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거의 다 따라잡았다"…한국, 처음으로 새 역사 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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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5대 강국 기로에 선 한국
1분기 수출 격차 3% 역대 최소 韓, 올해 사상 첫 日 추월 도전 日도 유턴기업 앞세워 거센 반격 한국의 지난 1분기 수출액이 일본의 97% 수준을 넘어서면서 세계 5위 수출국 자리를 놓고 양국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28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강은구 기자 올해 1분기 한국 수출이 달러화 환산 기준으로 일본의 97%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자동차, 기계 등 주력 제품의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올 들어 반도체 수출마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인 결과다. 반도체 수출에 가속도가 붙으면 올해 한국은 연간 7000억달러 수출 목표를 달성하며 처음으로 일본을 따돌리고 세계 수출 5강에 진입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를 지키려는 일본의 반격도 거센 상황이라 양국의 수출 5위 쟁탈전은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한국경제신문이 산업통상자원부의 수출입 동향 및 일본 재무성의 무역통계 등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올 1분기 수출액은 1637억달러약 227조원로, 같은 기간 일본 수출액 1683억달러약 233조원의 97.3%에 달했다. 양국의 1분기 매달 평균 원·달러 환율 및 엔·달러 환율을 적용한 수치다. 한국과 일본의 수출 격차가 3% 이내로 좁혀진 것은 역대 최소 수준이다. 2022년 한국이 6836억달러 수출을 달성해 일본7469억달러의 91.5%까지 쫓아간 게 기존 최소 격차였다. 하지만 지난해 반도체 수출이 악화하면서 한국 수출6322억달러은 다시 일본7173억달러의 88.1% 수준으로 밀렸다. 올해는 반도체, 자동차, 기계, 석유화학, 철강 등 한국 주력 제품의 수출이 호조세를 보여 자동차에 편중된 일본을 처음으로 앞설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한국이 일본을 넘어서면 세계 5대 수출 강국이 된다. 하지만 일본도 수출 5강을 지키려고 거센 반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에 나간 기업을 자국으로 유턴한 파나소닉,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 시세이도 등의 수출을 올해부터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월 가동을 시작한 구마모토현의 대만 TSMC 반도체 1공장 생산 물량도 올해부터는 일본 수출로 잡힌다.
車 원톱에 기댄 日…韓 반도체차·화·정 앞세워 수출 맹추격
2022년 일본 국내총생산GDP은 4조2320억달러였다. 같은 기간 한국1조6740억달러의 2.5배에 달하는 수치다. 경제 규모가 40%에 불과한 한국의 수출이 올해 1분기 일본을 3% 이내로 추격할 수 있었던 원인을 통상 전문가들은 주력 수출 품목의 차이에서 찾았다. 일본이 자동차라는 강력하지만 하나뿐인 엔진으로 수출시장에서 승부한다면 한국은 반도체에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까지 4개 엔진으로 경쟁한다는 것이다.
○반도체에 차화정 가세한 韓 수출
2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은 도요타로 대표되는 자동차산업이 좌우한다. 지난해 일본 전체 수출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17.1%에 달했다. 두 번째 수출 품목인 반도체·전자부품의 비중은 5.4%에 불과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소니 워크맨이 세계를 제패하던 1980~1990년대에는 일본도 자동차와 전자의 쌍발엔진을 보유했다. 하지만 반도체와 전자 시장 주도권을 한국에 내준 이후 일본의 수출은 ‘자동차 1강’ 구도로 변했다. 한국은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15.6%를 차지하지만 자동차 비중도 11.2%에 달한다. 일반기계8.5% 석유제품8.2% 석유화학7.2%까지 포함하면 수출 비중이 10% 안팎인 품목이 다섯 개다. 주력 품목 하나가 부진해도 나머지 수출품으로 보완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반도체 수출이 부진했던 지난해에는 자동차가 한국의 수출을 지탱했다. 올해는 한국의 반도체 수출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1분기 양국 간 수출 격차가 3% 이내로 좁혀졌다. 일본의 수출은 2011년 역대 최대 규모인 8232억달러를 기록한 이후 20년 넘게 7000억달러 안팎의 박스권에 갇혀 있다.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30년’에 신음하는 동안 수출은 ‘잃어버린 20년’에 빠진 것이다. 2010년 4664억달러였던 한국의 수출은 지난해 6322억달러로 36% 늘었다. 2009년 4월 처음으로 세계 수출 대국 10위권에 진입했고, 2022년에는 6위에 올랐다. 반도체가 부진했던 지난해에도 8위를 유지했다. 2019년 네덜란드에 4위 자리를 내준 이후 줄곧 5위에 머물러 있는 일본과 비교된다. 주요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한 데 따른 산업공동화도 일본의 수출이 좀처럼 7000억달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엔화 가치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자 일본 기업들은 생산시설을 대거 해외로 옮겼다. 오늘날 일본 기업 생산의 20% 이상이 해외에서 생산된다는 통계도 있다. 자국 기업이 해외에서 생산한 물량은 수출로 잡히지 않는다.
○수출 경쟁력 개선, 한국이 더 급해
전문가들은 수출 규모 세계 5위를 놓고 맞서는 두 나라 모두 수출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고 지적한다. 미·중 패권경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주력 수출품의 판도가 완전히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등장으로 자동차산업은 100년 만의 구조 변화를 맞고 있다. 인공지능AI과 고대역폭메모리HBM 보급으로 반도체 시장의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석유화학, 일반기계 같은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은 중국에 빠른 속도로 잠식당하고 있다. 수출 경쟁력 강화를 더 서둘러야 하는 쪽은 한국이라는 게 통상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은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4%로 18%인 일본보다 두 배 이상 높다. 한국이 하루빨리 세계 5대 수출 국가로 도약해야 국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미국과의 무역마찰, 대중·대일 무역 위축과 정체, 유럽연합EU과 중동 중남미 같은 신규 수출시장 개척 같은 과제가 쌓여 있다”고 말했다. 정영효/박한신/이슬기 기자 hugh@hankyu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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