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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어려운 아파트 이름, 왜…가격프리미엄 16.25억 비싼 이름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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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회 작성일 24-12-0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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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엔드’ 아파트가 시장 주도
기존 아파트군보다 프리미엄 16억2500만원↑
“공사비 차이는 30평 기준 약 6000만원”
현대건설이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조합에 제안한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 한강THE H HANGANG’의 남산 조망 조감도. 현대건설 제공

‘하이엔드최고급’가 아파트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의 대중화로 고급화·차별화 요구가 강해지는 데다,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주요 입지에 ‘대장주’ 역할을 하며 가격 상승을 보장하면서다.

‘최고급’을 표방하지만 실제 공사비 부담은 기존 브랜드와 큰 차이가 없어 명품·사치재 성격을 띠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하이엔드가 우후죽순 늘어나 기존 브랜드의 가치 하락, 하이엔드의 희소성 감소로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주로 고급 오디오 기기, 패션 등에서 언급되던 하이엔드가 국내 아파트 시장에 본격적으로 사용된 건 2010년대부터다. DL이앤씨가 기존에 주상복합, 오피스텔 등에 사용하던 ‘아크로ACRO’를 2013년 분양한 아크로 리버파크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적용하면서 하이엔드 브랜드로 고급화 리뉴얼했다. DL이앤씨는 아크로를 “상위 0.1%들이 선택한 하이엔드”로 설명한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DL이앤씨의 하이엔드 브랜드 아파트 아크로리버파크. 뉴시스


대우건설은 이듬해 기존 브랜드 ‘푸르지오’에 ‘최고·절정·정상’을 뜻하는 ‘써밋SUMMIT’을 결합한 ‘푸르지오 써밋’을 내놨다. 현대건설도 2015년 ‘디에이치THE H’를 론칭하며 “단 하나의, 유일한 의미를 가진 ‘THE’와 현대Hyundai·하이엔드High-end·하이 소사이어티High Society 의미를 지닌 H를 결합했다”고 설명했다.

당시에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불리다 점차 하이엔드가 일반화됐다. 이밖에 2019년 롯데건설이 ‘르엘LE-EL’, 2022년 포스코이앤씨 ‘오티에르HAUTERRE’와 SK에코플랜트의 ‘드파인DEFINE’이 나왔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GS건설은 단일브랜드를 유지 중이지만, 한때의 고급화 전략 흔적이 남아있다. GS건설은 2016년 경기도 안산의 ‘그랑시티자이’ 서울 마포구 대흥2구역 ‘신촌그랑자이’ 등에 ‘거대한’이라는 뜻의 ‘그랑GRAN’을 붙였다. 삼성물산이 지은 ‘도곡동 타워팰리스’ ‘래미안신반포팰리스’ ‘래미안 대치팰리스’의 ‘팰리스’도 고급화 전략의 흔적으로 여겨진다.

하이엔드 브랜드 경쟁은 2000년대 초반 출시된 브랜드들의 대중화로 기존 프리미엄 이미지가 옅어진 데 따른 영향이 있다. 특히 건설사들은 고소득 계층을 타깃으로 한 강남권과 한강변 정비사업 수주 경쟁에서 하이엔드 브랜드로 경쟁 우위를 노렸다.

하이엔드의 가격 프리미엄이 기존 아파트보다 월등히 높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정보기술학회에 실린 ‘딥러닝을 활용한 하이엔드 및 브랜드 아파트의 가격 프리미엄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하이엔드 아파트와 기존 브랜드 아파트는 전체 아파트군과 비교해 각각 평균 16억2500만원, 1억9080만원의 가격 프리미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전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물론 하이엔드 아파트들이 주로 한강변·강남권·역세권 등 주요 입지에 들어서고, 비교적 신축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최고급을 표방하지만 실제 공사비 차이는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입지와 규모에 따라 공사비가 차이가 크기 때문에 단정해서 말할 순 없지만 하이엔드가 대략 평3.3㎡당 150만~200만원 정도 비싸다”며 “고급 마감재, 높은 층고 등이 적용되니 더 비싸지만, 30평 기준으로 약 6000만원 차이라면 큰 부담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차별화·고급화 수요가 ‘사실상의 하이엔드’를 요구하는 해프닝도 있다. 삼성물산이 주요 입지에 ‘래미안 원베일리’ ‘래미안 원펜타스’ ‘래미안 트리니원’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페를라’서초구 방배동 등을 잇달아 내놓자 이들 단지명에 들어가는 ‘원’을 하이엔드로 여긴 것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당시 수주할 때 반포지역을 ‘하나로 묶는다’ ‘유일하다’는 의미에서 ‘원one’을 붙였는데 하이엔드로 오해하는 분들이 계셔서 최근 수주하는 곳에는 달지 않고 있다”며 “내부적으로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실제 삼성물산은 최근 1조6000억원 규모 한남4구역 재개발 시공권 입찰에 참여해 단지명으로 ‘래미안 글로우 힐즈 한남’을 제안해 ‘원’을 뺐다.

하이엔드 범람에 따른 역효과도 있다. 우선 기존 브랜드 가치를 깎을 것이라는 우려다. GS건설은 최근 하이엔드 브랜드 론칭 계획이 없다고 밝히며 “자이가 프리미엄이다. 브랜드를 나누면 하이엔드 외에는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기존 브랜드가 후순위가 되니 불만들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하이엔드 브랜드가 너무 많다, 최고급이 이렇게 많냐는 공격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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