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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파도서 좌초…인텔의 구원투수도 짐 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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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회 작성일 24-12-04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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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CEO 겔싱어 3년 만에 사임
그래픽=김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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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가 2일 물러났다. 추락하는 인텔의 구세주가 되겠다며 2021년 2월 CEO에 올랐지만, 실적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내려왔다. 열여덟 살 고등학교 졸업 직후 입사해 총 33년 반을 근무했던 회사를 떠나며 “인텔을 이끌 수 있었던 것은 평생의 영광이었다”며 “오늘은 시원섭섭bittersweet한 기분”이라고 심정을 밝혔다.

겔싱어의 퇴임은 인공지능AI이 몰고 온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물결에 제대로 올라타지 못한 것이 결정적 요인이 됐다는 평가다. ‘인텔의 진정한 신봉자true believer’라 불렸던 그는 CEO 취임 직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고 추진했지만, TSMC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막대한 적자만 기록하며 주저앉았다. 야심차게 내놓은 AI 가속기 ‘가우디 시리즈’도 엔비디아의 벽에 막혀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겔싱어의 퇴임은 급변하는 반도체 산업에서 순간적인 판단 착오로 한번 뒤떨어진 기술을 회복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다”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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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겔싱어, 목표 설정 과했나


겔싱어는 인텔이 수십 년간 군림한 PC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이 지속해서 줄어드는 가운데 고가의 첨단 반도체 제조를 새로운 수입원으로 삼겠다며 파운드리 재진출을 전략으로 내세웠다. 올해 2월 인텔 연례 행사에서는 2030년까지 파운드리 업계 2위가 되겠다고 공언했다.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와 2위 삼성전자가 구체적인 계획조차 내놓지 않은 1나노 공정의 반도체 생산도 내년 시작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그의 계획에는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반도체 업계에선 “너무 꿈같은 얘기를 해서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말이 나왔다.

그가 공격적으로 파운드리 사업에 집중하는 사이, 회사의 실적은 해마다 급감했다. 인텔의 연간 매출은 그가 취임하기 전인 2020년 779억달러약 109조원에서 올해 510억달러 수준으로 줄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209억달러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인텔의 연간 적자는 200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 내부에서도 “겔싱어가 산업 변화에 대한 감각을 잃었고, 첨단 제품을 개발하는 것보다 공장 짓는 데 너무 집중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온 배경이다.

자금과 인력을 쏟아부은 파운드리 성과도 겔싱어의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다. 업계에선 인텔이 내년 양산을 계획하던 18옹스트롬1.8나노에 해당 공정의 수율은 10%가 채 안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고객사 브로드컴은 인텔 반도체 주문을 취소했다. 첨단 공정 양산이 실현되지 않으며 기대하던 매출도 올리지 못해 악순환에 빠지게 된 것이다. 결국 인텔은 미 오하이오주·유럽 등지에 계획 중이던 생산라인 건축 계획을 미루거나 취소해야 했다. 이 여파로 인텔에 예정된 미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도 78억6000만달러로 기존보다 6억4000억달러 삭감됐다.

그래픽=김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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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의 미래 어디로

인텔은 이사회가 새로운 CEO를 찾는 동안 데이비드 진스너 최고재무책임자CFO와 미셸 존스턴 홀타우스 수석 부사장이 임시 공동 CEO직을 수행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제 인텔이 AI용 반도체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2021년 인텔이 출시한 AI반도체 ‘가우디’는 출시 3년째에도 유의미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겔싱어 CEO 재직 당시 인텔은 가우디 시리즈가 올해 5억달러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 봤지만, 올해 3분기 실적을 공개하면서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정정했다.

올 들어 인텔은 대규모 적자에 직원 1만5000명을 해고하는 등 뼈를 깎는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인텔의 주가는 겔싱어 CEO 취임 후 현재까지 58.87% 하락했다. 겔싱어 CEO의 사임에 한때 5% 가깝게 올랐던 2일 주가도 다시 내려가 전 거래일 대비 0.5% 하락 마감했다.

☞팻 겔싱어

1961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때부터 기술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였고, 18세에 품질관리 기술자로 인텔에 입사했다. 회사에 근무하며 이후 스탠퍼드대학에서 전자공학과 컴퓨터 사이언스로 석사를 받았다. 1996년 35세의 나이에 인텔 역사상 최연소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근무한 후 회사를 떠났다가, 2021년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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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auror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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