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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까지 윤석열 놀이···중소기업 "용산 때려부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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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회 작성일 24-12-0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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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특보에 홈쇼핑 사실상휴업 중소 입점업체 실적 멸망했다;해외바이어 불안에 환율변동까지···수출기업 이중고;사재기 반짝했지만 장기 소비위축·정책 표류 걱정
초등생까지 윤석열 놀이···중소기업 용산 때려부수고 싶다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정권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서울경제]


3시간짜리 계엄령과 뒤이은 탄핵 국면으로 소비가 가장 먼저 유탄을 맞고 있다. 텔레비전 뉴스에 시청자를 빼앗긴 홈쇼핑업계와 중소 입점업체는 “올해 실적이 멸망했다”고 토로했다. 수출이 많은 패션과 식품업계는 해외 거래처의 불안을 다독이는 한편 요동치는 환율 상황으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유통가에서는 사재기 붐이 반짝했지만 장기화로 접어들면 전반적인 소비 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근혜 정부 탄핵 당시 나타났던 것처럼 정부 기능 약화로 기습적인 가격 인상을 단행하거나 각종 정책이 표류할 가능성도 여느 때보다 높아졌다.


◇중소 입점업체, “용산 때려부수고 싶다"=8일 서울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가장 위기를 느끼는 곳은 홈쇼핑과 중소 입점업체들이다. 3일 밤부터 현재까지 쉬지 않고 이어지는 정치상황과 이를 보도하는 뉴스특보가 이어지면서, 하루종일 뉴스에 시청자의 이목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밝은 분위기를 유지해야 하는 홈쇼핑 방송의 특성은 현재 시국과 엇갈리며 시청자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홈쇼핑 관계자는 “홈쇼핑 채널을 일단 틀어 놓아야 상품을 사든가 할텐데 계엄령을 선포한 이후부터는 다들 뉴스만 시청하고 있다”면서 “홈쇼핑보다 중소 입점업체의 분노가 훨씬 커서 ‘용산에 가서 때려 부수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대통령 탄핵 소추안 표결이 시작된 7일 오후 5시께 서울 양천구의 한 백화점에서 만난 의류가게 직원44세은 “3일 이후부터 손님이 줄어서 지난주보다 30%는 줄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매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초등학생 사이에서는 아파트 게임 대신 계엄령 게임이 유행하고 있다”면서 “게임에 윤석열 반역자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섬칫했다” 고 말했다.


같은 시각 서울 종로구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는 한산하고 을씨년스러웠다. 인근 인왕산에 올랐다 내려온 60대 김 모씨는 “사람이 너무 없어 당황했다. 밖에서 식사할 분위기가 아니어서 음식을 포장해 집으로 들어가려 한다”고 했다. 횟집 사장 박 모 씨는 “오늘이 주말이라 많이 올 만도 한데 평소의 30%만 오는 것 같다"면서 "우리 상권은 외국인들이 많았다. 외국인들까지 광화문 근처는 얼씬도 안 하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전했다.



초등생까지 윤석열 놀이···중소기업 용산 때려부수고 싶다
8일 서울역 대합실 TV 화면을 통해 시민들이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국정 수습 방안에 대한 공동 담화문 발표 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해외거래처 다독이지만 ‘신뢰하락 걱정’=수출이 주력인 식품 업계와 패션업계 역시 당장 환율 급등락으로 경영전략을 짜기도 어려운데다 국내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해외 거래처를 만류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거래처에서는 제때 납품이 가능한지도 의구심을 갖기 시작해서 국내 기업의 신뢰도마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조업자설계생산ODM이 주력인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상황 확인 연락이 빗발쳐서 ‘별일 없을 거다’라고 안심 시키고 있지만 그 쪽에서는 생산과 납품 차질을 우려한다"면서 “고환율이 길어지면 수출 기업은 단기적으로는 이득이지만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은 제품은 생산 단가 맞추기가 불리해서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말 송년회 분위기가 가라앉으며 외식업과 호텔업 모두 울상인 분위기다. 서울의 한 특급 호텔은 연말에 예정된 정부와 기업 관련 행사가 모조리 취소됐다. 방한한 외국 고위 인사들이 일정을 앞당겨 귀국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으며 한 호텔에서는 외국인들이 예약한 숙박 중 10여 건을 철회했다.


6일 만난 서울 상수동의 한 식당 주인은 “오기로 했던 국회 직원 손님들이 계엄으로 야근하면서 예약을 취소 했다”면서 “재료 준비 다해 놨는데 손님이 귀한 때라 노쇼 예약금도 못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안 그래도 장사가 안되는데 나라가 안 도와줘 더 힘들다. 내일은 나도 국회 앞에 나가서 시위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시각 잠실 인근 실내포장마차 역시 금요일 저녁인데도 7시까지 8개 테이블에 손님 한 명 없었고, 인근에 위치한 장어요리 식당에도 10여 개 테이블 중 손님은 3개 테이블에만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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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가 한산한 모습이다. 황동건 기자

◇반짝 사재기도 ‘기승’=일부에서는 환율변동과 비상상황을 대비한 반짝 소비도 나타났다. 네이버쇼핑·11번가 등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의 오픈마켓 데이터를 보유한 커넥트웨이브에 따르면 계엄령이 발동된 3일 당일 밤 11시부터 12시까지 일주일 전보다 순금이 들어간 보석류 판매가 232% 급증했다.


달러와 엔화로 표기된 선불 상품인 기프트카드 거래액도 104% 증가했다. 구글 앱스토어나 아마존에서 판매되는 기프트카드는 구매 시점 환율대로 결제할 수 있어, 추가 환율 상승을 예상한 소비자들의 앞다투어 구매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곧이어 계엄령이 해제되면서 환율하락을 우려해 대거 취소하는 헤프닝이 일어났다.


한 편의점 업체에 따르면 계엄령 당일인 3일 밤 11시부터 한 시간동안 주거 단지 근처 4000개 점포에서 통조림337.3%, 봉지라면253.8%, 생수141.0% 등의 매출이 급증했다. 계엄이 해제된 4일에도 생수와 안전상비의약품 매출이 전주보다 각각 19.1% 7.5% 높았다. 이마트 역시 4~5일 이틀 간 한 달 전보다 컵밥 판매가 144%, 즉석밥은 25.8% 통조림은 13.8%, 3분카레 등 소스오일류는 9.9% 늘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현장 직원 및 매장 근무자에 따르면 50대~60대 연령대 고객 수요가 높았다”고 말했다. 계엄령을 겪어본 세대일수록 헤프닝에 가깝게 끝난 사태라도 비상하게 여긴 셈이다.


신세계백화점은 4~7일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7~10% 신장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서울 광화문 주변 시위로 교통이 불편해지면 강남권 등으로 소비가 몰리면서 전체 매출이 늘어나기도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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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된 7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 일대에서 열린 집회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앞으로가 더 문제 ‘내년 한 치 앞 볼 수 없어’=계엄령 정국이 탄핵으로 이어질 조짐이 보이면서 소비위축이 장기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매출이 반짝 오른 백화점 업계 역시 박근혜 정부 탄핵 당시를 돌이켜 보면 2016년 말 겨울세일 매출이 5년만에 역성장했다. 매출 대목인 주말마다 시위가 이어지면서 오프라인 판매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패션업계에서는 우울한 정국을 반영해 앞으로 개성 있는 다양한 디자인보다는 무채색의 단조로운 디자인이 대세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판매 상품이 엇비슷해지기 때문에 경쟁만 치열해지게 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당장 올해까지 예정된 패션쇼나 전시는 소화하겠지만 내년도 사업계획에 계엄·탄핵 정국으로 인한 변수를 어떻게 반영해야 할지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치안이 최대 무기였던 관광업계는 아예 해외 손님 끌어들이는 작업을 멈췄다. 무비자 수혜를 기대했던 중국을 비롯해 각국은 한국에 여행 자제 권고를 내린 상태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지금부터 내년 해외관광객 유치를 해야 하는데 계엄 사태로 전면 중단됐다”면서 “정치적으로 안정되는 시간 고려하면 내년 3~4월은 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 기능이 약화되면서 소비 관련 각종 정책도 힘이 빠질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고물가 속에서 버티던 식품업계는 제당이나 제분업계 위주로 환율 상승으로 인한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있는데 이 경우 일반식품에도 영향을 미친다. 박근혜 정부 탄핵이 이어지던 2016년말~2017년 초반에도 농심·파리바게뜨·코카콜라·오비맥주의 기습 가격 인상이 이어졌다. 평소에는 정부가 에둘러 가격 인상을 제한해왔지만, 탄핵 국면에서 통제력이 약해진 탓이다.


1년 가까이 공방을 벌여 가까스로 합의한 배달앱 상생협의체 역시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논의해야 하지만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생활산업부 종합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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