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판 한국 경제…내각 총사퇴에 컨트롤타워 공백 우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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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 시 초유의 경제수장 공백·정책 지연
금융시장 요동, 외인 4000억 원 넘게 순매도
일각 "수사 대상 부총리 책임지고 내려와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 이후 한국 경제는 살얼음판을 걷게 됐다. 내수 부진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감당하기도 벅찬데 비상계엄 사태로 내각 총사퇴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백척간두의 위기에 놓였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국무위원 전원은 4일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간담회에서 내각 총사퇴를 논의했다. 국무위원들이 비상계엄 선포·해제 사태에 책임을 지고 내각 총사퇴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최 부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전원이 이의를 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대통령실의 정진석 비서실장을 포함해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성태윤 정책실장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성 실장은 정부정책과 국정과제 관련 기획·관리 및 주요 현안을 해결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역할인데 경제 분야가 주전공이다.
최 부총리가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경우 경제부처 수장이 부재하는 초유의 상황이 펼쳐진다. 성 실장까지 사퇴하는 상황에서 주요 경제정책이 힘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내년도 예산안도 확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주요 정책 결정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도 소상공인 맞춤형 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던 최 부총리 주재 경제관계장관회의가 기약 없이 미뤄졌다.
느닷없는 비상계엄 선포·해제 사태와 내각 총사퇴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금융·외환시장은 출렁였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36.10포인트1.44% 하락한 2,464.00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4,000억 원 넘게 순매도하며 하락장을 주도했다. 코스닥지수도 13.65포인트1.98% 내린 677.15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의 주간거래 종가는 전날보다 7.2원 상승한 1,410.1원으로 집계됐다.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면 경제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집권 후반기 양극화 해소에 방점을 찍은 경제 정책은 힘이 실리기 어렵게 됐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는 물론 소비도 위축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계엄 사태 자체보단 정치적 불안 상황이 내수 회복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기재부는 최 부총리가 당장 사퇴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무위원들의 사의 표명이 있었던 건 맞지만,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부총리는 직무를 맡은 마지막 순간까지 경제 상황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이날 오후 6개 경제단체장과 긴급 간담회를 열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예정된 투자·고용·수출 등 기업의 경영활동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업계가 당면한 현안을 해소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오전에는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실물경제 충격이 발생하지 않도록 24시간 경제금융상황점검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고, 수출에도 차질이 발생하지 않게 관계기관과 함께 철저하게 챙기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최 부총리가 빨리 결단하고 직을 내려놔야 한다는 시각도 적잖다. 정치 불안 해소가 우선이고 이에 대한 최 부총리의 책임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공허한 말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지금까지 경제부처가 능력을 보여준 것도 없고, 자리를 유지한다고 국정기조를 바꿀 수도 없는데, 부총리가 자리를 유지한다고 어떤 도움이 되겠느냐"고 평가했다. 류덕현 중앙대 교수도 "계엄 전 국무회의에 참석해 동의했다면 나중에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며 "차관 대행 체제를 유지하면서 큰 의사결정을 내리지는 못하겠지만 현상 유지 정도는 문제없다"고 말했다.
세종= 이성원 기자 support@hankookilbo.com
세종=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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