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준예산 사태 덮치나…탄핵 정국이 집어삼킨 경제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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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어막힌 국가 예산. 챗GPT 이미지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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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장기화…준예산 현실화되나
당장 사상 초유의 ‘준예산’ 집행 사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야당은 오는 11일 임시국회를 소집해 다시 탄핵을 재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당분간 여야 간 정상적인 예산 논의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헌법 54조 3항은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새해 1월 1일까지 예산안이 의결되지 못할 경우, ▶국가 기관의 유지 및 운영 ▶법률상 지출 의무 이행 ▶이미 예산으로 승인한 사업의 계속 등을 위해 예산을 전년에 준準해 집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정 사상 준예산이 편성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는 만큼 혼란이 불가피하다.
설사 예산안이 연내 마련되더라도 야당 주도로 정부 주요 사업 예산이 대폭 삭감된 채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야당은 정부가 제출한 677조4000억원 규모의 예산안에서 4조1000억원을 깎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전액 삭감됐고, 야당이 ‘김건희 여사 예산’으로 지목한 전 국민 마음 투자 지원 예산도 대폭 줄었다. 정부의 정상적인 정책 수행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김영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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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경방 ‘맹탕’ 우려…朴때도 “시한부” 지적
연말연초에 실시되는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비롯해 신년 업무보고, 중앙부처 인사 등도 미궁 속에 놓여있다. 경제정책방향은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새해 경제 상황을 전망하고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일정으로, 통상 매년 12월 중하순에 발표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확대간부회의를 통해 “내년도 경제정책방향도 차질 없이 예정대로 발표될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고 당부했지만, 탄핵 정국으로 중장기적인 계획 수립이 어려워진 만큼 맹탕에 그칠 우려가 크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을 비롯한 의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던 2016년 12월에도 기재부는 가까스로 12월 29일에 2017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하지만 ‘기존 정책을 재탕한 수준’이라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노인 연령기준 상한 등 민감한 정책의 경우 정권이 바뀌는 이듬해 하반기에 논의하겠다며 미루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에도 정권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내실 있는 정책 방향을 설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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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혁 무기한 연기…트럼프 리스크도 손 놓나
저출생 고령화에 대응할 계속고용 등 노동 개혁도 ‘올스톱’ 상태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오는 12일 개최 예정이던 ‘계속고용 방안 마련 토론회’를 내년 1월로 잠정 연기했다. 당초 경사노위는 내년 초까지 정년연장 등 계속고용과 관련해 노사정 합의안을 내놓겠다는 계획이었지만, 탄핵 정국에 돌입하면서 기약 없게 됐다. 정부가 노사정 대화에 맞춰 준비하던 ‘계속고용 로드맵’도 마찬가지다.
도널드 트럼프. 로이터
‘트럼프 리스크’에도 제때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내년 1월 20일 취임 직후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물리고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미중 무역전쟁도 격화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한국 역시 영향권에 놓여있다. 이정민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5일현지시간 재단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한국이 북러 군사 협력과 트럼프 관세 등 매우 심각한 지정학적·경제적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지금의 정치 위기는 더 회복력 있는 외교 정책을 수립하고 현존하는 국가 안보 위협을 완화할 수 있는 한국의 능력을 약화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할수록 자칫 경제 회복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협상 대상자끼리 반국가 세력, 동조자로 취급하는 상황에서 여야가 평화롭게 테이블에 앉아 예산안을 협의할 상황은 아니다”며 “당장 시급한 민생 회복을 위해선 서둘러 정치적 불확실성을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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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상현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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