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님, 지금 계엄령 선포하실 땝니까 [강해령의 하이엔드 테크] > 경제기사 | economics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경제기사 | economics

윤석열 대통령님, 지금 계엄령 선포하실 땝니까 [강해령의 하이엔드 테크]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수집기
댓글 0건 조회 11회 작성일 24-12-07 08:49

본문

윤석열 대통령님, 지금 계엄령 선포하실 땝니까 [강해령의 하이엔드 테크]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비상 계엄령을 선포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경제]

정보기술IT 시장에 관심 많으신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했습니다. 온 나라와 세계가 충격에 빠져 있죠.


이날 오후 저는 기사를 쓰고 있었습니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추가 반도체 규제를 발표한 내용을 정리하고 있었는데요. 이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임기 말에도 불구하고 내보인 강력한 중국 압박 카드에 세계 반도체 시장이 들썩였습니다. 특히 국내 반도체 업계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잘하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 관한 건도 포함돼 있어 업계가 깜짝 놀랐죠.


그런데 밤 10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은 이 이슈를 마치 쓰나미처럼 집어삼켰습니다. 물론 이날 잠식된 반도체 이슈가 환율 폭등이나 금융 시장 붕괴처럼 가시적인 문제로 불거지진 않았지만, 그날 밤 계엄령으로 간과된 우리나라 반도체의 열악한 상황과 정부의 기능에 대해 한번 더 짚고 넘어가 보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님, 지금 계엄령 선포하실 땝니까 [강해령의 하이엔드 테크]

◇HBM은 건드리고, CXMT는 뺀 미국 =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일현지시간 대중 수출규제 품목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을 지목했습니다. 대역폭이 제곱밀리미터㎟당 초당 2GB를 넘는 HBM이 대상입니다. 사실상 세상에서 생산되는 모든 HBM 단품을 중국으로 수출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미국의 조치는 중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업계를 견제하겠다는 것이 가장 큰데요. 그런데 업계에서는 D램 업계 1위인 삼성전자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중국 반도체 업계는 현재 구형 HBM을 주로 구매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전체 HBM 매출 중에서 중국 매출은 20% 안팎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SK하이닉스가 5세대 HBMHBM3E 등 최첨단 제품으로 미국 매출이 높은 반면, 이 시장 2위인 삼성전자는 구형 HBM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며 중국을 타깃으로 제품 판매에 나서고 있습니다.


물론 HBM 매출의 20%는 삼성전자의 전체 D램 사업에서 아주 작은 비율이죠. 그렇지만 레거시 HBM에서 매출을 만들어서 첨단 HBM 설비 투자에 전력을 다해야 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소중한 매출일 수 있습니다. HBM 1위 탈환이 급선무인 삼성전자는 미국 규제로 인해 중국이라는 중요한 매출원을 잃게 된 거죠.


그러면서 예외 조항을 두면서 ‘패키징된 HBM’은 수출할 수 있다고 명시한 것도 포인트입니다. 엔비디아·AMD 등 자국 회사들이 만든 AI용 칩수출금지 품목 제외에 포함된 HBM은 중국에 공급할 수 있도록 사잇길을 파놓은 셈이죠. 자국 칩 업체들에게 숨통을 틔어주는 고도의 전략입니다.



윤석열 대통령님, 지금 계엄령 선포하실 땝니까 [강해령의 하이엔드 테크]
중국 D램 회사 CXMT 전경. 사진제공=CXMT

중국 CXMT를 제재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포인트입니다. CXMT는 레거시 D램을 기반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을 빠르게 갉아먹고 있죠. 미국은 CXMT를 활용해 자국 회사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라이벌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현금 창출을 막고 선행 반도체 투자를 견제하는 아이디어를 깔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됩니다.


물론 HBM 제재와 CXMT 리스트 제외가 미국 마이크론의 매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말이죠. 엄청난 규모의 보조금으로 마이크론의 덩치를 키우면서 미국 주도의, 미국이 유리한 메모리 공급망 밸런스를 맞추려는 것이라는 의도가 있습니다.


국내 반도체 회사들은 동맹국을 내세우는 미국이 의도한 견제, 새롭게 만들고 싶어하는 질서를 예의주시하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과 한팀이 돼 움직여야 할 정부와 국회가 미국의 전략에 대해 기민하게 발맞춰야 하는 때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님, 지금 계엄령 선포하실 땝니까 [강해령의 하이엔드 테크]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2일현지시간 발표한 장비 규제 리스트. 중국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3D D램, GAA 제조 장비도 수출 금지 리스트에 포함돼 있습니다. 자료출처= 미국 BIS

◇반도체 장비 업계는 트럼프 2.0에 초긴장 = 이번 규제에서 기존 통제 품목이던 29종의 반도체 장비에 더해 장비 24종과 관련된 소프트웨어 3종을 목록에 새롭게 올렸습니다.


미국은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도 중국을 굉장히 치밀하게 압박합니다. 중국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반도체 분야를 "다 알고있다"는 인상을 준달까요. 예컨대 미국은 이번 200페이지짜리 보고서에서 증착 장비를 규제하면서 3D D램을 언급합니다. 3D D램은 중국이 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지배하는 D램 패러다임을 엎기 위해 개발하고 있는 최첨단 D램이죠.


이밖에도 삼성전자가 2022년 파운드리에 도입한 게이트올어라운드GAA용 이온주입 장비와 식각장비 등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최신 기술에 관한 장비를 규제한 것이 포인트입니다.


게다가 이 제재 건에 대해서는 해외직접제품규칙FDPR을 적용해서 미국 장비·소프트웨어가 들어간 장비라면 제 3국에서 생산됐더라도 미국의 중국 수출 허가가 필요하다는 제재도 걸었습니다. 미 정부의 첨단 장비 제재와 FDPR 적용에 대해 한국 장비 업계에 영향은 미미하다는 정부의 설명을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지 슬프게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님, 지금 계엄령 선포하실 땝니까 [강해령의 하이엔드 테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내년 1월 시작될 트럼프 2기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017~2021년 미 대통령 시절 중국 반도체 업계를 상당한 강도로 압박했던 인물로 유명합니다. 화웨이 반도체 제재,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장비에 관한 중국 수출 제재를 주도했죠.


우리나라 장비 업계는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 압박을 위해 글로벌 소부장 업계를 더욱 세밀하게 파고들 것이라고도 분석합니다. 예전까지는 특정 중국 업체, 특정 범위의 장비만 규제했지만 이젠 광역적 대중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요.



윤석열 대통령님, 지금 계엄령 선포하실 땝니까 [강해령의 하이엔드 테크]
반도체 장비 속에 들어가는 반도체. 사진출처=강해령의 반도체탐구생활 유튜브 캡쳐

제가 만났던 반도체 장비 업계의 고위 관계자는 극단적 우려도 하고 있었습니다. 세계 대다수의 반도체 장비 속 PC나 제어기에는 인텔 CPU가 탑재되는데요. 만약 트럼프 당선인이 극단적으로 △반도체 장비 안에 0.1%라도 미국 제품이 들어가면 대중 수출 금지, 또는 △인텔 CPU가 들어가는 세계의 모든 장비에 대해 대중 수출 규제를 한다고 선언한다면 어떻게 될까. 중국으로 수출을 준비하던 한국 장비 업체들은 정말 큰일 나는 상황입니다.



윤석열 대통령님, 지금 계엄령 선포하실 땝니까 [강해령의 하이엔드 테크]
오른쪽 표에서 각 공정별로 화칭분홍색·나우라초록색·ACM리서치갈색 등 중국 회사들이 각 공정별 주요 업체로 포진해 있습니다. 한국 업체는 기타Others에 포함돼 있습니다. 자료출처=욜그룹

그런데 사실은 미국 규제가 조금 풀려도 우리나라 장비의 중국 수출은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미 중국 장비 업계는 한국산 대체 장비가 필요하지 않을 있을 만큼 쑥쑥 크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의 첫 대중 압박부터 지금까지 중국은 포기하지 않고 반도체 장비 현지화를 열심히 해왔습니다. SMIC나 YMTC, CXMT 같은 덩치 큰 칩 메이커들도 눈에 띄게 성장을 했지만 이들을 뒷받침하는 소재·부품·장비 업체들도 상당히 성장했습니다.


특히 한국 소부장 회사들과 비교하면 더욱 빠르고 탄탄하게 크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시장조사업체인 욜 인텔리전스의 자료를 한번 볼까요.


한국의 전前공정 장비의 수요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존재감 때문에 정말 큰데요. 문제는 각 장비 분야별로 시장 점유율 순위를 보면 한국 업체는 정말 단 한 곳도 없죠. 반면 중국에 본사를 둔 나우라, ACM리서치, 화칭 등은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등 걸출한 장비사들과 함께 주요 업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엄청난 생태계 자립화 투자가 있었고, 현지 칩 회사들과 장비사 간 협력이 뒷받침되고 있기에 중국의 기반 기술은 더욱 탄탄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님, 지금 계엄령 선포하실 땝니까 [강해령의 하이엔드 테크]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대통령 당선인 시절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KAIST 부설 나노종합기술원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관찰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반도체 계엄령"을 하지"= 대통령의 계엄령 이후 정부의 기능은 올스톱입니다. 정부든 국회든 지금 반도체 문제에 신경 쓸 겨를이 없죠.


며칠 전까지만 해도 국회에서는 반도체 산업 지원에 대한 이야기는 공론화 되고 있었습니다. 연구개발Ramp;D가 핵심인 반도체 산업만은 주 52시간 근무제도에서 예외로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고요. 여태까지는 0원이었던 반도체 보조금을 생태계 곳곳에 지원하는 내용까지 포함이 됐습니다. 법안대로 대통령 직속의 반도체산업특별위원회가 설치되면 그간 반도체 회사들이 답답함을 느꼈던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등 규제 해소에 대한 이야기도 가속화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트럼프 당선인의 임기 시작에 맞춰 등장하는 다양한 반도체 이슈를 조금이라도 더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반도체 업계 취재원은 "미국 반도체 규제로 세상이 떠들썩한 날 반도체 계엄령을 해도 모자랄 판에 한밤의 정치적 계엄령으로 모든 논의가 초기화됐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비단 반도체만 문제겠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분초를 다투는 기술 산업의 특성 상 무언가에 제동이 걸린다면 뒤처지는 건 시간 문제라는 게 반도체 업계의 중론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반도체 산업 앞에서는 바이든 대통령도, 그의 후임인 트럼프 당선인도,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도 모두가 진심인 건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반도체 업계를 취재하는 기자로서 윤 대통령께 질문하고 싶습니다. 이런 복잡하고 치열한 기술 패권 다툼이 벌어진 날, 정말 그렇게 계엄령을 선택하셨어야만 했습니까.



윤석열 대통령님, 지금 계엄령 선포하실 땝니까 [강해령의 하이엔드 테크]

강해령 기자 hr@sedaily.com

[서울경제 관련뉴스]
이재명 "오늘밤 2차 계엄 우려···尹 탄핵 표결 시점 고심"
특전사령관 양심고백···"707특임단 투입, 尹 전화받아···김용현은 국회의원들 끌어내라 지시"
“국민 ‘처단’한다고 하는 사람 대통령 하면 안 되는 거 아니냐” 이센스 소신 발언
“간첩들 너무 많아, 계엄 환영”···떳떳하다던 뮤지컬 배우, 누구?
김어준 "계엄군 체포조 집으로 찾아와 피신 중" 주장···공개한 영상 봤더니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회원로그인

회원가입

사이트 정보

회사명 : 원미디어 / 대표 : 대표자명
주소 : OO도 OO시 OO구 OO동 123-45
사업자 등록번호 : 123-45-67890
전화 : 02-123-4567 팩스 : 02-123-4568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제 OO구 - 123호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정보책임자명

접속자집계

오늘
2,019
어제
2,004
최대
3,806
전체
763,518
Copyright © 소유하신 도메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