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키워낼 산파 기운 떨어졌다…액셀 못 밟는 K-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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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액셀 못 밟는 K-액셀러레이터上
[편집자주] 2016년 11월 국내에 도입한 액셀러레이터AC, 창업기획자는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고 마중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창업생태계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지만 투자 실적이 없는 영세한 AC가 적지 않고 투자 및 보육사업 확장에도 걸림돌이 있다. AC 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와 함께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가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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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곳 중 1곳 개점휴업…스타트업 싹 키워야 할 AC가 말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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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스타트업 박람회 넥스트라이즈 2024에서 관람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2024.06.13. yesphoto@newsis.com/사진=뉴시스 |
정부는 최소 자본금 요건 등 등록 문턱을 낮춰 AC 설립을 촉진했으나 그 결과 소규모 영세 AC가 늘어났고 이들이 별다른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창업생태계는 갈수록 혁신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우리 경제의 새로운 엔진이다. AC의 다양한 사업활동을 제약하는 규제를 개선하는 한편 업계의 자구 노력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국내 등록 AC는 2022년 418개에서 2023년 461개로, 올해 479개로 꾸준히 늘었다. 그런데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KAIA에 따르면 지난해 461개 AC 가운데 99개21.5%, 약 5개 중 1개는 한 건의 투자실적도 없었다. 투자실적 있는 AC 362개 중에서도 60.2%인 218개는 2017~2023년 누적 투자액이 20억원 미만이다.
AC는 최소자본금 1억원에 전문인력 2명만 있으면 설립할 수 있다. 업계에선 등록된 AC의 상당수가 자본금 1억원 수준의 소규모인 걸로 추정한다. 이 같은 영세성이 투자 부진 등 한계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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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액셀러레이터 등록, 말소 추이/그래픽=이지혜 |
◆ 소규모·영세 AC 늘어 투자·보육 모두 수익화 난망
AC의 주요 활동은 투자와 보육이다. 투자는 회수까지 수 년이 걸린다. 그 사이 초기기업을 발굴·육성하는 보육으로 수익을 내야 하는데 현재 AC가 보육사업 보수를 받을 근거는 따로 없다. 이렇다 보니 상당수 AC는 투자→수익→재투자의 선순환을 이루지 못하고 정부·지자체·대기업의 창업지원 사업에 의존한다. AC들의 기업공개IPO가 잇따라 무산된 것도 BM비즈니스모델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AC 등록유지요건의 구조적 한계도 지적된다. AC가 업무집행조합원GP으로써 개인투자조합을 만들면 출자금 총액의 3% 이상은 직접 출자해야 AC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당초 5% 이상에서 3% 이상으로 기준이 완화된 것이지만 자기자본이 부족한 소규모 AC는 여전히 투자조합을 여러개 만들기 어려운 조건이다.
제한된 영역에서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더 버티지 못하고 AC 라이선스를 반납말소하기도 한다. 중기부에 따르면 올 들어 1~10월 등록말소된 AC는 29곳으로, 지난해 31곳과 비슷한 수준이다. 신규등록 AC는 지난해 74곳에서 올해 10월 현재 47개사로 줄었다. 이에 AC 순증가 규모는 AC 등록을 시작한 2017년 이후 가장 작을 전망이다.
AC가 다양한 투자 활동을 할 수 있게 등록유지요건이나 의무투자비율, 행위제한 등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AC 대표는 "현 제도 하에서는 AC가 대형화, 전문화를 꾀하기도 어렵다"며 "지금보다 투자, 회수가 수월하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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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콤비네이터도 한국선 못할 것"…규제에 갇힌 스타트업 산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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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업계가 말하는 AC대형화의 조건들/그래픽=김지영 |
국내에서 AC가 제도화된 것은 2016년이다. 정부는 벤처투자법촉진법을 개정해 AC를 창업기획자로 정의하고 등록제를 진행했다.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보육 프로그램 운영 등 조건을 충족하면 AC로 등록하고 팁스 프로그램 운영사 자격, 개인투자조합 결성 권한 등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자본금 1억원, 전문인력 2명 이상이면 누구나 등록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도 낮게 설정했다.
◆ "정부만 쳐다보는 AC들…투자 규제도 발목"
문제는 국내 AC들의 사업모델이 비용은 크고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AC는 스타트업을 위한 업무공간과 보육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기 때문에 VC보다 운영 비용이 더 많이 든다. 이에 해외 AC들은 스타트업들에게 직접 보육비용을 받는다. AC의 효시인 와이콤비네이터는 보육 프로그램 참여하는 스타트업에 대해 시장 평가보다 낮은 밸류로 투자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간다.
그러나 국내에 보육 프로그램들은 거의 대부분 무료로 진행된다. AC들의 보육 프로그램이 선의의 멘토링 정도로 평가받아서다. 이에 정부는 창업지원사업의 운용을 AC에게 맡겨 비용을 일부 보존해준다. 많은 AC들이 정부 지원사업에 목을 매는 이유다.
결국 투자밖에 수익을 낼 길이 없지만 이조차도 쉬운 일은 아니다. 회수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초기투자가 성과를 내기까진 시일이 걸려서다. 투자 대상을 늘리려 해도 규제가 발목을 잡는다. 대표적인 게 초기기업 투자의무다. 벤처투자촉진법은 AC들이 전체 투자액 40% 이상을 3년 미만 초기기업에 투자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AC들은 스타트업이 성장궤도에 오른 걸 확인해도 후속투자를 하기 어렵다. 한 AC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AC가 초기에 투자하고 성공적으로 보육했다면 후속투자를 하는 게 당연한 문화"라며 "국내 AC는 첫 투자 후 기업이 성장해도 적극적으로 후속투자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초기기업을 업력 3년 미만 기업으로 설정한 기준 자체가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AI인공지능나 반도체 등 딥테크 스타트업들은 업력 3년이 넘어도 초기 단계인 경우가 많다. 그밖에 AC가 가진 인적자원을 활용해 회사를 설립부터 주도하는 컴퍼니빌딩을 막은 자회사 설립을 금지한 규제, 투자 가능 업종을 제한한 규제 등도 AC의 수익 창출을 어렵게 한다.
◆ 낮은 수익률에 모태펀드도 외면…팁스 독점 혜택까지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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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생태계에 가장 시급히 보완되어야 할 사항/그래픽=이지혜 |
업계는 규제 완화와 모태펀드 확대를 지속해서 주장하고 있다.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가 올해 초 AC 104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시급히 보완이 필요한 사항 1위로 AC를 위한 모태펀드 확대25.4% 응답가, 2위로 투자의무비율, 투자조건 등 규제완화20.4%가 꼽혔다.
설상가상으로 AC만의 혜택도 줄어들고 있다. 최대 5억원의 Ramp;D연구개발 비용을 제공하는 팁스 추천권을 가진 팁스 운영사 지위는 당초 AC에게만 제공되던 혜택이었다. 하지만 2021년 12월 창업지원법이 개정되면서 VC는 물론 대기업도 팁스 운영사 신청이 가능해졌다.
그러다보니 AC 등록을 말소하고 VC가 되는 사례도 이어진다. 카카오벤처스, 패스트벤처스,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등이 해당한다. 어차피 VC로 활동하면서도 초기 투자, 보육 지원은 물론 팁스 추천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AC를 말소한 건 아니지만 퓨처플레이, 에트리홀딩스, 소풍벤처스 등은 VC면허를 추가 확보해 AC에 씌워진 규제를 피하고 있다. 올해 VC 면허를 확보한 AC는 10곳에 달한다.
◆ "보육 역할 인정 않고 작은 VC로만 취급"
업계에선 보육 프로그램에 당장 비용을 받기 어렵다면 규제라도 풀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AC 관계자는 "현재 규제 상황에서는 와이콤비네이터, 테크스타즈 같은 글로벌 AC들이 한국에 들어와도 AC만 등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에서 활동하는 미국의 AC 중 하나인 플러그앤플레이의 한국지사는 AC 등록을 하지 않고 활동하고 있다.
전화성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회장은 "현재로선 AC로 등록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없고 할 수 있는 투자·수익활동도 VC에 비해 턱없이 작다"며 "스타트업 생태계에 AC의 고유기능인 보육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AC들이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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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 고석용 기자 gohsy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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