘적자 조합’인 것으로 드러났다. 적자 조합 수가 1년 새 42개에서 275개로 크게 증가했다. 적자 조합 속출로 작년 신협 전체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95.6% 쪼그라들었다.


단위 수협도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지난해 전국 89개 단위 수협 중 28개가 적자를 면치 못했다. 수협 전체 순손실은 591억원에 달했다.

농협과 산림조합도 마찬가지다. 상호금융권에서 덩치가 가장 큰 전국 단위 농협의 작년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금감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1년 이후 최대치3.01%를 기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 등 단위 조합마다 적자에 허덕이고 부실 채권이 쌓이는 와중에 방만 경영과 허술한 내부통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정부의 체계적 관리·감독을 위한 고강도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농협, 부실채권만 11兆…신협, 275곳 무더기 적자
한경, 4대 상호금융 2151곳 전수조사
농·수·신협과 산림조합 등 지역 경제의 실핏줄 역할을 하는 상호금융 단위조합들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적자 조합’이 속출한 데 이어 조兆단위 부실채권이 쌓인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기준 없는 무리한 대출, 과도한 고금리 적금 판매 경쟁, 느슨한 관리·감독, 허술한 내부 통제, 경영진의 비전문성 등이 맞물리며 총체적 부실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전국 단위조합들은 직원을 늘리고, 여전히 사상 최대 접대비를 펑펑 쓰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협 275곳 무더기 적자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1055개 농협 단위조합에서 발생한 고정이하 여신은 10조7754억원에 달했다. 2022년 5조3187억원에서 95.1% 급증했다. 회수 불가능한 대출이 빠르게 늘어났다는 얘기로, 금융당국이 관련 통계를 공개한 2011년 이후 최대 규모다. 한국경제신문이 금감원 금융통계를 확인한 결과 고정이하 여신 비율이 두 자릿수를 넘어선 신협이 수두룩한 것으로 파악됐다.

적자 조합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농·수·신협과 산림조합 등 상호금융업권의 당기순이익은 2조407억원으로 전년3조1276억원 대비 1조869억원 감소했다. 수협은 단위조합 89곳 중 28곳이 적자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수협 전체로도 당기순손실-591억원을 봤다.

신협 275곳, 산림조합 31곳, 단위농협 18곳도 적자에 내몰렸다. 부실 대출 증가로 대손충당금이 늘어난 데다 순이자마진이 감소한 영향이다.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물가는 치솟고 금리는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지역 경기가 가라앉아 상호금융 전체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지방 부동산시장이 얼어붙고 기존에 높은 금리로 판 상품이 많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고금리 적금 해지 읍소 ‘황당 농협’
상호금융권에선 과당 경쟁과 부실한 내부 통제가 단위조합의 위기를 자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리한 고금리 적금 상품을 경쟁적으로 판 뒤 감당이 안 되자 해지를 요청하는 사례마저 잇따를 정도다. 동경주농협은 이달 초 호소문을 통해 고객들에게 판매한 적금을 해지해달라고 읍소했다. 2022년 11월 비대면으로 특별 판매한 연 8.2% 금리 적금이 애초 목표인 100억원을 훨씬 넘어선 9000억원가량 판매된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산 규모 1670억원의 단위조합인 동경주농협이 연간 무는 이자 비용만 수백억원에 달한다”며 “‘황당 적금 사태’로 인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김해농협에선 한 직원이 130억원대 부실 대출을 해준 사실이 적발돼 구속되기도 했다.
직원 매년 늘고, 접대비도 펑펑
단위농협들은 부실 위기에 내몰려 있지만 여전히 접대비는 펑펑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위농협은 최근 3년간 접대비만 35%가량 급증했다. 다른 곳도 상황은 비슷하다.

회사는 말라죽기 직전이지만 전국 농·수·신협 및 산림조합은 아직 ‘신의 직장’으로 불린다. 인력 조정이 거의 없어 직원 수는 매년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작년 전국 단위농협 직원은 9만5288명으로 전년 대비 700명가량 늘었다. 단위수협 역시 작년 말 전체 직원이 7644명으로 10년 새 1600명 증가했다.

업계 안팎에선 정부 부처마다 흩어진 단위조합 관리체계를 통합하는 등 전면적인 감독 시스템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나서서 상호금융권의 부실채권 정리를 돕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며 “단위조합의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는 만큼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정부의 고강도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원/정의진/서형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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