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 취소 속출하고 길거리도 썰렁…속타는 사장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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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점심 종로구 한 보쌈집. 송년회로 북적여야 할 주말 오후에도 연말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19년간 가게를 운영해 온 60대 김모씨에게 장사가 좀 어떤지 묻자 입술을 굳게 다물더니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는 “이날 저녁 단체 주문 3건이 모두 취소됐다”며 운을 뗐다. 그는 “오늘 출근한 직원들을 다 돌려보냈다”며 “어제는 가게 문을 닫았다. 연말인데 매출이 평소보다 3분의 1토막 났다”고 울먹였다.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자영업자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식당 연말 예약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모습이다. 다만 일부 집회 장소 인근에서는 인파가 몰려 일시적으로 장사가 잘되는 현상도 일어났다.
종로구에는 주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본사가 밀집해 있고, 정부서울청사 등 공공기관도 다수 위치해 있다. 거리 상권의 핵심 소비층이 정치적 상황에 특히 민감한 편인 만큼 송년회 예약이 취소되는 일이 다른 곳에 비해 두드러지게 많았다. 일 년 내내 고물가·고금리에 시달리면서도 연말 대목만 기다렸던 자영업자들은 한계에 다다랐다고 토로하는 분위기다.
이날 점심시간에 찾은 서울 성동구 성수역도 눈에 띄게 한산한 모습이었다. 2030의 놀이터라고 불리는 성수동에서도 인기 있는 일부 매장에서만 대기 행렬이 이어졌을 뿐, 거리에도 사람이 적었다.
서울 실시간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기준 성수카페거리를 찾은 사람 수는 지난주 같은 시간 대비 62.9%, 최근 28일 같은 시간 평균 대비 82.0% 감소했다. 최근 벌어진 ‘윤 대통령 퇴진’ 집회에는 10대부터 30대까지 청년층의 참여도 활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성수 카페거리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30대 김모씨는 “집회 탓에 사람이 확실히 줄어들었다. 계엄령 선포 이후로 매출이 소폭이지만 점점 하락하고 있다”며 “당장 수입이 극적으로 줄진 않았지만, 이 시국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생각하면 막막하다”고 말했다.
장사하기 어려운 곳은 서울에 국한되지 않았다. 경기도 성남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박모45씨는 “평소 금요일 밤에는 4명 이상 단체 손님이 대여섯 테이블은 있었는데 어제는 한 팀뿐이었다”며 “홀만 안 되는 줄 알았는데, 배달 주문도 조용했다. 정치 지형이 개인의 생존 문제로까지 번졌다”고 밝혔다.
불행 중 다행으로 대규모 집회 장소에서는 ‘반짝 매출 특수’가 발생했다.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근처에서는 이날도 수십만명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가 진행됐다. 국회 일대 카페에는 시위에 참여하는 시민들을 위해 ‘음료를 선결제해놓겠다’는 주문이 다수 들어오기도 했다. 일부 매장은 메뉴 소진으로 더는 선결제를 받을 수 없다고 공지했다. 국회 인근 식당은 만석을 기록한 곳도 있었다.
한 40대 편의점 사장은 “일요일은 국회 사람들도 출근을 안 해 사람이 별로 없는데 집회 참가 인원이 워낙 많다 보니 유동인구가 크게 늘었다. 이분들도 끼니를 때우고 쉬어야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을 향한 자영업자의 민심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하루 전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배신감을 느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공공기관은 물론 민간에서도 계획된 연말 행사를 그대로 진행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이것이 내수 회복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박성영 이다연 기자 ps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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