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만원 보험 팔면 수당 460만원?"…불붙은 수수료 공개 논란 > 경제기사 | economics

월납보험료 20만원, 20년 납입 건강보험 가입시 보험 판매숫료 정보 공개안/그래픽=김지영

금융당국이 보험계약시 설계사가 수당으로 받아가는 판매수수료 직접 공개를 추진한다. 미국이나 일본, 호주 같은 주요 국가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으며 부동산·대출중개인, 홈쇼핑·대형마트 등 타업종에서도 판매수수료율 공개는 보편화 됐다. 다만 "갤럭시 한 대 팔 때 삼성전자 이익마진이 얼마인지 공개하냐"며 보험대리점GA와 설계사들의 반발이 거세 난항이 예고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31일 보험사 및 보험대리점GA, 생·손보·GA협회 관계자 등 1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보험판매수수료 개편안 설명회를 개최하고 업계 의견을 청취했다.


보험 판매수수료는 보험 가입시 설계사가 받은 수당이다. 선지급 수수료와 유지관리 수수료로 나뉜다. 판매수수료는 계약자에게 금액이 직접 공개되지 않고 보험가격지수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만 알려 깜깜이 수수료라는 비판이 나온다. 계약자는 정확한 판매 수수료를 모른 채 보험에 가입하기 때문에 타 금융권 대비 소비자 민원이 많다. 과도한 선지급 수수료, 부당승환 등으로 보험 산업에 대한 신뢰도 저하요인으로도 지목된다.

국제회계 기준인 IAIS국제보험감독자협의회에서는 "이해상충 가능성으로 인해 보수 구조의 공개가 필요하다"고 원칙을 명시했다. 실제 미국, 호주, 일본 등 주요국에서는 선지급 수수료 한도가 설정돼 있고 보험설계사가 받는 판매수수료를 계약자에게 알릴 의무도 부여된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는 은행서 판매하는 보험방카슈랑스나 플랫폼 비교·추천서비스 등에서만 보험 판매 수수료가 공시된다. 대출모집인 중개수수료, 대환대출 플랫폼 중개수수료, 펀드 판매보수 등 다양한 금융업권에서도 판매 수수료를 공개한다. 홈쇼핑, 백화점, 대형마트, 온라인쇼핑몰 등 유통업권에서도 판매수수료율이 매년 공개된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판매수수료 공개 주요국 및 타 업권 사례/그래픽=김지영

금융당국은 이날 설명회에서 선지급 수수료와 유지관리 수수료, 총 판매수수료 등 가입 기간별 판매수수료 공개안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공개안 예시에 따르면 월납 보험료 20만원·20년납의 건강보험에 가입하면 총 판매수수료는 460만원이다. 계약자가 20년간 보험료를 총 4800만원을 낸다면 보험료의 9.6%를 설계사가 수당으로 챙기는 셈이다. 특히 계약한 지 1년 이내 설계사가 받아가는 수수료선지급유리관리는 230만원4.8%이다.

월보험료 20만원을 내는 건강보험에 가입하면 가입 즉시 설계사는 선지급 수당 200만원을 받고 1년 안에 230만원의 판매수수료를 챙기는 것이다. 계약자가 20년간 총 4800만원의 보험료를 모두 내면 낸 보험료의 10% 가까운 460만원이 설계사 몫으로 돌아간다. 이 같은 사실이 금액과 수수료율로 모두 공개되면 소비자는 보험가입에 더 신중할 수 있다. 수당이 높은 상품 위주로 권하던 설계사도 계약자 맞춤형 상품을 권유할 유인이 생긴다. 부당 환승갈아타기이나 조기 계약해지 등도 덜 발생할 수 있다.

반면 GA나 설계사들의 반발이 거셀 전망이다. 보험판매 수수료는 사실상 원가에 해당하는데 금융당국이 이를 강제 공개하도록 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판매수수료 공개시 설계사 수당 급감이나 리베이트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실제 보험개혁회의에서 수수료 공개안이 검토된다고 알려지자 대형 GA 중심으로 업계 1위사인 삼성화재 보험상품 판매를 보이콧 하는 등 집단반발도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이날 설명회에서 나온 GA와 설계사, 보험사의 현장 의견을 반영, 제도 개선 연착륙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실무 태스크포스TF에서 세부 내용을 논의하고 4월 중 추가 설명회를 거쳐 개편안을 최종 확정·발표한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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