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불명 전기차 화재…배터리 제조사는 면책, 건물 관리자엔 엄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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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화재 발생 시 원인 파악이 어렵다는 이유로 자동차·배터리 제조사의 책임은 면제되지만 현장 관리자들에겐 책임을 묻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현재 소방청이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3년까지 6년간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모두 160건이다. 특히 2023년에는 전년 대비 화재 건수가 크게 증가했는데, 이는 전기차 보급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보급 대수가 증가하면서 화재 위험도 함께 커지고 있지만, 화재 대부분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채 종결되고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 8월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 벤츠 전기차 화재에 대해 ‘원인 불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사고 이후 전담팀을 꾸려 넉 달 동안 수사했지만, 화재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
경찰은 배터리팩 외부 충격으로 인한 손상 가능성 등을 제기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견을 바탕으로 외부 전문가에게 분석을 맡겼지만, ‘배터리 관리장치BMS’가 모두 손상돼 화재 원인 규명에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피해 아파트 입주민들은 수사 결과에 대해 “경찰이 벤츠에 면책을 준 것이나 다름없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는 전기차 화재는 제조사의 적극적인 연구를 통해 결함을 입증하지 않으면 화재 원인 파악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현재는 전기차 화재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원인 파악이 어렵다는 이유로 관리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관리자들이 초동 대처가 미흡했다는 것은 납득이 어렵다. 화재 신고 받고 소방차가 출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7분이다. 도착 후 수조를 설치하면 더 긴 시간이 소요된다. 최소 3시간 최대 8시간까지 불을 꺼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특히 배터리에서 불이 시작되면 열폭주 현상으로 지속적인 폭발이 일어나 불을 끄기 어렵다. 화재 진압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불이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8년~2023년까지 발생한 전기차 화재 160건 중 자동차 제조사와 배터리 제조사가 책임진 경우는 극히 드물다.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는 지난 2021년 3월 코나EV 리콜 비용 1조4000억원을 각각 7대3으로 나눠 분담했다. 같은 해 제너럴 모터스GM 코리아도 LG화학이 공급한 배터리 결함으로 14만1000대 이상의 볼트 EV를 리콜했다. 두 사례 모두 제조사가 직접 연구 과정에서 배터리 셀 결함을 발견해 ‘자발적’으로 리콜한 경우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 자동차 정책과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 밝힐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 정부가 제조사 책임을 높이는 방안을 뺀 전기차 화재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안전교육과 관계자는 외국의 어떤 법제와 비교하더라도 현행법이 피해자에게 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현행 제조물 책임법은 간접 사실로 결함을 추정해 주는 방법으로 피해자 입증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 민법상 손해배상은 법원에서 판단을 받아야 하는데, 제조물 책임법의 경우 특칙을 마련해 제조물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에서는 소비자들의 입증을 완화해 소비자에게 불리한 규정이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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