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적은 고가 아파트, 시가로 상속세 매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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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빌딩처럼 감정평가 거쳐 과세
일러스트=이철원
국세청은 “내년 1월부터 상속·증여 대상 부동산을 시가에 맞게 평가하기 위해 ‘부동산 감정평가’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국세청은 지난 2020년부터 이른바 ‘꼬마 빌딩’으로 불리는 중소형 상가 건물에 대해서만 감정평가를 진행해 왔는데, 내년부터 아파트나 단독주택 등 주거용 부동산도 포함시키기로 한 것이다.
◇초고가 아파트, 내년부터 상속세 3~4배로
상속·증여 재산은 시가매매가 또는 감정가로 평가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최근 거래가 없어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우면, 기준시가를 활용한다. 현재 서울 강남권 등 일부 지역에선 아파트 매매가가 기준시가보다 훨씬 높다. 이 가운데서도 70~80평대 이상 대형 평수의 초고가 부동산은 거래량이 적어 세금 산정 시 시가의 절반도 안 되는 기준시가가 적용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같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펜트하우스로 불리는 대형 평수는 거래가 거의 없어 이런 경우가 많다. 비싼 대형 평수 아파트를 자녀에게 물려주는데 세금을 원칙보다 훨씬 덜 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구에 있는 타워팰리스 아파트전용면적 224㎡의 경우 상속세 계산 시 기준시가37억원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해당 면적 매물이 거래된 건수는 2006년 실거래가가 공개된 이후 18년간 10건에 불과하다. 올 들어선 두 차례 거래됐는데 매매가는 각각 71억원, 49억7000만원이었다. 시장에선 70억원 정도 가치로 추정하지만, 매매가의 차이가 워낙 커서 과세 당국이 시가를 확정하기 힘든 것이다.
이 때문에 초고가 아파트에 붙는 상속세가 중형 아파트보다 오히려 적게 나오는 ‘상속세 역전’ 현상도 발생한다. 예를 들어 사망한 A씨에게 배우자와 자녀 둘이 있고, 재산은 아파트 한 채와 금융자산 5억원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 아파트가 강남구 타워팰리스전용면적 224㎡인 경우 기준시가는 37억원이라 현재 기준으로 상속세는 5억4100만원이 나온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시가70억원가 적용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픽=이철원
국세청은 아파트에도 감정평가를 적용해 이런 불합리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위 사례에서 강남 타워팰리스에 업계 추정가와 일치하는 감정평가액70억원을 적용하면 상속세액은 14억4300만원으로 훌쩍 뛴다. 기존 세액5억4100만원의 2.7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다른 초고가 아파트들도 과세 금액이 급증할 전망이다. 같은 조건으로 서울 용산구 나인원한남전용면적 273㎡의 예상 상속세는 기존 22억원에서 87억원으로,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전용면적 235㎡는 17억원에서 68억원으로 3~4배로 뛴다. 국세청 관계자는 “감정평가 확대로 현실적 가치와 산출 세액 사이의 괴리를 줄일 것”이라고 했다.
◇감정평가 선정 기준도 강화
과세 당국은 감정평가 대상을 확대하는 동시에 ‘감정평가 선정 기준’도 강화하기로 했다. 지금은 납세자의 신고 가액이 국세청이 산정한 추정 시가보다 10억원 이상 낮거나, 차액의 비율이 10% 이상인 경우 감정평가 대상으로 선정된다. 여기서 ‘10억원 이상’ 기준을 ‘5억원 이상’으로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러면 더 많은 부동산들이 국세청의 감정평가 대상이 된다.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감정평가는 내년 1월 1일 이후 상속·증여세 법정 결정기한세액이 확정되는 기한이 도래하는 부동산부터 적용된다. 상속세의 경우 법정 결정기한은 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이 사망한 달의 말일로부터 1년 3개월 뒤다. 이에 따라 작년 9월쯤 사망한 경우부터 확대된 기준이 적용될 전망이다. 증여세는 법정 결정기한이 증여한 달의 말일로부터 9개월 뒤다. 따라서 대략 올해 3월부터 이뤄진 증여부터 강화된 기준이 적용된다.
상속세는 납세자가 먼저 신고해서 내는 방식이다. 국세청은 상속세가 적정하게 납부된 것인지 검토한 뒤 시장 가치와 크게 차이가 날 때 감정평가를 진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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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완 기자 s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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