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거품이 불평등 초래"…요즘 뜬 19년 전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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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과열 지적한 김경원 학장
“세금과 규제로는 집값 못 잡아
…통화정책이 근본 역할 해야”
“세금과 규제로는 집값 못 잡아
…통화정책이 근본 역할 해야”
김경원 세종대 경영경제대학장이 “수십년간 지속된 집값 상승과 빈부격차 악화가 나라를 망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 체질을 바꿀 수 있는 정책을 도입해 청년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학장은 2005년 한 방송사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부동산 거품의 위험성을 알렸다. 당시 삼성경제연구소삼성글로벌리서치 전신에서 일하던 그는 방송에서 부동산 거품이 제조업 경쟁력 약화와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하고, 국민의 근로 의욕을 저하해 사행성 분위기 확산을 부추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과거 인터뷰 영상은 최근 온라인상에서 공유되며 주목받았다. 부동산 과열 우려가 끊이지 않는 한국의 모습을 예견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김 학장은 1991년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삼성경제연구소에 입사했다. 삼성에서 18년간 일한 그는 2009년 CJ그룹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CJ그룹 전략기획을 총괄했다. 이후 디큐브시티 대표이사를 거쳐 2016년부터 세종대에서 일하고 있다.
김 학장은 지난 27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 연구실에서 진행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정부가 급격한 통화팽창 정책을 쓴 것이 지금의 집값 상승과 빈부격차에 대한 근본 원인”이라며 “부동산 가격 폭등을 만들어온 경제 정책은 선의로 포장돼 지금까지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역대 정부가 지방을 살리기 위해 돈을 쏟아부었지만, 그 돈이 수도권 위주의 부동산 공급 정책 탓에 다시 수도권으로 몰리는 ‘사이펀’ 같은 구조라고 분석했다.
김 학장은 “어선 200척 다니는 곳에 최신식 부두를 만든다든가, 수요가 적은데도 지방에 민간 공항을 짓는 것처럼 보여주기식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많이 했다”며 “그렇게 지방에 모인 돈은, 서울 집값을 잡겠다면서 수도권에 신도시를 지으면 그쪽으로 몰려가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에 몰린 돈은 다시 서울 강남으로 집중돼 빈부격차 심화를 낳았다는 시각이다.
김 학장은 부동산 정책의 목표는 집값 안정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나라도 규제와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못했다. 집값 안정을 위해 공급을 늘리겠다고 신도시를 짓는 건 이제 그만해야 한다”며 “통화정책이 부동산 가격을 조정하는 근본 역할을 해야 한다. 저는 2000년대부터 고금리를 유지해서 집값 상승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다만 김 학장은 지금 시점에선 금리 조정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학장은 “집값이 오르거나 내릴 수 있는 신호를 섣불리 사람들에게 줘선 안 된다”며 “집값이 내려가기 시작하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처럼 불황이 찾아올 수 있다. 반대로 집값이 오르면 지금 같은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부동산뿐 아니라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한 새로운 원칙을 세워한다고 주장했다. 김 학장은 “현재 젊은 사람들이 일해도 희망이 없는데, 누가 열심히 일하고 아이를 낳을 결심을 할 수 있겠나”라며 “지금도 늦지 않았다. 정부가 경제 정책의 원칙을 세우고 한국 경제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집값 상승 억제, 다출산 가정 우대, 기업 활동 지원 등을 통한 내수 진작 방안을 거론했다.
김 학장은 우선 국가적 과제인 저출생 극복을 위해 국가가 국민들에게 교육비와 주거비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다출산 가정에 대한 지원을 훨씬 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출산율은 교육비 문제와 주거비 문제가 해결되면 높아진다”며 “가령 아이 셋을 낳은 어머니는 동사무소 가족지원관으로 채용하는 식으로 생계 지원을 하고, 아이들은 대학교육까지 책임지고 영구 임대주택을 제공해주는 식”이라고 말했다. 기존 저출생 지원 정책을 구조조정해 불필요하게 나가는 돈을 줄이고, 다출생 가정에 대한 직접 지원을 늘리자는 것이다.
김 학장은 내수 시장을 살리기 위해 기업이 클 수 있는 국내 환경 조성도 주문했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경제 성장의 동력이 되는 기업이 마음 놓고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학장은 이를 위해 최저임금 차등 적용 방안 등을 제안했다. 그는 “한국 경제보다 16배가량 규모가 큰 미국의 최저임금은 7.25달러약 1만124원에 그친다”며 “한국 기업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줄이고 계약직을 늘리는 방식으로 최저임금 상승의 부담을 대체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 등 한국이 기업 할만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벤처가 나올 수 있는 기업가 정신도 내수 경제가 살아나야 가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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