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세계 스포츠 장악"…910개 후원하고 월드컵 노리는 사우디의 야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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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여간 910개 스포츠 후원 계약
축구에 194개 집중…협회 MOU 체결도
"전략적 투자가 스포츠 시장 재편"
세계 스포츠를 장악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덴마크 공적 자금으로 운영되는 스포츠 윤리 연구소인 플레이더게임PTG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의 제목이다.
PTG는 사우디가 국부펀드PIF,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 등을 통해 축구, 골프, 복싱, 테니스 등 세계 스포츠 분야에 대규모 후원 계약을 맺으며 영향력을 확대, 업계를 사실상 재편했다고 분석했다. 사우디의 돈 폭탄이 실질적인 판도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2034 월드컵을 위해 수도 리야드에 지을 예정인 아람코 스타디움의 모형 AFP연합뉴스
사우디는 인권과 환경 문제 등을 일으키는 국가가 시선을 스포츠로 돌리는 일명 스포츠 워싱 비판을 받아왔다. 사우디는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추진하는 비전 2030 사업의 일환으로 수년 전부터 세계적인 스포츠 산업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PTG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2034 월드컵 유치라고 봤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2034 월드컵 개최지를 놓고 오는 11일 200여개의 회원 연맹에 공식 투표 없이 사우디를 선정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2034 월드컵은 사우디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호주가 유치전에 나섰으나 인도네시아가 사우디를 지지하고, 호주가 포기하면서 사우디만 유일하게 유치 의향서를 제출했다. 빈 살만 왕세자의 열망이 월드컵 개최로 이어지는 순간인 것이다.
PTG가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사우디 PIF 등 여러 기관은 2년여 기간 동안 910개의 스포츠 관련 후원 계약을 맺었다. 그중 축구 관련한 후원만 194개21.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FIFA도 지난 4월 아람코와 2027년까지를 기간으로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로 인해 아람코는 2026년 남자 월드컵, 2028년 여자 월드컵 공식 후원사가 됐고, FIFA는 매해 1억달러약 1400억원 상당의 후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사우디 축구협회의 경우 축구계의 네트워크와 외교적 연대를 확보하는 차원으로 48개국의 축구협회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동안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빈 살만 왕세자와 친분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또 지난달 FIFA는 개최지 후보로 사우디를 평가한 결과 보고서에서 아직 대회를 위한 경기장 건설이 대부분 이뤄지지 않은 상황임에도 2025 북중미 월드컵 유치 당시보다 높은 점수를 매겼다. 인권과 관련한 비판이 있었으나, FIFA는 "사우디가 강력한 노동자 복지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사진 왼쪽와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2018 러시아 월드컵 당시 열린 러시아 대 사우디 경기를 앞두고 나란히 서 있다. AP연합뉴스
사우디의 축구 사랑은 월드컵 유치 과정에서만 보인 것이 아니다. 세계적인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네이마르브라질 등을 자국 리그로 끌어들여 부흥기를 만들고자 노력을 기울여왔다. 2021년에는 영국 프리미어리그EPL의 뉴캐슬을 PIF가 인수했다. PIF 총책임자인 야시르 알-루마이얀이 뉴캐슬 회장 역할을 맡은 상황이다.
사우디는 축구뿐만 아니라 테니스, 골프 등 다른 스포츠에도 자금력을 활용해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해왔다고 PTG는 보고서에서 설명했다. 후원 계약을 가장 많이 맺은 사우디 기관인 PIF는 전체 900개 이상의 사우디 스포츠 후원 중 직접적인 후원 49개를 포함해 직간접적으로 346개 후원 계약에 개입했다. PIF가 자금을 투입한 스포츠 종목도 축구, e-스포츠, 테니스, 골프 등 다양하다.
보고서를 작성한 스타니스 엘스보그 PTG 국장은 "전략적 투자와 파트너십의 급격한 증가는 사우디의 야망과 글로벌 스포츠에 대한 지배력 확대를 말해준다"며 스포츠 시장에 관여하고 싶어한 사우디의 행동이 스포츠 세계를 재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스포츠 재정 전문가인 댄 플럼리 셰필드할람대 교수는 AP통신에 "현대 사회에서 스포츠와 정치가 완전히 분리되길 바라는 건 현실에 존재하기 어려운 유토피아를 바라는 것"이라며 권력과 영향력, 돈이 서로 연결돼 복잡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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