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려다 머리 빠진다…비만약 위고비, 탈모 위험 52%↑ > 경제기사 | economics

지난해 10월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 한국 출시 행사장에 위고비 모형이 놓여 있다. [제공=연합뉴스]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기존 식욕 억제 효과보다 탈모 위험이 52%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탈모 우려가 있는 환자라면 위고비 등 GLP-1 계열 비만약 사용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마야르 에트미넌 교수 연구팀은 미국에서 2006~2020년 비만약을 처방받은 성인 환자 3000여명을 분석한 결과, 세마글루타이드 복용 환자군1926명이 부프로피온-날트렉손 계열의 콘트라브 복용 환자군1348명보다 탈모 발생 위험이 52% 더 높았다고 2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달 의학 논문 공개 플랫폼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위고비의 강한 식욕 억제 효과가 영양 결핍, 특히 단백질 부족을 유발해 탈모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며 "특히 단백질은 모발 성장과 유지에 중요한 영양소로, 부족할 경우 휴지기 탈모를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GLP-1 계열 약물은 당초 혈당 조절을 위해 개발됐으나 체중 감량 효과가 입증되며 비만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위고비는 소화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게 하고, 식욕을 억제해 체중 감량을 돕는다. 같은 계열의 미국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 또한 유사한 효과를 갖고 있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러한 급속한 체중 감소가 체내에 생리적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모발 주기의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 제1저자인 모히트 소드히 연구원은 "위고비는 콘트라브보다 빠르게 체중을 줄여 모발 주기를 교란시키는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연구진은 위고비가 단순한 휴지기 탈모뿐 아니라 안드로겐성 탈모증, 즉 남성형 탈모의 위험도 증가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이는 GLP-1 계열 약물이 특정 호르몬 변화에 영향을 미쳐 모발 성장 주기를 단축시키고 탈모를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위고비의 임상 3상 시험에서는 성인 참가자의 약 3%, 청소년 참가자의 약 4%에서 탈모 부작용이 보고된 바 있다. 미국에서는 위고비 투약 이후 탈모를 경험했다는 사례가 다수 접수되기도 했다.

뉴욕대 랭곤병원의 프리야 자이싱가 박사는 "GLP-1 계열 비만약은 체중 감량 효과가 뛰어난 만큼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며 "의사와 함께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감량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소드히 연구원 또한 "약물의 효과뿐 아니라 부작용까지 충분히 인식하고 의료진과 상의해야 최적의 처방 선택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연구진은 탈모와 세마글루타이드 간 인과관계를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선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소드히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특정 시기의 처방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것"이라며 "세마글루타이드 중단 후 탈모 증상이 회복되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Copyright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위고비 열풍 식었나?…비만치료제 시장 잠잠

"주사형 위고비 넘어라"…이젠 먹는 비만약 개발 경쟁


오젬픽·위고비·젭바운드…GLP-1계열 의약품, 성장 주목

위고비·삭센다 등 비만약, 비대면 처방X…판매량 변화 주목

증가하는 성인 비만…합병증까지 동반하는 질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