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안 그래도 힘든데 계엄이 웬 말" 상인은 밤을 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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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꽃도매 상가의 불이 꺼져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24.7.29/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집안 대대로 보수지만… 이건 아니지 싶어."
서울=뉴스1 장시온 기자 = 4일 오전 11시쯤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40년째 홀로 5평짜리 분식집을 운영하는 정경숙 씨72는 떡볶이를 볶다 말고 가게 한쪽에 앉아 계엄 관련 뉴스가 나오는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3일 밤에 나온 비상계엄 뉴스를 보느라 새벽 3시에야 겨우 잠에 든 정 씨는 "다음 날 장사 때문에 매일 밤 9시면 잠에 드는데 어제는 뉴스를 보고 깜짝 놀라서 도저히 잠이 안 오더라"라며 "40년째 남대문시장에서 장사를 하면서 4.19부터 5.16까지 별걸 다 겪어봤는데 2024년에 계엄령이라니 장난도 아니고 뭔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두고 자영업자 등 시민들 사이에서 "안 그래도 경제가 어려운데 혼란만 야기했다" "정치가 너무 엉망"이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정 씨는 3일 밤 뉴스를 접한 뒤 처음엔 믿지 못했다고 전했다. 정 씨는 "대통령을 지지하는 우리 남편도 이건 아닌 거 같다고 하더라"며 "정치권이 싸우는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계엄령은 너무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했다. 이어 "요새 경기가 안 좋아서 외국인 손님이 대부분인데 괜한 계엄령에 손님 다 끊길까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에서 카페를 하는 유종례 씨64도 갑작스러운 계엄 선포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유 씨는 "나는 민주당 편도 아니고 윤석열 편도 아니지만 경험이 없는 사람이 지도자가 돼서 생긴 일"이라며 "이제 외국인 발길이 뚝 끊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선 대통령이 누구든 일만 잘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국민을 불안하게만 만드니 답답하다"고 했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에서 2번째이 비상계엄이 해제된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현안 관련 긴급 회의를 마친 뒤 국무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2024.12.4/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연말 대목을 앞두고 내수 위축을 우려하는 상인도 있었다. 서울 중구에서 안경점을 하는 김 모 씨77는 "상인들끼리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냐는 걱정을 많이 나눴다"며 "갑작스러운 계엄 선포로 연말 대목을 앞두고 혼란만 커졌다"고 했다.
이날 시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불안에 떨었다. 관광 차 일주일 전 한국에 온 호주 출신 존 씨38는 3일 뉴스가 나온 뒤 호주에 있는 친구와 가족들로부터 괜찮은 것이냐는 연락이 쇄도했다고 한다. 존 씨는 "어제 뉴스를 보고 호주에 돌아갈 비행기를 알아봤다"며 "빨리 상황이 나아져야 가족들이 안심할 것 같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로 정국이 혼란해지며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 논의도 잠정 중단됐다. 4일 오전 예정됐던 경제관계장관회의가 취소됐고 소상공인 관련 예산안 통과도 불투명해졌다. 이날 회의에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대상 정책 지원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야권에서 대통령 하야 요구가 잇따르면서 향후 정국도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관련 부처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소상공인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4일 새벽 1시쯤 긴급 간부 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고 소상공인연합회도 소상공인 관련 정책의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zionwk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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